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를 보다/ 월정 강대실
도지는 역마살
간밤에 쌓인 숫눈 밟으며
산성산 마루 꼭두서니빛 햇살 마중 간다
눈짐 진 솔가지 사이 빛살
은전을 뿌린 듯 눈밭에 찬란한
가야할 길을 찾는 걸음
아직 꿈속에서처럼 너무 서툰 나
해장술에 대취한 듯 이리저리 흔들리다
발자국 너머 성루에 올라앉는다
들려오는 말 울음소리
일순 먹먹해지는 가슴골
감히 새 한 마리 날아들어 점찍지 않은
아득한 설국, 천서(天書)를 본다
하늘과 땅 산과 강 신작로와 가로수 그 행렬……
에돎의 신비로운 계시록
곡선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움의 극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