도둑괭이 /월정 강대실
수묵 같은 어스름
유년의 기억 속 도둑괭이 한 마리,
빠끔히 샛문 밀치고 기어드는
방구들 들썩이는 오롱조롱한 새끼들
호롱불 옆 헌옷 깁던 어머니
도둑괭이 왔다며 꼬이면
질겁하여 이불 속 파고들었던
대꾼한 눈 수심의 어둠
속으로 오그라드는 울음소리
등에 달라붙은 뱃가죽 허기진 모습에
시퍼런 냄새의 촉수 앞세운
오늘도 여기저기 뒤지고 헤쳐 늘어
치도곤 먹이려는 심보가
채 비워내지 못한 마음속 미움의 싹으로
새록새록 돋아 오르는데
미움을 품는 것은 마음밭에
가시나무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니
불현듯, 작두날을 본 듯 서늘해진 가슴
색안경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