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 어원
1. '설겆이'에서 '설겆'은 무엇일까?
우리가 집안 일 중에서 제일 싫어 하는 것이 '설겆이'지요. 이 '설겆이'는 '설겆- + -이'로 분석할 수 있고, 이 '-이'가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임은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설겆-'은 무엇일까요?
이 '설겆다'는 옛말에서는 '설엊다'였습니다. 그리고 '설다'라는 동사가 있었는데, '설다'는 '치우다, 정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자로는 '수습'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엊다'는 "먹거든 또 그릇들 설어저 오라"(먹거든 또 그릇들을 정리하여 와라)라는 우리가 지금 쓰는 문장도 보이지만,"우리 잘 데를 설엊자"(우리가 잘 곳을 정리하자)라는 문장도 쓰이고 있지요.
그러니까 '설엊-'은 자연히 '설- + 엊-'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엊-'은 또 무엇이지요?
이 '엊-'은 '설'의 '리을' 밑에서 '기역'이 탈락한 것입니다. 즉 '겆-'입니다. 만약에 '겆-'이 아니고 '엊-'이었다면, 이것은 '서'기역'이 탈락하였기에 '설엊다'로 표기된 것이지요. 이 '겆'은 '걷다'의 '걷'이 구개음화된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전부터 '겆-'이었으니까요.
'겆다'도 역시 '수습하다, 정리하다'란 동사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설겆이'는 '정리하다'라는 뜻을 가진 두 개의 동사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2. 전북 지방에서는 씀바귀를 '씸바구, 씸바구리'라고도 합니다.
봄입니다. 아침 밥상을 대할 때, 해묵은 반찬보다는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이 있으면 훨씬 입맛이 날 것입니다.
요즘 나오는 나물로는 달래, 냉이, 씀바귀가 있습니다.
씀바귀는 초등학교 노래에도 나오는데, 맛이 써서 씀바귀가 된 것 같습니다. 민간에서는 주로 식용으로 할 때 봄에 어린잎과 뿌리를 캐어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약용으로는 진정이나 최면 또는 건위나 식욕 촉진 등에 사용합니다.
이 씀바귀는 예로 부터 쑥과 더불어 강장식품으로 애용하였는데, 봄에 씀바귀 나물을 많이 먹 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않는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 가운데 몇 분이나 이 나물을 아실 지 궁금합니다. 사실 요즘 이 풀을 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도 물론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북 지방에서는 이 씀바귀를 '씸바구, 씸바구리'라고도 하고, '싸랑부리, 사랑부리, 싸난부리'라고도 합니다. 또는 맛이 쓰니까 '쓴나물'이라고도 부릅니다.
여러 이름 가운데 '싸랑부리'라는 말은 아주 재미 있습니다.
여기서 '부리'는 중세국어 '불휘'에서 온 말입니다. 앞에 나오는 '싸랑'은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사납다'는 뜻이고, 하나는 '사랑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의 고향에서는 어떻게 쓰고 있습니까? 쓰디 쓰지만 몸에 좋은 이러한 봄나물이 차츰 사라지는 것은 무척 서운한 일입니다. 고유한 우리 식물을 보존하는 일은 참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3. '수저'는 '숫가락'과 '젓가락'이 쳐진 말
밥을 먹기 위해서는 '수저'가 필요하지요. 여러분은 '수저'를 가져 오라고 하면, 무엇을 가져 오시겠습니까? '숫가락'만 가져 오시겠습니까? '젓가락'만 가져 오시겠습니까? 아니면 '숫가락'과 '젓가락'을 다 가져 오시겠습니까?
물론 '숫가락'과 '젓가락'을 다 가져 오시겠지요. 왜 그러냐구요? '수저'는 '숫가락'의 '수'와 '젓가락'의 '저'가 복합된 단어처럼 보이니까요.
그러니까, '수저'에서 '저'는 '젓가락'의 '저'로 보여서, '수+저'로 분석됨을 금새 알수 있으실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자입니다. '대 죽' 밑에 '놈 자'가 붙은 한자 ‘箸’입니다.
그러니까, '젓가락'은 '저'라는 한자 아래에, '가락'이라는 우리 고유어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그 사이에 '시옷'이 들어간 것이지요. '가락'은 '엿가락' 등에 쓰이는 '가락'과 동일한 것입니다.
'숫가락'도 '수 + 시옷 + 가락'으로 분석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의 '수'는 한자가 아니고 고유어입니다.
즉 '수'가 아니고 '술'입니다. '한 술 뜬다'의 '술'입니다. 이 '술'에 '시옷'이 붙으면 '수' 밑에 '리을 시옷'받침이 붙은 글자가 되지요. 이 두 개의 받침 중에서 '리을'이 탈락해서 '시옷'만 남게 되어, '숫가락'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저'도 '수 + 저'로 된 단어가 아니고, '술+저'로 된 단어인데, '지읒' 앞에서 '리 을'이 탈락한 것입니다.
이러한 예는 많습니다. '마지 못해서'도 원래 '말지 못해서'였던 것과 같은 것이지요.
4. '씨름'은 옛말 '힐후다'에서 나온 말
'씨름'을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씨름'을 더 이상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씨름'을 더 이상 분석할 수 없으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겠지요.
'씨름'을 '씰우- + -음'으로 분석될 수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음'은 물론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고요. 그렇다면 '씰우-'는 무엇일까요? 물론 동사어간이지요. 그러나 '씰우-'를 설명하려면 '씰우-'의 어원을 따져야 합니다.
우리 옛말 중에 '힐후다'라는 동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승강이질하다, 논쟁하다, 다투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힐후다'가 히읗 구개음화가 되어서 '실후다'가 되었고, 유성음 사이에서 '히읗'이 탈락하여 '실우다'가 되었습니다.
이 '실우다'의 명사형이 '실움'입니다. 이것이 다시 된소리로 되어 '씨룸'이 되고 이것이 다시 '씨름'이 된 것이지요.
대신 '힐후다'라는 동사가 '실우다'로 된 뒤에 이 동사는 쓰이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 동사의 흔적으로 명사형인 '씨름'만 남게 되었지요.
'씨름'을 몸싸움으로만 연상하지 마십시오. 이 '씨름'은 '입씨름'에도 남아 있습니다. 옛날에는 '입씨름'을 '입힐훔'으로 쓰이었습니다.
5. '자유'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 아니라 중국의 '백화문'에서 온 말
'자유'라는 말은 어디서 온 말일까요? 보통은 일본어에서 온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신문에 어느 국어학 전공 교수가 쓴 글을 읽어 보니, 이 '자유'라는 말도 일본어에서 온 단어라고 하였더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라는 말은 중국의 백화문에서 온 단어입니다.
17세기에 간행된 우리 나라 문헌 중에 '어록해'라고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중국에서 사용 하는 속어인 백화문을 풀이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자유'를 '제 주변대로' 또는 '제 마음으로 하 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자로 된 문장인 한문이 사용되다가 송나라 때부터 속어가 사용되었습니다. 한문은 한자의 뜻만 알면 그 문장이나 단어의 뜻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이 속어는 그렇지를 않아서, 중국의 문헌으로 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애를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속어(즉 구어이지요)로서 옛날 한문을 풀이한 책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문헌을 읽을려고 하니까, 이 속어인 백화문을 이해하지 못하여 미암 유희춘, 퇴계 이황 등이 이들의 뜻을 주석을 달아 설명하였는데, 이것을 모으고 새로 주석하여 만든 책이 '어록해'입니다.
6. '칭송'과 '칭찬'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오늘 이순규 씨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낭떠러지'와 '벼랑'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 한마디 언급하신 것입니다.
'낭떠러지'는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일컫는 단어이고 '벼랑'은 아래에서 위를 쳐다 보았을 때 일컫는 단어가 아니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이순규 씨의 의견이 맞는 것 같아서, 여기에 그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이순규 씨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음동의어의 차이도 가능한 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컨대 '칭찬'과 '칭송'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 등을 말입니다. 여기에 답을 쓰지요. '칭송'은 여러 사람이, '칭찬'은 한 사람이 하는 행동에 대해 쓰는 단어입니다.
7. '보신탕'은 이승만 정권 시절에 생긴 말...그 이전에는 '개장국'
여러분들은 보신탕을 드시나요? 왜 드시지요? 보신탕이라서 몸 보신하느라고 드시나요? 보신탕이란 말은 언제 생겼으며 왜 생겼을까요?
보신탕은 이승만 정권 시절에 생긴 말입니다. 그 이전에는 '개장국'이었습니다.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에서 개장국이란 말이 나온 것이지요.
'개장국'이란 단어가 제일 처음 나오는 문헌은, 제가 지금까지 찾아 본 것 중에서는(그러니까, 그 이전에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조 때 간행된 '명의록언해'라는 책입니다.
궁궐의 담을 넘어가 나쁜 일을 저질렀던 범인을 국문하는 과정에서 그 범인이 '개장국'을 먹고 담을 넘어갔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것으로 보아 이미 18세기 후반에는 '개장국'이란 단어가 쓰이었던 것이지요. 그 이전에도 쓰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그 이전의 문헌에서는 이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개고기'를 먹은 역사는 아주 오래 된 것 같습니다.
8. '보배'의 '배'는 한자음으로 '패'...즉 '조개 패'를 말합니다
'보배'는 어느 나라에서 온 말일까요? '보'자는 '보배 보'자라고 해서 한자임에 틀림이 없지만, '배'는 무엇일까요? '배'도 역시 한자음인데, 우리나라 한자음으로는 '패'로 읽지요.
즉 '조개 패'자입니다. 이 '보패'가 중국음으로서는 '보배'가 되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래된 것이지요.
한자로 된 중국의 단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의 발음을 원음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음운규칙에 따라 우리나라 음으로 받아 들이는 경우의 두 가지가 그것입니다. '보배'는 바로 전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전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의 대표는 '다홍 치마'의 '다홍'입니다. '클 대, 붉을 홍'이라서 우리나라 음으로는 '대홍'이지만, 중국음으로는 '다홍'입니다. 후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은 '주전자' 등입니다.
9. 남자 생식기 '불X'의 '불'은 무엇을 뜻하는 말로부터 온 것일까요?
남자의 생식기의 아래에 '불X'이 있지요. 남자의 정자를 모아 두는 곳이라나요? 이 말의 어원은 그대로 '불 + 알'입니다.
'알'은 '닭의 알'의 '알'과 동일한 것이고, '불'은 생식기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불알' 이외에 남자 생식기 자체를 지금 쓰는 말 이외에 '불줄기'라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난 털을 '불거웃'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불'은 무엇을 뜻하는 말로부터 온 것일까요? 그것은 아직 모릅니다. 혹시나 '불'이 '불꽃'의 '불'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연 아닙니다.
왜냐 하면 '불꽃'의 '불'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불'이 아니라 '블'이었으니까요.
10. 가루처럼 내리는 비가 '가랑비'이고 이슬처럼 내리는 비가 '이슬비'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 이러한 말을 자주 들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음상을 연상하여 만든 '시'에서나 쓸 법한 말입니다. '이슬비'야 '이슬'처럼 내 리는 비라서 붙은 이름이니까,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랑비'는 어떻게 내리는 비일까요? 어떤 분은 '가랑가랑' 내리는 비라고 하더군요. '가랑가랑'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까, 그냥 의성 의태어인데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감기가 들었느냐'고 농담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가랑비'는 그러한 뜻이 아닙니다. 원래 '가랑비'는 '가라비'('가라'는 모두 '아래아자')입니다. 그것은 '가루비'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응'이 붙은 것입니다. 따라서 가루처럼 내리는 비가 가랑비이고 이슬처럼 내리는 비가 이슬비입니다.
11. '노닐다'는 '놀다 + 닐다의 합성어...'닐다'는 '가다'의 뜻
'한가롭게 이리 저리 거닐며 놀다'의 뜻을 가진 '노닐다'의 어원은 아주 쉽게 풀 수 있지요. 이것은 '놀다 + 닐다'의 합성어입니다. '놀다'의 뜻은 잘 아실 것이고, '닐다'는 '가다'의 뜻입니다. 옛말에서는 '니다'와 '닐다'의 두 형태가 '가다'의 뜻을 지니고 있었지요.
'니은' 앞에서 '리을'이 탈락하는 현상은 흔히 발견되는 우리 국어의 음운현상이지요. '살다'의 어간 '살-'에 '-니'가 붙으면, '사니'가 되듯 말입니다. 요즈음은 이러한 현상을 없애기라도 하듯 '살으니'로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유추에 의한 현상이지요.
12. '고양이'를 왜 '나비야!'하고 부를까요?
'고양이'를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양이의 어원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 '고양이'를 더 이상 분석해 보실 수 있나요? '고양 + 이'로 분석하시렵니까? '-이'가 붙는 단어가 많으니까 말입니다.
'매미'가 '맴맴' 운다고 해서 '맴'에다가 접미사 '-이'를 붙여서 '매미'를 만들었으니까, '고양이'도 '고양고양'하고 우는 소리에다가 '-이'를 붙인 것은 아닌가 해서 위와 같이 분석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고양고양' 울던가요? 아니면 '야옹야옹'하고 울던가요?
'고양이'는 어원적으로는 더 이상 분석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절대로 '고양고양' 울어서 거기에다가 '-이'를 붙인 것이 아닙니다. '고양이'는 '괴 + -앙이'로 분석됩니다. 옛말에서 고양이는 '괴'였거든요. 그런데 이 '괴'는 '고이'로 발음되던 이중모음이었습니다.(그러나 꼭 '고이'와 발음은 같지 않았습니다.) '괴앙이'가 음운변화를 일으켜서 오늘날의 '고양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보통은 '나비야!'하고 부르는데, 이 '나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측은 할 수 있겠지요. 고양이 가 원숭이처럼 나무 등을 잘 타니까, 원숭이의 옛말인 '납'을 (지금은 잔나비, 또는 잰나비) 비유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추측은 금물입니다. 왜냐 하면 아직까지 그러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거든요.
13. 설화에 의하면 '베짱이'는 베를 짜고 노래를 부르는 곤충.
'베짱이'를 아시나요? 메뚜기의 일종이지요. '베짱이와 개미'의 이솝우화도 아시겠지요. '베짱이'는 옛말에는 '뵈짱이'였습니다. 물론 '짱'은 어두에 '비읍지읒'을 가지고 있었던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뵈짱이'는 '뵈 + 짜- + 앙이'로 구성되어 있었던 단어입니다. '뵈'는 지금의 '베'이고 '자-'는 '베를 짜다'의 '짜'입니다. 그리고 '-앙이'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지소사입니다. 즉 '베를 짜는 작은 동물'이란 뜻입니다.
어떻게 해서 '베짱이'가 '베를 짜는 것'으로 인식되었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여러 가지 설화에 의하면 '베짱이'는 베를 짜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4. '벽'의 사투리인 '베름빡'에 관하여
'베름빡'이라고 하면 알아 들을 분이 몇이나 되실 지 모르겠습니다. 시골에서 사용되는 사투리의 하나이지요. 보통은 '벽'이라고 하는데, 시골에서는 '베름빡'이라고 하지요.
'베름빡'은 원래는 '바름'(모두 아래 아자)이었습니다. 그 뜻은 '흙으로 발랐다'는 뜻이지요. 그러던 것이 한자가 들어 와서 여기에 다시 '벽'이 붙었지요. 그래서 결국 '바름벽'이었는데, 이것이 음운변화를 일으켜서 '베름빡'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젠 그 어원을 거의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지요.
15. '방구'(가죽피리)는 고유어가 아니라 한자어
여러분 중에 '가죽피리'라는 은어를 아시나요? 생리작용에 의하여 일어나는 증상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이 '방구'는 고유어 같은가요? 아닙니다. 한자어입니다. 즉 '방기'입니다. '방'은 '놓을 방' 그리고 '기'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인데, '갓 변'에 '기운기'를 쓴 자입니다. 그런데 '방기'가 어떻게 해서 '방구'가 되었느냐구요?
이 '방구'는 옛말에서는 '방긔'라고 했었기 때문에 오늘날 '방구'가 가능하지요. 오늘날에는 이것이 한자어인 줄 모르게 된 것입니다.
근거가 있느냐구요? 그럼요. 17세기 이후의 모든 문헌에 '방긔'로 나오고 이것의 한자가 표시되어 있지요. '역어유해' 등에서 찾아 보세요. 틀림없을 테니까요.
16. '무지개'는 '물'로 된 '문'이라는 뜻
'무지개'는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된 단어이며, 또 무슨 뜻일까요? '무지개'는 원래 '물지게'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지읒' 앞에서 '리을'이 탈락하므로 '무지게'로 된 단어입니다.
원래는 '무지게'가 아니고 '므지게'였지요. 왜 '무지개'가 아니고 '무지게'이냐고요? 비어두음절에서 '에'와 '애'가 중화가 되어 현대에는 '개'가 되었습니다만, 원래는 '에'였습니다.
'물지게'는 '물+지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은 '물 수'의 '물'입니다.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생기지 않아요?
그리고 '지게'는 물건을 나르는 '지게'가 아니고, '문'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지금도 한
집안의 주인을 '호주'라고 하는데, 그때의 '호'를 '집 호'라고도 하지만, 옛말에서는 '지게 호'였지요. '문짝'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문짝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지만, 옛날의 '지게'는 그 윗부분이 무지개의 윗부분처럼 되어 있었지요. 곡선으로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물'로 된 '문'이라는 뜻을 가진 것이 '무지개'입니다.
17. '닭의알'-->'닭이알'-->'달걀'......'달걀'은 토박이말
지금 우리는 한 가지 사물을 몇 가지의 명칭으로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달걀'입니다. '달걀'이라고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계란'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겨란'이라고도 합니다. 이 세 단어는 동일한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달략'은 고유어이고, '계란'과 '겨란'은 한자어입니다.
'달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닭의알'의 그 원래의 형태입니다. 그러다가 소유격 조사인 '의'가 단모음화되어 '이'가 되니까, '닭이알'이 되고, 이것이 변하여 '달걀'이 된 것입니다. '계
란'은 '닭 계, 알 란' 의 두 한자가 모여서 된 단어이고, '겨란'은 이것이 변화하여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18. '뚜렷하다' '또렷하다'는 원래 '둥글다'는 뜻
현재 '뚜렷하다'는 말은 '엉크러지거나 흐리지 아니하고 똑똑하고 분명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렷하다'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단지 그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옛말에 이 '뚜렷하다'나 '또렷하다'는 '두렷(디귿 받침)하다'와 '도렷(디득 받침)하다'였습니다. 그 뜻은 '둥글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옛날에는 둥근 것이 더 분명하게 인식되었던 모양입니다. 미인의 얼굴을 묘사할 때에도 역시 '도렷하다'가 사용되었으니까요. '둥글다'는 17세기부터 보이는 단어입니다. 처이때부터 '두렷하다'는 '분명하다'는 뜻으로 변화를 겪기 시작합니다.
19. '물 한 모금 마시고'의 '모금'은 '먹다'와 연관된 단어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제가 국민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동시의 한 구절입니다. 이 때 '모금'은 지금은 그 어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옛말의 형태를 보시면 금방 그 어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옛말에서는 '모금'은 '머곰', 또는 '먹옴'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쉽게 그 어원을 짐작하시겠지요? '먹다'와 연관된 단어입니다. 어간 '먹-'에 명사형 접미사인 '음', 또는 '옴'이 붙어서 된 단어이거나, 이 '먹-'에서 파생된 단어인 '머곰다'의 어간형이 그대로 명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사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쓰이는 예는 그리 흔하지 않아서, 전자의 설명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머곰다'(또는 '머굼다')가 오히려 '머곰'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것을 영 파생이라고 하는데, 우리 국어에서는 그 예를 흔히 발견할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신' - '신다'
'품' - '품다'
'안' - '안다'
'배' - '배다'
'띠' - '띠다'
'되' - '되다'
'갈(칼)' - '갈다'
'빗' - '빗다'
등등이 그러한 예들입니다. 물론 이중에는 동사에서 명사로 파생된 것도 있습니다.
'머곰'의 '머'는 '미음' 때문에 뒤의 모음 '어'가 원순모음화되어서 '모곰'이 되고 이것이 다시 '모금'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20. '만나다'는 '맞나다'에서 온말
......곧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한다'는 뜻
'만나다'의 어간 '만나-'를 더 이상 분석할 수 있으세요? 이것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만 + 나'로밖에 분석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만나다'의 어간 '만나-'는 '만- + 나-'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만-'과 '나-'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그 형태만 가지고서는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이 '만나다'가 변화해 온 과정을 아시면 금새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만나다'는 옛날의 단어형태가 '맞나다'였습니다. 이것이 '맛나다'로 표기되었고, 이 형태는 자음동화를 일으켜 '만나다'로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맞'은 '서로 같이'라는 부사이고요, '나다'는 '출발하다'는 뜻입니다. '맞'은 지금은 쓰이지 않는 부사지만, '마주'라는 부사로서 남아 있습니다. '맞'에 부사형접미사 '-우'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부사입니다. '맞'은 동사 어간으로도 쓰여서 오늘날 '손님을 맞다', 즉 '마지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결국 '맞나다'는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그 뜻이 자연히 '만나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지요.
21. '꽁치'의 어원에 관한 유력한 설이 있습니다
생선의 하나인 '꽁치'를 모르시거나 한 번도 드시지 않은 분은 없겠지요. 이 '꽁치'의 어원은 현재로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치'는 물고기를 나타내는 접미사로서 알고 있지요. '넙적한 물고기'는 '넙치', '날라서 가는 물고기'는 '날치', '칼과 같은 물고기'는 '갈치'('칼'은 예전엔 '갈'이었으니까요), '검은 물고기'는 '가물치' 등등, '-치'가 무척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가 붙은 물고기 중에 알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꽁치'와 '멸치'입니다. '멸치'의 어원은 알 수 없고, '꽁치'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꽁치'에 대해서는 '아언각비'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꽁치'는 원래 '공치'인데, 이 물고기는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 '구멍'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치'는 '구멍 공'의 '공'에 '-치'가 붙었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된소리가 되어 '꽁치'가 되었다는 것 같습니다. 아언각비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는 이 설이 가장 그럴 듯합니다. '꽁치'를 한 번 살펴 보시지요.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22. '온갖'은 '수적으로 전부의 종류'란 뜻
여러분들은 아마도 '온갖'을 '백 가지'로 배우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온'이 '백'을 나타내는 뜻이고, '갖'은 '가지'의 준말이라고 아셨을테니까요.
물론 '온'은 '백'을 뜻하는 순수한 우리 고유어입니다. 그래서 '백'을 뜻하는 '온'이 현대국어에서 의미가 전이되어 '수적으로 전부의' 뜻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오늘날 '온갖'을 설명하는 방법이지요.
그러나 '온갖'의 '온'은 '백'의 뜻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알다'('알'은 아래아 자임)의 활용형입니다. '오알다'는 한자로 '전'(온전 전)인데, 그 석이 '오알 전'이었습니다. 이 활용형은
'오안'('안'은 아래 아자)이 되고 이것이 앞의 모음 '오' 때문에 동화되어 '오온'이 되고 이것이 다시 '온'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온갖'은 '수적으로 전부의 종류'란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23. '낭떠러지'와 '벼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낭떠러지'와 '벼랑'은 어떤 차이가 있지요? 둘 다 '언덕'이나 '비탈'을 뜻하는 단어인데, 분명하게 그 차이를 말하기 어렵지요?
사전을 찾아 보면 '낭떠러지'는 '깎아지른 듯한 언덕', '벼랑'은 '낭떠러지가 험하게 비탈진 언덕' 또는 '험하고 가파른 비탈'로 되어 있습니다.
그 경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하나는 한자어이고 하나는 고유어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사론적으로 보아서, 문장에서 쓰이는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형태론적으로 합성어나 파생어를 만드는 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음동의어는 더더구나 아니지요. 원래 어원이 다르니까요.
그 차이를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 어원만 말씀드리지요. '낭떠러지'는 '낭 + 떠러지'로 구성되어 있음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떠러지'는 알 수 있지요. '낭'은 그 자체가 '낭떠러지'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처음엔 '낭'으로만 사용하다가 이 단어의 원래 뜻을 잘 이해 못하니까, 여기에 다시 '떠러지'를 붙여서 그 뜻을 분명히 한 셈이지요. 이렇게 동일한 뜻을 가진 단어를 연결하여 한 단어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 국어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요.
'벼랑'은 더 분석될 수 없는 단어 같지만, 이 단어는 '별 + 앙'으로 분석됩니다. '별'은 그 자체가 '벼랑'이란 뜻이었는데, 여기에 접미사 '-앙'이 붙어서 '벼랑'이 되었습니다. 가끔 '벼락'으 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벼락'이 천둥 번개치고 벼락치는 '벼락'이 아니고 '벼랑'처럼 '깎아지른 듯한 비탈'을 뜻하는 단어가 또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혹시 '이 댐부락 같은 녀석'이라는 욕을 들은 사람이 있나요?
'댐부락'은 '담벼락' 또는 '댐벼락'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원래 '담 + 벼락'이 합쳐진 말입니다. '담'의 뜻은 아실 것이고, 이 때 '담'이 '댐'이 된 것은 낮춰서 말할 때 쓰는 방식이지요.
즉'이' 모음을 첨가시키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지요. '겨집'이 '계집'이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소위 '이 모음의 역행동화'가 아니지요. 그리고 '벼락'은 역시 '벼랑'과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24. '눈꼽'의 '꼽'은 원래 '곱'...'곱'은 '기름'이란 뜻
< '눈꼽'의 어원>
'꼽'자가 들어간 단어를 생각해 보시지요. '눈꼽, 배꼽, 손꼽' 등이 있습니다. 이때의 '눈' '배' '손'이야 모르실 리 없겠지요. 그런데 '꼽'은 무슨 뜻일까요?
'꼽'은 원래 '곱'으로서, 이때의 '곱'은 '기름'이란 뜻입니다. 이 '곱'은 '곱창'에도 남아 있습니다. '곱창'이 '기름 덩어리'임을 모르실 리 없겠지요.
25. '곡식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 --> '한 마지기'
'논 몇 마지기, 밭 몇 마지기'처럼, '마지기'는 농촌에서 농토의 크기를 말하는 단위로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때의 '마지기'의 뜻을 알고 계시는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섬지기'라는 말이 있어서 '마지기' 는 '마'와 '지기'로 분석될 수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기'는 '농사를 짓는다'는 말의 '지기'일까요? 아니지요. 만약에 그렇다면, '지기'가 아니고 ' 짓기'이겠지요. '지기'는 옛말로 '디기'였습니다. 곧 '떨어진다'는 뜻의 '디다'
의 명사형이지요. 그러니까 '마지기'는 '말 + 디기'이어서 '말디기'가 되고 디귿 앞에 서 리을 이 떨어져서 '마디기'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가 되어 '마지기'가 된 것입니다. 즉 '한 말이 떨어질 수 있는 땅' 즉 '한 말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한 마지기'라고 한 것입니다.
이 '마지기'는 원래 한자로 '두락'(말 두, 떨어질 락)이었는데, 이것이 이두로서 사용되다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섬지기'는 '한 섬을 수확할 수 있는 땅'을 말하는 셈이 되었지요.
26. '곰'과 '팡이'의 어원을 아셔요?
'곰팡이'의 뜻을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이 '곰팡이'는 가끔 '곰팡 나다' 처럼 '곰팡'으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팡이 제로'라는 '곰팡이 제거제'가 나와서 '팡이'라고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팡이'라는 말은 그리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아닙니다.
'곰'과 동일하게 사용된 단어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곰탕'입니다. 먹는 음식의 이름이 아니고요. 지금도 함경도 방언에서는 '곰팡이'를 '곰탕'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곰'이란 단어를 아십니까? '곰팡이'는 그 원래의 형태가 '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곰'이란 단어는 늘 '곰 피다' '곰이 피다' 등으로 쓰이었습니다.
그러면 '팡이'는 무엇일까요?
'곰탕'이란 단어도 '곰탕 피다'처럼 사용되었던 단어입니다. 예를 든다면 '장마에 곰탕 피다'처럼 쓰이었던 것이지요. 이때의 '탕'은 또 무엇일까요? '곰'은 '곰팡이'란 뜻의 단어인데, '탕'은 그 어원을 알 수 없는 것이고, '팡이'는 '피다'의 어간 '피-'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은 것입니다.
27. '곧다'와 '굳다'에서 나온 '꼿꼿하다'와 '꿋꿋하다'
오늘날 '꼿꼿하다'란,
1. '단단하고 길쭉한 것이 굽은 데가 없이 쪽 바르다'
2. '배반하거나 뜻을 포기하는 일이 없이 굳세다'란 뜻이지요. 원래 1 의 뜻이었다가, 2 의 뜻으로 전의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2 의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꼿꼿하기는 개
구리 삼킨 뱀'(고집이 센 사람을 일컫는 말), '꼿꼿하기는 서서 똥 누겠다'(고집이 세어서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꼿꼿하다'는 옛말에서는 '곧곧하다'로 사용되었습니다. '곧곧하다'는 '다리가 곧곧하다', '목이 곧곧하다' 처럼 앞의 1 의 뜻으로 사용되었지요.
'곧곧하다'는 '곧다'의 어간인 '곧-'이 겹친 첩어이지요. 즉 '곧고 곧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곧하다'에서 온 말이 아니라 '곧다'에서 온 말입니다.
곧하다'란 단어는 쓰이지 않았었습니다. 대개 첩어가 되면 대개 첩어의 어간에 '하다'를 붙여서 사용하니까요.
그런데 '꼿꼿하다'와 유사한 말로 '꿋꿋하다'가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꿋꿋하다'의 어원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물론 '굳굳하다'에서 온 말이고, 이것은 '굳다'에서 온 단어입니다.
'곧다'와 '굳다'는 그 뜻이 전혀 다른 말인데, 여기에서 나온 두 단어인 '꼿꼿하다'와 '꿋꿋하다'가 마치 동일한 단어에서 모음만 바꾼 단어인 것처럼 생각되지 않습니까? 이것은 '꼿꼿하다'가 앞에서 든 1 의 뜻으로 사용되면서부터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28.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기침'의 어원
감기가 심하게 들면 고통스럽지요. 저는 늘 감기 때문에 고생을 한답니다. 감기하고 같이 살지요. 그래서 제 처가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제 처는 농담으로, 저에게 이혼당할까 전전긍긍
한다고 합니다. 제가 감기하고 혼인을 할까 보아서 하는 소리입니다. 감기가 혼인식은 안 했지만, 꼭 저하고 동거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잠시도 저하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까 하는 농담입니다. 금년에는 꼭 감기하고 별거를 해야 하겠습니다.
객적은 소리 그만하고 이제 '기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요. '기침'은 옛말 '깃다'(치읓 받침,
이하 아래의 모든 것에 해당)(이런 글자도 나오지 않는 완성형 한글 코드는 통신상에서 언제 없어지나?)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 '깃다'란 단어는 '기침하다' 란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깃다'는 동족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이지요. 즉 '울음을 울다, 잠을자다, 꿈을 꾸다 '처럼 '기침을 깃다'로 사용되던 것이었지요. 물론 '울음을 울다, 꿈을 꾸다, 잠을 자다'에서 '울음, 꿈, 잠' 없이 '울다, 꾸다, 자다' 등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깃다'도 목적어 없이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침'은 '깃다'의 어간 '깃-'에 명사형 접미사 '-으' 나 '-아'(아래 아)가 붙어서 '기츰'이나 '기참'('참'자는 아래 아자)으로 사용되다가, 그 음이 변화하여 '기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츰을 깃다'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서부터 '기츰하다' 등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이 '기침하다'나 '기침을 하다'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셈이지요.
29. '값이 싸다'는 원래 '값이 적당하다'는 뜻
요즈음은 값이 싼 것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으로, 값이 비싸다는 것은 가격이 기준보다 고가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원래 '싸다', '비싸다'는 그러한 뜻이 아니었습니다.
값이 싸다는 말은 15세기문헌에서도 보입니다만, 그 뜻은 '값이 적당하다' '그 값에 해당한다', '그 값이 마땅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싸다'는 말은 지금도 그러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요. 예를 들면 '너는 매를 맞아도 싸다'는 말을 쓰는데, 그 뜻은 '매를 맞아도 마땅하다'는뜻 아니던가요?
'비싸다'는 말은 '빚이 싸다'는 뜻입니다. '빚이 싸다'가 '빚싸다'가 되었다가 오늘날 다시 '비싸다'로 되었는데, '채무를 지기 적당하다, 채무를 지기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값을 고가로 지불하면 빚 지기 적당하지요. 옛말에서는 '빚이 천원이 싸다' 등으로 사용되던 구문이었는데, 오늘날은 그 어순이 바뀌어서 '천원이 비싸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0. "구실을 삼다"와 "사람 구실을 못한다"에서
'구실'은 서로 다른 단어
"구실을 삼다", "사람 구실을 못한다" 의 두 문장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구실'은 같은 단어일
까요, 서로 다른 단어일까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핑계의 밑천으로 삼다'는 뜻이고, "사람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응당 하여야 할 일'을 뜻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한 번 사전을 찾아 보시지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한자어입니다. 즉 '입구, 열매실'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한자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원래의 뜻을 아신다면, 아마 이 해하시기 힘드실 것입니다. 원래'구실'은 이전에는 '구위실', 또는 '구의실'로 쓰이었던 것입니다. 이 '구위실'은 그 뜻이 '공공 또는 관가의 일을 맡아 보는 직무'라는 뜻이었습니다. 한자를 보면 '관직'이란 뜻이었던 것이지요.
이것이 다시 '조세의 총칭'으로도 변하였습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관직으로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세금'을 받아내는 것이었던 모양이지요? 가렴주구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던 것이 '직책'이란 뜻으로 바뀐 것이지요. 그러니까 '구위실'에서 '구의실'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구실'로 음운변화를 거치면서 그 뜻도 '관직'에서 '조세'(세금)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직책'이란 뜻으로 변한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한자를 배울 때만도 '공공기관'의 맨 앞의 '공'을 '귀 공'이라고 배웠는데(지금은 '공 공'이라고 하더군요), 이 때의 '귀'가 '귀하다'의 '귀'가 아니라, 바로 '관청'이란 뜻이었던 것을 안 것은 국어학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나서의 일이었습니다.
31. '아깝다'와 '아끼다'는 연관된 단어
소중한 것이 없어지거나 잘못되어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아깝다'는 말을 합니다. 이 '아깝다'는 옛날에는 '앗갑다'로 쓰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앗갑다'는 '아끼다'와 연관된 단어 입니다. 이 '아끼다'는 옛날말에는 '앗기다'였지요. 그래서 '앗기다'의 어간 '앗기-'에 접미사 '-압다'가 결합되어 '앗기압다'가 '앗갑다'로 사용되게 되고, 이것이 현대국어에서는 '아깝다' 로 변한 것입니다. '아끼다'는 아깝게 여겨서 함부로 쓰지 않거나 못쓰게 되지 않도록 힘쓴다는 뜻이니, 서로 연관이 되지요?
32. 생식기 근처에 난 털을 뭐라고 하는지 아셔요?
'수염'의 뜻을 모르시는 분은 한 분도 없으실 것입니다. 보통 낮추는 말로 '몸에 난 털'을 말한다고 하시겠지요. 그러나 가슴에 난 털도 수염이라고 하던가요? 그렇지 않지요. 그건 그대로 털이지요.
그렇다면 '수염'은 어디에 난 털을 말하던가요? '수염'은 입가와 턱에 난 털을 이르는 말입니다. 왜 그러냐구요? 이 '수염'은 한자어이니까요. 즉 입가에 난 털을 '수'라고 하고, 뺨에 난 털 을 '염'이라고 하는 한자로부터 나온 말입니다. 그 한자가 워낙 쉽지 않은 한자이기 때문에 한자로 잘 쓰지 않으니까, 마치고 유어인 것처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고유어로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했을까요? 고유어로는 '거웃' 또는 '나룻'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훈몽자회에도 '입거웃 수' '거웃 염'이라고 한자의 석을 달았지요. 특히 생식기 근처에 난 털은 절대로 '나룻'이거나 '수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X거웃'이었었지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나룻'은 특히 얼굴에 난 털을 말합니다. 귀밑에서 턱까지 난 수염을 '구레나룻'이라고 하고, 두 뺨과 턱에 다보록하게 난 짧은 수염은 '다박나룻'이라고 합니다.
33. '지붕'은 '집'의 '위'란 뜻
집이 있으면 '지붕'이 있게 미련이지요. 이 '지붕'은 분명히 '집 +웅'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의 뜻은 알겠지만, '웅'이 무엇인지 이해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지붕'은 옛말에서는 '집 우(히읗 받침이 있습니다)'이었습니다. '우'는 '위'라는 뜻입니다. '우'는 소위 '히읗 종성체언'이라고 하는 단어입니다. 이렇게 '히읗'을 가지고 있던 단어가 '이응'으로 변한 단어들이 꽤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은 '종이'라고 하는 단어는 옛말에서는 '조(모이 '요'임)희'였지요. 그리고 지난 번에 말씀드린 '바위'는 '바회'였었는데, '방구'라는 말로 변한 방언도 있습니다.
'지붕'은 '집'의 '위'란 뜻입니다. 옛날에는, 아니 제가 어렸을 때에도 이가 빠지면 이를 지붕에 던졌었는데, 오늘날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은 던질 지붕도 없지 않을까요? 워낙 지붕이 높아서 어디 던질 생각이나 내겠습니까?
34. '낮다'의 어간 '낮'에 '-브다'가 붙어 생긴말 --> 나쁘다
'좋다'에 대립어로 쓰고 있는 '나쁘다'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어디 어림짐작이라도 해 보시지요? 아마 생각이 나지 않으실 겁니다. 왜냐 하면 옛날의 형태에 비해 너무 많이 변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쁘다'는 '높다'의 대립어인 '낮다'의 어간 '낮'에 접미사인 '-브다'가 붙어서 생긴 말입니다. 그러니까 '낮 + 브다'가 '낫브다'로 쓰이다가 이것이 '낫'의 '시옷' 때문에 '비읍'이 된소리가 되어서 '나쁘다'가 된 것입니다.
원래의 뜻은 '부족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지 않다'는 뜻으로 변화한 것은 18세기 이후입니다. 1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부족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었지요. 그래서 '잠이 낫브다, 옷 과 밥이 낫브다' 등으로 쓰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접미사 '-브다'가 붙어서 된 단어가 여럿 있습니다. '예쁘다, '예쁘다, 바쁘다, 가쁘다, 어여쁘다, 누우쁘다, 기쁘다, 미쁘다'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35. '장아찌'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먼저 '지'를 말씀드려서 '지'를 아셨으니, 이젠 '장아찌'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장아찌'는 옛날부터 쓰이던 것이었는데, 이때의 '찌'가 무엇인지는 위의 설명에서 이미 아셨을 것입니다. 즉 '간에 저린 채소'를 '디히'라고 했는데, 이것이 '지'로 변하고, 이 '지'가 된소리로 되면 '찌'가 됨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면 '장아'는 무엇일까요?
이때의 '장아'는 한자어입니다. 옛날 문헌에는 '장아찌'를 '장앳디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장' + 애(처소를 나타내는 처격 조사, 오늘날의 '-에'에 해당합니다) + 시옷'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그 뜻은 '장(간장, 된장, 고추장)에 담근 채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장앳디히'가 변화하여서 '장앗디히, 장앗지이'로 되고 이것이 오늘날 '장아찌'가 된 것입니다.
36. '찌개'는 '디히개 > 디이개> 지이개 > 지개 > 찌개'로 변화한 말
'장아찌'를 말씀드리니까, 또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찌개'입니다. '찌개'는 역시 '지'와 연관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비지찌개, 굴비찌개, 북어찌개' 등 그 종류도 많습니다. '찌개'는 '
고기나 채소를 쪄 내서 다시 끓인 반찬'을 뜻하니까, 여기서 말하는 '쪄 내다'의 '찌다'와 연관된 단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그 생각을 바꾸셔야 하겠습니다.
만약에 이 '찌다'의 '찌'에 접미사 '-개'가 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만든 단어인 '찌개'는 아마도 '찌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찌개'는 '디히개 > 디이개> 지이개 > 지개 > 찌개'로 변화를 겪은 것이지요. 그런데 접미사 '개'는 대개 동사의 어간과 연결되는 것이 더 많아서 '덮개, 깔개, 발싸개, 이쑤시개' 등으로 쓰이지만 '찌개'처럼 명사에도 붙기도 합니다.'부침개, 털이개' 등이 그것이지요.
37. '사냥'의 어원에 대한 부연설명
사냥이라는 고유어가 있었는데, 이것을 견강부회식으로 한자의 산행으로 쓴 것에서, 곧잘 '사냥'을 '산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냥'을 '사'(아래 아자)에다가 '양'이 붙은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즉 '산(아래 아자)'은 '사나이'를 말하고 '양'은 모양을 뜻하는 것이라는 그럴 듯한 말도 합니다.
만약에 '사냥'이 고유어로 쓰인 것이었다면, 문헌에 한번이라도 등장하여야 하겠는데, 제가 찾아 본 15-19세기의 문헌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산행'으로 되어 있고, 어휘자료집을 보면 역시 '산행'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글이 있습니다.
여기에 학술적으로 어렵게 써서, 여러 사람들이 국어의 어원풀이를 지겹다고 생각할까 보아서, 여기에서는 문헌자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용비어천가 마지막 장에 '산행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잇가'라는 글을 연상하시기 바랍니다.
38. "영낙없이 지 애비 탁했네" --> "영낙없이 지 애비 닮았네"
어린 자식을 데리고 고향을 찾아 가서 일가 친지를 뵙고 인사를 올리면 어른들께서는 자주 이런 말씀을 합니다.
" 아 그녀석 지 애비 영낙없이 탁했네. "
" 아 그럼 부모를 탁해야지 누구를 탁해. "
부부 사이에도 아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실 때, 이런 불평을 합니다.
" 길동이가 나를 탁했으면 심부름도 잘 할 텐데, 당신 탁해서 그렇게 말을 듣지 않 는 거요. "
전북 지방에서는 '누구를 닮았다'는 표현을 '누구를 탁했다'라고 합니다. 얼굴을 닮은 것도 '탁했다'고 표현하고, 행동을 비슷하게 하는 것도 '탁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뜻으로 '친탁하다'고 하고, 외가를 닮았을 때는 '외
탁했다'라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친탁하다, 외탁하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철수는 친탁했다, 철수는 외탁했다'와 같이 사용하지만.
전북 지방에서는 '철수는 아빠를 탁했다'와 같이 사용하여 목적어를 갖는 타동사로 쓰이고 있 습니다. 사전에는 '탁하다'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이 말은 방언입니다. 표준어로는 '닮다'라고 해
야 합니다.
" 이 아이는 꼭 아빠 닮았네. "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닮는다고 합니다. 얼굴만 부모를 닮는 게 아니고, 행동이나 습관도 부모를 그대로 닮는다고 하니, 아이 앞에서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39. 라면은 살짝 끓여서 물을 버리고 다시 삶아 먹는 것이 좋다는군요.
'라면'은 간식으로 많이 먹는 식품입니다. 어떤 어린이는 아침부터 라면을 먹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88 올림픽 때, 미국 선수들이 라면을 무척 즐겼다고 들었습니다.
이 '라면'은 흔히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알고들 있습니다만, 사전을 통해서 보면, 중국어에서 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자어로 '손 수 변'에 '설 입'자를 쓴 '랍'자에 '국수면'자를 써서 '랍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납치하다'의 단어에서 쓰는 '납'자와 같습니다.
이 한자어 '랍면'은 중국어로 'lamien'으로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라-멩'이라고 하는데, '라'를 발음할 때 길게 합니다. 이 발음 역시 중국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중국어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라면은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기 때문에 오래 지나면 기름이 부패하게 되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끓여 드실 때, 살짝 끓여서 물을 버리고 다시 삶아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조금 힘이 들지만요.
40. '베개'를 전북지방에서는 '비개' '벼개'라고도 합니다.
잠을 잘 때 베고 자는 것을 '베개'라고 합니다. 그 속에는 쌀겨나 볏짚을 넣어 만든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스펀지를 넣은 베개가 많습니다.
갓 태어나서 베개를 베기 시작할 때는 대개 조를 넣어 만든 베개를 사용하지만, 나이가 조금 들면 엄마의 팔베개가 더 좋아서 항상 엄마의 팔을 베개 삼아 잠들 때가 많습니다.
전북 지방에서는 이 '베개'를 '비개' 또는 '벼개'라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 아가 비개 잘 비고 자거라이."
" 비개를 잘 비고 자야지 그라느먼 목이 아푸당게."
이처럼 '베개'를 '비개'라고 쓰는 이유는 '베다'라는 동사를 전북 지방에서는 '비다'라고 쓰기 때문입니다. 동사의 어간 '비-'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인 '-개'를 붙여 '비개'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개를 베다'라고 하지 않고 '비개를 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표준어로는 '베개'가 맞습니다.
베개는 건강에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오늘 밤 베고 자는 '베개'가 몸에 비해 너무 높지 않은지 살펴 보십시오. '
비개'는 전북 방언이라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요.
41. "여기 멀국/말국 좀 주셔요"가 무슨 말인지 아셔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아침 밥상에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 제격입니다. 콩나물국에 새우젓을 푼 국물도 괜찮고, 김치에 돼지고기를 몇 점 넣은 국물도 시원합니다. 김장하고 남은 시래기를 총총 썰어 매운 고추를 몇 쪽 넣은 국물맛도 아침 밥상에 알맞습니다.
전날 저녁 술을 과음한 남편을 위하여 끓여주시는 시원한 북어국이나 오징어국도 그 국물이
참 맛있습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큰 가마솥에다 미역을 넣고 닭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 있었는데, 고기는 어쩌다가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 국물맛만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런 국을 맛있게 먹다가, 국물이 떨어지면 우리 전북 지방에서는 대체로 이렇게 말합니다.
" 여기 멀국좀 더 주세요."
" 여그 말국좀 더 주세요."
42. '대리다' '대리미'는 전북 지방의 방언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옷을 다리시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웬만하면 다림질을 하지 않고, 그냥 풀을 입혀 밟거나 다듬잇돌에 놓고 두드려서 입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기 다리미가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온도도 자동으로 맞추어 주고, 물도 자동으로 뿜어 주니 힘이 들지 않습니다. 우리 전북 지방에서는 '다리미'를 '대리미'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은 '옷을 다린다'를 '옷을 대린다'고 말하는 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리다'의 '리'의 '이'모음이 앞에 나오는 '아' 모음에 영향을 주어서 일어난 현상으로 이모음 역행동화, 또는 움라우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표준어에서는 이런 이모음 역행동화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리미'는 방언형이고 표준어는 '다리미'가 됩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세탁소에 맡기는 일이 잦습니다만, 옷을 다리는 일은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근하는 남편의 바지나 손수건을 다려주는 일은 남편을 신나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미루지만 말고 직접 다리시는게 어떨까요?
" 여보, 바지허고 손수건허고 좀 대려줘요."
" 대리미좀 찾아줘요. 내가 그냥 대려 입고 갈게."
'대리다', '대리미'는 전북 지방의 방언입니다.
43. '멀국/말국'은 전라도 방언...'국물'이 표준어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아침 밥상에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 제격입니다. 콩나물국에 새우젓을 푼 국물도 괜찮고, 김치에 돼지고기를 몇 점 넣은 국물도 시원합니다. 김장하고 남은 시래기를 총총 썰어 매운 고추를 몇 쪽 넣은 국물맛도 아침 밥상에 알맞습니다.
전날 저녁 술을 과음한 남편을 위하여 끓여 주시는 시원한 북어국이나 오징어국도 그 국물이 참 맛있습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큰 가마솥에다 미역을 넣고 닭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 있었는데, 고기는 어쩌다가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 국물맛만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런 국을 맛있게 먹다가, 국물이 떨어지면 우리 전북 지방에서는 대체로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멀국좀 더 주세요."
"여그 말국좀 더 주세요."
어떤 분은 한 술 더 떠서
"여그 국말국좀 더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국'이나 '멀국' 또는 '국말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지방의 방언입니다. 표준어로는 '국물'이라고 해야 합니다.
예로부터 전북 전주는 콩나물국이 유명합니다. 거의 매일이 콩나물국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국물이 떨어지면 이 지방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줌마, 여그 콩나물 멀국/말국좀 더 주세요."
44. 전북에서는 '생강'을 '시앙/새앙'이라고 말합니다.
감기가 극성을 부립니다. 겨울철 건강을 생각하셔서 생강차를 끓여 드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커피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을 우리차로 바꾸는 계기도 되겠지요.
생강으로는 생강엿을 만들기도 하고 식혜를 만들기도 합니다. 겨울 밤이 이슥할 때, 속이 출출할 때, 뒷마당에서 떠온한 사발의 식혜, 그 차갑고 달콤한 맛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은 생강 주산지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생강을 '시앙' 또는 '새앙'이라고 말합니다.
" 아이, 시방 시앙 한 근에 얼마썩 가? "
" 뭔 새앙값이 이르케 싸대야? "
전북 지방에서 쓰는 '시앙'은 이 지역 방언입니다. 표준어로는 '생강, 새앙, 생'이라고 써야 합니다. 이 지역에서 쓰던 '새앙'이란 말은 표준어가 된 것입니다.
" 요즘 새앙(생강) 한 근에 얼맙니까? "
" 예, 생강 한 근에 이천원입니다. "
" 겨울철에는 생엿이 참 맛있습니다. "
새앙 한 근 사다가 따끈한 생강차를 끓여 가족끼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45. '장인 어른' '아버님'...'장모님' '어머님'...
사위가 처가 가족들의 호칭을 사용할 때,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언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만든 표준안도 있습니다. 사위가 장인과 장모를 호칭할 때, '장인 어른'이나 '아버님'이라고 하는 게 표준안이고, '장모님'이나 '어머님'이라고 하는것이 표준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만화로 익히는 우리말의 예절'이라는 책이 '고려원미디어'에서 '조선일보사'와 '국립국어연구원'이 공동으로 편찬한 것이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일반적으로는 그 지역에서 통용되는 호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6. 전라도 방언 '돈을 시다'가 무슨 말인지 아셔요?
돈은 참 필요한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생활에 불편이 없을 만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부모님께 용돈이나 학용품 구입을 위해 돈을 달라고 할 때,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마음껏 돈을 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안타까울 것입니다.
공무원이니 회사원의 월급을 '쥐꼬리만한 월급'이라고 표현합니다. 월급을 받아 아무리 몇 번이고 세어보아도 그 돈이 그 돈이지 더 불어날 리가 없습니다.
돈이 궁해지면 자꾸 지갑의 돈을 세게 되는데 우리 전라 방언에서는 돈을 세는 것을 '돈을 신다'고 표현합니다.
"잘 시어봐. 돈을 실라먼 잘 시어야지 그렇게 신게 맞까니? "
" 돈을 시먼 멋헐 꺼여? 그 돈이 그 돈인디."
요즈음 대통령의 돈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공직자들의 재산등록으로 시끄럽더니 또 난리가 났습니다.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세고 말 것도 없기 때문에 마음은 편하겠습니다만,
돈이 너무 많은 공직자들은 그 돈을 셀 수가 없기 때문에 자꾸 빼고 공개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재산을 잘 셀 수 있는 그런 깨끗한 공직자들이 많아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돈을 시다'는 전라 방언이고, 표준어로는 '돈을 세다'라고 해야 합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47. '알타리무'의 표준어는 '총각무'
김장철이 다가옵니다. 시장에 나가면 배추와 무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무'는 시원한 맛때문에 김치와 반찬 재료로 즐겨 사용합니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무'를 '무수' 또는 '무시'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무수김치, 열무수, 알타리무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표준어로는 '무'라고 한 마디로 된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발음을 길게 하는 '무:'로 바뀌었습니다.
이 '무'의 종류에는 흔히 '알타리무'라고 부르는 품종이 있는데, '알타리무'라는 말은 표준어가 아닙니다. 이에 해당하는 표준어는 '총각무'입니다.
제가 어려서 즐겨 먹었던 밥 중에 '무'를 넣어 삶은 밥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그 밥을 '무수밥', '무시밥'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이야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는 게 아니라 별미로 먹는 실정입니다만, 만일 오늘 우리가 그 밥을 다시 먹는다면 '무밥'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전라도 말의 '무수' 또는 '무시'는 표준어로 '무'입니다.
48. '학독'이란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김치를 담그기 위하여 맨 처음 하는 일은 고추를 가는 일입니다. 지금은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몇 백원만 주면 고추와 양념을 갈아 주기 때문에 김치 담그는 일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께서 고추를 갈아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김치를 담그려면 고추를 갈아야 하는데 고추 가는 일은 어머니께서 하시기에는 힘든 일이셨습니다.
고추를 돌확에 넣고 밥이나 풀을 쑤어 조금 넣고 마늘 등 양념을 넣은 뒤, 절굿공이로 약 20
분 정도 갈아야 했습니다. 그걸 갈고 나면 어깨에서 힘이 빠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담근 김치는 고추가루로 담근 김치보다 훨씬 맛이 있습니다.
김치를 다 버무리신 어머니께서는 김치 속을 하나 깨소금에 무쳐서 입에 넣어 주시면서 전라도 말로 말씀하십니다.
"니가 고추를 학독으다가 잘 갈아주닝게 이렇게 짐치가 맛이 있는 거 아니냐?"
저녁밥을 짓기 위하여 보리를 돌확에 넣고 물을 부어 놓습니다. 예전의 보리는 껄끄럽기 때문에 약간 불려서 갈아가지고 밥을 지어야 했습니다. 둥그런 돌로 돌확에 있는 보리를 갈면 보리가 부드러워져서 부드러운 보리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집집마다 이 '돌확'이 하나씩 있었는데, 지금은 기계로 하기 때문에 이 돌확은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서 가정에서 어항으로 쓰기도 하고, 정원에 장식품으로 놓기도 합니다.
전북 지역에서는 이 '돌확'을 '학독'이라고 부릅니다.
" 아 시방은 학독이 다 없어졌지만 그전으는 학독으다 다 고추 갈아서 먹었지. 고추는 학독으 다 갈아가꼬 짐치를 담어야 제맛이 나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이런 내용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49. '새'는 '동쪽'의 의미...'샛별'은 동쪽에 제일 먼저 뜨는 별
동쪽에 제일 먼저 뜨는 별, 이 별이 곧 '샛별'이지요. 보통은 '금성'이라고도 하고요. '샛별'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별'은 알겠는데, '샛'은 무엇일까요?
'샛'은 '새'에 '시옷'이 붙은 것인데, 이때의 '새'는 동쪽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동풍을 '샛바람'이라고 하지요. 동쪽에 제일 먼저 뜨는 별, 그래서 '샛별'입니다.
이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것은 '새벽'일텐데, '새벽'의 '새'는 동쪽이란 뜻 같지만, '벽'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중세국어에서는 '벽'이 다른 음이었었지요. 즉 가벼운 비읍으로 시작하는 단어였었습니다.
50. '지렁이'란 단어를 분석하면...
'지렁이'란 단어는 어떻게 분석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렁이'의 '지'는 지렁이가 주로 땅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한자인 '땅 지'의 '지'로 보이나요? 그렇다면 나머지 '렁이'는 무엇인가요? 맨 뒤의 '이'는 접미사로 보이지요? 맴맴 운다고 해서 '매미', 개굴개굴 한다고 '개구리', 이 모든 것에 '이'가 붙어 있으니까요.
이렇게 해석한다면, 모두 맞는 말입니다. '지렁이'는 한자어입니다. 즉 '땅 지', 그리고 '용 용'
즉 '지룡'입니다. 즉 땅 속에서 사는 용이란 뜻이지요. 아니, 그렇게 작은 것도 용이라고 할 수 있느냐구요? 큰 지렁이를 아직 못 보신 모양이지요? 옛 문헌에는 모두 '디룡'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구개음화가 되어 '지룡'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다가 접미사 '-이'가 붙어서 '지룡이'가 되었고, 이것이 음운변화를 겪어서 '지렁이'가 되었습니다.
19세기말까지도 역시 '지룡'이었었는데, 20세기에 와서야 '지렁이'가 되었지요.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 '지룡'이 회충도 의미했다는 점입니다. 회충이나 지렁이나 생기기는 같지요.
51. '사냥'은 원래 한자어
......'산행'-->'산영'-->'사냥'으로 변화
'사냥'은 원래 한자어입니다. '산행(묏 산 갈 행)', 그러니까 산에 가는 것을 말하던 것이었지요. 사냥을 하려면 산에 가야 하지요. 그러던 것이 이것이 '산영'으로도 변하였지만, 곧 '사냥'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자어이던 것이 이렇게 고유어인 것처럼 변화한 것이 많습니다.
52. 아기들이 차는 '기저귀'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어린 아이들이 차는 기저귀를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단어는 도통 그 어원을 알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어떤 형태소들이 모여서 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잘 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옛말이 오늘날에는 변화를 겪어서 그것을 알 수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이 단어는 '깆'이라는 명사에 '-어귀'라고 하는 접미사가 붙어서 된 단어입니다. '깆'은 오늘날 '깃'으로 변화를 겪었습니다. '깆'이란 '옷깃, 양복 깃'의 '깃'입니다. '저고리나 웃옷의 목에
둘러 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이 '깃'이지요. '기저귀'가 그 모양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지 않던가요? 물론 이것은 천으로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귀'는 많이 쓰이는 접미사입니다. 음성모음 뒤에는 '-어귀'가, 그리고 양성모음 뒤에서는 '-아귀'가 쓰입니다. 예컨대 '손'에는 '-아귀'가 붙어서 '손아귀'가 되었지요.
그리고 옛날에는 '기저귀'를 그냥 '깆'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천으로 된 기저귀보다는 종이로 된 기저귀를 쓰니,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습니다.
53. '다니다'는 원래 '달려 간다'는 뜻
어느 곳에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다닌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 말은 달려 간다는 뜻이었다가 이러한 뜻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 말은 '닫다'(달릴 주)와 '니다'(갈 행)의 어간들인 '닫-'과 '니-'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닫니다'는 '달려간다'는 뜻이었는데, 이것이 '단니다'로 변하고 다시 '다니다'로 변했습니다. 뜻이 엉뚱하게 변한 것 중의 하나이지요.
54. "똥뀐 녀석이 성낸다"는 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어느 분이 방귀를 '꾸는' 것이 아니고 '뀌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셨는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방귀'와 연관되어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몇자 적습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용암리 마을에 방언조사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이 용암리는 자연부락의 이름이 '누룩방구'였습니다. 마치 누룩처럼 생긴 바위가 동네의 끝에 있어서 생긴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방에서는 '바위'를 '방구'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뀌는 '방구'(방귀지만 실제 발음은 '방구')와 어떻게 구별하는지가 궁금해서 사람이 보리밥을 먹으면 뀌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똥뀐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조사를 하던 학생들이 한참 웃었지만, 저는 웃음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그 말이 오래 전부터 쓰이었던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똥뀐 녀석이 성낸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귀를 뀌고서도 다른 사람이 방귀를 뀐 것인 양 남에게 돌려댄다는 뜻이겠지요.
'바위'가 '방구'가 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위'는 고어로서는 '바회'였습니다. 소위 '히읗'이있지요. 이 '히읗'은 곧잘 '이응'으로도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컨대 '죠희'가 '종이'가 되었던가 하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히읗'이 '기역'으로도 변화를 겪습니다. 그래서'바위'와 '방귀'가 같은 음으로 발음되니까, 이것을 피하기 위하여 한 낱말을 다른 낱말로 바꾸어 버립니다. 이것을 우리는 '동음충돌 회피현상'이라고 합니다.
55. '김치'는 한자어...'짠지'는 토박이말
전주에서의 일입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지' 더 드릴까요?' 하
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몰라서 우두커니 있는데, 그제서야 아주머니가 김치를 이곳에서는 '지'라고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지'의 뜻을 알았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단어들을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치'는 한자어이고 '지'가 고유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김치'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한자를 이곳에 올리지 못해서 설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이지, 짠지, 싱건지, 똑딱지, 단무지' 등의 단어들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오이로 담근 김치는 '오이지' 짜게 담은 김치는 '짠지' (충청도에서는 아직도 김치를 짠지라고 합니다) 싱겁게 담근 김치는 '싱건지' 똑딱 똑딱 썰어서 담근 김치는 '똑딱지'(표준어로는 깎두기) 단무(최근에는 표준어가 '단무우'가 '단무'로 바뀌었습니다)로 담근 김치는 '단무지' 모두 알 수 있지요.
56. '집사람'은 본래 '가족'이란 뜻
'계집'은 지금은 비칭이 되었지만, 본래는 그 형태가 '겨집'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 '겨시다'(계시다)이기 때문에 '겨집'이라고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민간어원설입니다.
'겨집'은 '여자'의 뜻으로, 평칭으로 사용되어서 '아무개는 아무개의 겨집이다'라고 했었는데, 이 '겨집'에'가 비칭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뀐 경우가 많지요.
'버리다'도 '베리다'라고 하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말할 때 쓰인다던가, '소주'를 '쇠주'라고 하면 역시 낮추어서 부르는 것이 된다던가 하는 것 등이 그러한 것이지요.
'집사람'은 본래의 뜻은 이것의 한자어 즉 '가인'(집 가, 사람 인)으로서, '가족'이란 뜻이었지요. 부인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집사람'이라고 호칭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옛날 문헌에서 '집사람'이라고 한 것을 보면 대개 그 부인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었지요.
57. '눈 위에서 달리는 말'이 '썰매'의 어원
겨울이 되면 썰매를 타고 놀곤 하던 생각이 나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시골의 깊은 산 촌에나 가야 어쩌다 발견하는 것이어서 젊은 사람들 중에는 이 '썰매'를 구경도 못한 사람이 꽤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젼에서 국민학교 학생에게 '인두'를 보이며 이것이 무엇에 썼던 것인 것 같으냐고 물으니까, 한참 들여다 보다가 '화살촉'이 아니냐고 되묻는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린이들에게 '썰매'를 보이면, '나무깔판'이 아니냐고 되물을 것 같습니다.
'썰매'는 엉뚱하게도 한자어입니다. 즉 '설마'(눈 설, 말 마)의 음이 변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눈위에서 달리는 말'이란 뜻이지요. 어떻습니까? 그럴 듯하게 이름을 붙였지요? 이렇게 우리 선조들은 슬기롭게 이름을 붙였었습니다.
58. '참꽃'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진달래꽃
'참꽃'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진달래꽃을 말하고, '개꽃'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철쭉꽃'을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먹을 수 있는 꽃'과 '먹을 수 없는 꽃'은 진달래를 말씀드리면서 드린 말씀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59. '고주망태'의 '고주'는 원래 토박이말...그 뜻은?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고주망태'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퍼마셨다'고 말하지요.
고주망태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고주'를 '고주'(쓸고, 술 주)라고 해석하는 분도 있지요. 그러나 '고주'는 '쓴 술, 또는 독한 술'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가 아닙니다. '고주'는 고유어
입니다. 원래는 '고자(아래 아)'이지요. '고자(아래 아)'란 '고조'라고도 썼는데, 그 뜻은 누룩이 섞인 술을 뜨는 그릇을 말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와 같은 것으로, 무엇을 담는 그릇을 말하기도 하고, 전혀 쓸모없이 되어버린 상태를 말하기도합니다.
그래서 '고주망태'란 술통을 통째로 마신 것처럼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66.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꽃은 '참꽃'...먹을 수 없는 꽃은 '개꽃'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와 '진-'이 접두사임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개나리'는 '나리'에 접두사 '개-'가 붙은 것이고 '진달래'는 '달래'에 접두사 '진-'이 붙은 것입니다. 나리꽃은 나리꽃인데, 그보다도 작고 좋지 않은 꽃이라고 해서 '나리'에 '개-'를 붙인 것이고, 달래꽃은 달래꽃인데 그보다는 더 좋은 꽃이라고 해서 '진-'을 붙인 것입니다. 원래 '나리'꽃은 '백합'꽃을 일컫던 단어였습니다. '백합'꽃과 '개나리'꽃을 비교해 보세요. '나리'꽃과 '달래'꽃을 아시는 분은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것에는 접두사 '진-'을, 좋지 않은 것에는 접두사 '개-'를 붙인 단어가 우리 국어에는 무척 많지요. 이러한 것의 전형적인 것을 들어 보일까요? '개꽃'과 '참꽃'을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분은 아마도 대전과 군산을 잇는 경계선 아래에 고향을 두신 분입니다. 즉 이 단어는 영남과 호남의 일부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방언입니다. 그 북쪽이 고향이신 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꽃은 '참꽃'이고 먹을 수 없는 꽃은 '개꽃'이지요.
67. '학독'은 원래 '확독'
...나무나 돌을 움푹 파서 고추를 찧는 도구
어느 분이 '학독'의 뜻을 물으셨고, 이 태영 교수가 그 뜻을 알려 드렸습니다. 방언 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이 태영 교수의 풀이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학독'은 원래 '확독'입니다. '확'은 지금도 방언형에서 쓰이고 있는데, 나무나 돌을 움푹파서, 그곳에 고추를 넣고 찧거나 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움푹 들어간 곳을 '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은 '돌'의 방언형입니다. 지금도 남부방언에서는 '돌'을 '독'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늘 말하는 '바둑'의 '둑'도 원래는 '돌'의 뜻입니다. '바둑'도 방언에서 '바돌'이라고 하는 지역이 많거든요.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68. '꿩 먹고 알 먹고'가 '일석이조'란 의미로 쓰이는 까닭은?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은 '일석이조'란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왜 그러한 말이 나왔을까요?
꿩처럼 주위의 소리에 민감한 동물도 드물 것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가는 소리만 들으면 금방 튀어 날라가 버리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알을 품고 있을 경우입니다. 알에 대한 모성애가 강합니다. 꿩을 기르고 있는 곳이 있으면 한 번쯤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알을 품고 있는 꿩을 발견하면, 꿩도 잡고 알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 '꿩 먹고 알 먹고'란 말이 나온 것입니다.
69. 섬유회사 '코오롱'은 '코리아'+'나이롱'
우리나라에 '코오롱' 회사가 있지요. 원래 이 회사는 섬유로부터 시작한 회사입니다. '코오롱'은 '코리아'+'나이롱'에서 온 말입니다. 그리고 '나이롱'이란 말도 원래 '최신'이란 뜻을 가진 관형사인데, 미국 듀폰(Dupon)사의 상표로부터 일정한 섬유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이롱 뽕'이라는 화투의 용어가 생긴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70. '사꾸라'는 일본어...말고기를 뜻합니다
우리가 늘 쓰던, 그리고 지금도 쓰고 있는 일본어 '사꾸라'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사꾸라'는 일본의 국화 '사쿠라'를 연상하게 하지요. "그 사람 사꾸라야"처럼 이 '사꾸라'는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의 '사꾸라'는 '벚꽃'인 '사쿠라'가 아닙니다.
'사꾸라'는 역시 일본어인데, sakura, 즉 말고기를 뜻합니다. 일본에서 쇠고기로 속여 말고기를 파는 데서 온것으로 보입니다.
71. '마누라'는 원래 '임금이나 왕후를 일컫는 극존칭'
우리나라 말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
도 그 사람이 혼인을 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한 벼슬을 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지칭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지칭할 때, '남정네, 남진, 남편, 사나이, 총각' 등이 있고, 여자를 지칭할 때에는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부인, 처녀' 등 꽤나 많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쓰인 것인지는 대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들을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되어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아내'는 지금은 그 표기법도 달라져서 그 뜻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안해'였지요. '안'은 '밖'의 반의어이고, '-해'는 '사람이나 물건을 말할 때 쓰이던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그 뜻이 '안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안사람'이란 말을 쓰고 있지 않던가요? 거기에 비해서 남자는 '바깥 사람, 바깥분, 바깥양반' 등으로 쓰이고요. '부부''를 '내외'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지요.
'여편네'는 한자어이지요. '여편'에다가 '집단'을 뜻하는 접미사 '-네'를 붙인 것이지요. 어느 목사님께서 혹시 남편의 '옆'에 있어서 '여편네'가 아니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즉 '옆편네'가 '여편네'가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목사님의 설교에서 그렇게 들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자를 뜻하는 '남편'은 도저히 그 뜻을 해석할 수 없지요. '여편네'와 '남편'은 서로 대립되는 말입니다.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아내를 지칭할 때나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를 때나,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예를 들면 '주인 마누라' 등)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이었는데,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또는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극존칭으로서,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이 부르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 웃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르거나 대통령이나 그 부인을 '마누라'라고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큰 싸움이 나거나 국가원수 모독죄로 붙잡혀 갈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아내의 호칭으로 변화하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남편을 '영감'이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영감'은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판사나 검사를 특히 '영감님'으로 부른다고 하는데, 이것은 옛날 그 관원의 등급과 유사하여서 부르는 것입니다.
옛날에도 남편보다도 아내를 더 높여서 불렀던 모양이지요? 남자는 기껏해야 '정삼품'으로 생각했는데, 아내는 '왕이나 왕비'로 생각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마누라'와 '영감'은 대립어가 된 것입니다.
왜 늙지도 않은 남편을 '영감'이라고 불렀을까를 의심하셨던 분은 이제 그 의문이 풀리셨 을 것입니다. 지난 날의 유행가 중에 '여보! 마누라, 왜 불러?' '영감, 왜 불러?' 하는 가사가 기억이 납니다.
72 다방의 '레지'는 영어의 'register'에서 온 말
다방에 '레지'가 있지요. 이 '레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영어의 lady 가 국어에서 '레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영어의 register에서 온 말이지요. 일본에서는 다방에 소위 카운터에서 요금을 '계산하는' 사람이 주로 여자가 했었는데, 이 '레지스터'를 줄여 '레지'라 했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대로 사용된 것입니다.
73. '한 살'의 '살'과 '설날'의 '설'은 어떤 관계일까요?
우리 나라에서는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아기가 나이로는 '두 살'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 해가 지나면 자연히 한 '살'을 먹게 되니까요. 음력 섣달 그믐날에 태어난 아기가 그 다음 날, 그러니까 '설날'만 되면 비록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된 아기지만 금방 두 살이나 됩니다. 서양에서는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두 살이라고 하는 사실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분도 많지만, 그 생각은 서양식 교육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나이 계산 방법에 의하면 그 아기는 분명히 두 살입니다. 왜냐구요?
우리 나라에서는 태어나면 곧 한 살이 되고, 다시 한 '설'을 지나면 한 '살'을 더 먹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도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해서,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날을, 서양처럼 각자 생일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정하지 않고 모두 '설날'로 정한 것이지요. 이러한 생각이 서양사람들의 사고에 비해 얼마나 인간적이고 합리적인가요?
그래서 한 '살'을 더 먹기 위해서는 한 '설'을 지나야 합니다. 옛날에는 '한 살, 두 살 다. 이렇게 국어의 단어는 만들어졌습니다. 매우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뜻을 가진 사물이나 현상이 생기면, 이것에 전혀 생소한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단어들의 자음이나 모음을 바꾸어 가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갑니다. 이것을 보통 '단어의 파생'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와 같이 모음만 바꾸어서 그 뜻을 조금씩 바꾸어 간 것이 무척 많습니다.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1) '머리'와 '마리' '머리'가 하나이면 '한 '마리'지요. 그래서 옛날(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사람의 '머리'도 '마리'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을 '한 마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2) '남다'와 '넘다' : '남으면' '넘치지요'? 아니면 '넘으면' '남는' 게 되지요.
(3) '낡다'와 '늙다' : 사람이 '낡으면' '늙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낡다'는 옛날에 는 '다'는 다른 사물에만 쓰는 단어입니다.
(4) '맛'과 '멋' : '맛'이 있어야 '멋'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이외에도 이른바 의성 의태어 는 모음을 달리해서 그 조그마한 뜻을 바꾸는 일이 너무 많지요. 다음에 드는 예문에 속한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상상만해 보세요. 그 사람은 (뚱뚱하다, 똥똥하다, 땅땅하 다,땡땡하다, 띵띵하다)
74. '우두머리'는 옛날에는 비칭이 아니라 평칭이었습니다.
지금은 '우두머리'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치 '두목'이란 한자어처럼 '도둑의 괴수'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지요. 그러나 옛날에는 '우두머리'란 단어는 비칭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칭은 아니었습니다. '우두머리'는 한자어인 '위두'(할 위, 머리두)에 고유어인 '머리'가 합쳐진 합성명사입니다. '위두'는 보통 '위두하다'라는 형용사로 쓰이어서 가장 위가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두머리'의 '위'가 단모음화되어 '우'가 됨으로써, 오늘날 '우두머리'가된 것입니다.
75. '딴따라패'는 영어 'tantara'의 음을 빌려 온 것
요즈음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연예인들을 '딴따라패'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전에는 곧잘 '딴따라패'라고 얕잡아 부르곤 했습니다. 언뜻 들어도 '딴따라'가 나팔 부는 소리와 같아서 연예인들의 행동을 나타나게 되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었습니다. 옛날의 풍각쟁이들처럼 그 행렬의 앞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사람들을 연상했을 테니까요.
이 '딴따라'가 우리 국어의 의성어에서 온 것 같지만, 실상은 영어의 의성어에서 온 것입니다. 영어의 'tantara'의 음을 빌려 온 것이지요. 나팔이나 뿔나팔 등의 소리를 말합니다. 그래서 이 소리를 빌어 와서 '딴따라'라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국어의 의성어 '딴따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어에서는 '딴따라'라는 의성어는 없습니다.
이처럼 의성어는 언어마다 유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어에서 'flag'는 '깃발'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국어의 '펄럭펄럭'을 연상시키지요? 물론 영어의 'flag'는 의성어에서 온 단어입니다.
76. '깡패'에는 두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영어를 빌어 온 단어 중에서 우리가 늘 쓰는 것 중에 '깡패'란 말이 있습니다.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깡패'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방 뒤에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 오게 되고, 이들의 통조림통인 'can'에다가 한자어인 '통'을 붙인 '깡통'을 거지들이 이용하면서, 이들 못된 짓을 하는 '거지패'들을 '깡패'라고 했다는 설입니다.
또 하나는 영어의 'gang' 즉 '깽'을 일본에서 '걍구'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국어에 들어 와서 '패거리'의'패'를 붙여서 이들을 '깡패'라고 하였다는 설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후자가 더욱 그럴 듯합니다. 왜냐하면 '깡으로'(억지스럽게)등의 단어가 쓰이기 때문입니다.
77. 처녀들께서는 부끄럼 타지 말고 '총각김치'를 드셔요
국어에서는 남녀를 나타내는 말이 무척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혼인할 나이가 된 성인 남녀를 지칭할 때에는 '처녀' '총각'이란 한자어를 사용합니다. 그 중에서 '처녀'는 그 단어 속에 '여'가 들어 있어서 그 뜻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아마도 '총각'은 그 어원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한자인 '총'은 지금은 '다 총' 등으로 '모두'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원래는 '꿰맬 총', '상투짤 총' 등으로 쓰이던 것입니다. '각'은 물론 '뿔 각'이고요.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를 '총각'이라고 했었습니다. 이런 머리를 한 사람은 대개가 장가가기 전의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머리를 한 사람을 '총각'이라고 한 것이지요. 옛날에는 어린 소년들에게도 '총각!'하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마치 어린 소년을 높여서 부르는 것처럼 생각한 분은 안계신지요?
여기에서 '더벅머리 총각'이라는 말도 생겼지요. 어떤 사람은 '떡거머리 총각'이라는 말도 쓰는데, 이때의 '떡거머리'가 무엇을 나타내는 말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사전에도 '떡거머리'란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연유해서 생긴 단어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총각김치'란 말입니다. '총각김치'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듯, 손가락 굵기만한 어린 무우를 무우청째로 여러 얌념에 버무려 담은 김치를 말하는데, 그 어린 무우가 마치 '총각'의 머리와 같은 모습을 닮아서 생긴 단어입니다. 그런데 처녀들은 그 '총각김치'란 단어 자체나 또는 실제의 김치를 기피하곤 했었습니다. 그 총각김치가 마
치 총각의 생식기를 형상하는 것에서 생긴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니, 처녀들은 이제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총각김치를 드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78. '박쥐'의 '박'은 '눈이 밝다'의 '밝-'
'박쥐'는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짐승이지요. 우선 징그럽다고 하고, 또 밤에만 나돌아 다녀서 그런지, '남몰래 밤에만 음흉하게 일을 하는 사람'을 욕할 때, '박쥐 같은 놈'이라고 하지요. 이 '박쥐'에서 '쥐'는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왜 '박'이 붙었으며, 또 그 '박'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박쥐'는 원래 '밝쥐'였지요. 아마도 '눈이 밝다'는 뜻으로 '밝-'이 쓰인 것 같습니다.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하여 그 반사음을 포착하여 방향을 조정해서 야간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니까, 그 전에는 '눈이 밝은 쥐'로 이해할 만도 하겠지요.
79. '양치질'은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 '질'이 붙은 것
여러분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양치질'을 하시지요? 이 '양치질'의 어원을 아시나요? 언뜻 보아서 한자어인 줄은 짐작하시겠지요? 그러나 혹시 '양치질'의 '양치'를 '양치'(기를양, 이 치)나 '양치'(어질 양, 이 치)로 알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간혹 '양치질'의 '치'를 '치'( 이 치)로 써 놓은 사전도 보입니다만, 이 사전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양치질'의'양치'는 엉뚱하게도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그렇습니다. 고려 시대의 문헌(예컨대{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양, 가지 지)로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양지' 즉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청소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소독이 된다고 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인데, 이에 대한 어원의식이 점차로 희박해져 가면서 이것을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시켜서 '양치'로 해석하여 '양치질'로 변한것입니다. 19세기에 와서 이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양지'는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습니다.
'이쑤시개'를 일본어로 '요지'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쑤시
개'를 '요지'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 않던가요? '양지질'이 비록 '이쑤시개'와 같은 의미로부 터 나온 것이지만, 양 지질'과 '이쑤시개'는 원래 다른 뜻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두 단어 모두가 오늘날의 뜻과 동일한 것이지요. '양지질'에 쓰는 치약으로 는 보통 '소금'이나 '초'를 사용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양지질'이 '양치질'로 변화하는 현상을 언어학에서는 보 통 '민간어원설'이라고 합니다. 즉 민간에서 어원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원래의 단어를 해석하거나, 그 해석된 대로 그 단어를 고쳐 나가곤 합니다. 이렇게 민간에서 잘못 해석한 단어는 무척 많습니다. 여러 분들이 잘 아시는 '행주치마'가 그렇지요.
원래 '행주'는 '삼' 등으로 된 것으로서 물기를 잘 빨아들이는 천을 일컫는 단어인데, 이것을 권율 장군의 '행주산성' 대첩과 연관시켜서, 부녀자들이 '치마'로 돌을 날랐기 때문에 그 치마를 '행주치마'라고 한다는 설이 있지만, 그것은 민간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날 부엌에서 그릇 을 닦는 데 사용하는 걸레인 '행주'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걸레의 하나인 '행주'와 '행주치마'의 '행주'는 같은 단어입니다.
80. '양말'의 ‘말’은 한자의 '버선 말'자...
...여기에 '서양 양'이 붙은 것입니다.
여러분이 신고 다니는 '양말'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시겠지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자어입니다. 원래 버선을 한자로 '말'이라고 했습니다. '버선 말'자이지요. 그런데 서양에서 이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 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에 '양' 자를 붙여서 '양말'이라고 했습니다. 버선하고 양말이 이렇게 해서 달라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양에서 들어 왔다고 해서 '양' 자를 붙이거나 '서양'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나 있습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뜻도 잘 모르게 변한 것들도 많습니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양철'(또는 '생철')
양철도 '철'에 '양' 자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쇠는 쇠인데, 원래 우리가 쓰던 쇠와는 다른 것이 들어 오니까 '철'에 '양'자만 붙인 것이지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철'에 '서양'이 붙어서 '서양철'이 되고, 이것이 다시 변화되어서 오늘날에는 그냥 '생철'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2. 양동이
국어에 '동이'라고 하는 것은 물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데,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 오니까 여기에 '양'자를 붙여 '양동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3. 양순대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데, 서양에서 '소시지'가 들어 오니까 '순대'에다가 '양'자를 붙여 '양순대'라고 했는데, 이것을 쓰지 않고 '소시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되살려 쓰고 싶은 단어입니다. 중국의 우리 동포는 이 '소시지'를 '고기순대'라고 하더군요.
너무 잘 지은 이름이 아닌가요?
4. 양은
양은은 '구리, 아연, 니켈을 합금하여 만든 쇠'인데, 그 색깔이 '은'과 유사하니까 '은'에 '양'자를 붙여 '양은'이라고 한 것입니다.
5. 양재기
'양재기'는 원래 '서양 도자기'라는 뜻입니다. 즉 '자기'에 '양'자가 붙어서 '양자기'가 된 것인데, 여기에 '아비'를 '애비'라고 하듯 '이'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된 것입니다.
6. 양회
이 말도 앞의 '양순대'와 같이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세멘트'를 '양회'라고 했습니다. '회'는 회인데 서양에서 들여 온 회라는 뜻이지요. 이 말도 다시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양행
이 말도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말이지요.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자를 붙인 것인데, 이것이 무역회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유한양행'이라는 회사가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지요.
이 이외에 '양'자가 붙어서 만든 단어들을 몇 가지 더 들어 보겠습니다. 양복, 양장, 양궁, 양단, 양담배, 양란, 양배추, 양버들, 양식, 양옥, 양장, 양잿물, 양주, 양초, 양코, 양파, 양화점 등.
81. '거지'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남에게 빌어서 얻어 먹고 사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그것은 '거지'입니다. 이 '거지'의 어원은 무엇일까요? 어떤 책을 보니까,'거지'는 '걷다'(거두어 드린다)의 '걷-'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이'가 붙어서 '걷이'가 되었는데, 이것이 구개음화되어 '거지'가 되었다고 써 놓았더군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말의 옛날 형태를 모르는 데에서 온 소치입니다.
옛날 문헌을 보면 '거지'는 '거아(아래아 자)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중국어 '걸자'(빌 걸, 아들 자)의 중국어 발음을 그렇게 써 놓은 것입니다. '걸'에 접미사인 '자'가 연결된 단어입
니다. '자'는 중국어의 접미사인데, 우리말에 와서는 두 가지 음으로 읽혔습니다. 하나는 '자'이고 또 하나는 '지'입니다. '판자'는 '판자집'일 때에는 '판자'이지만, '널판지'일 때에는 '판
지'로 읽습니다. '주전자, 감자, 사자, 탁자' 등의 '자'는 '자'로 읽지만, '가지(식물의 하나), 간장 종지, 꿀단지' 등의 '자'는 '지'로 읽습니다. 남자와 여자 생식기의 이름인 ''-자'가 붙은 것인데 모두 '도 결국은 한자어입니다.
82. '옛날 옛적 고리짝에'는 '옛날 옛적 고려 적에'의 뜻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쉽게 책과 접할 수 있어서 많은 동화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어린 시절에 그런 동화책 대신 우리의 전래 동화나 신화, 전설, 민담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듣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나 할어버지의 옛날 이야기는 으례 이렇게 시작되곤 하였지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옛날 옛적 고리짝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도 아마 '옛날 옛적 고리짝에'의 '고리짝'의 뜻을 알고 말씀하신 분은 거의 없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냥 입에서 귀로 전래되어 와서 그냥 말씀하신 것일 뿐이지요.
'고리짝'이 '고려 적'(고려 때)이 오랜 동안 구전되어 오면서 그 뜻을 잃어버린 단어임을 아셨더라면, '옛날 옛적 고려 적에'로 말씀하셨겠지요.
옛날 이야기는 먼저, 지난 시기에 일어난 이야기임을 듣는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선 시대에는 그 이전의 시대, 즉 '고려 시대'를 언급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남아 있는 많은 고소설의 대부분이 '조선 숙종대왕 즉위 초에' 등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옛날 옛적 고려 적에'로 시작된 것인데, 이것이 오늘날 '옛날 옛적 고리짝에'로 변화된 것이지요.
83. '감기'는 옛날에 '고뿔'이라고 불렀습니다.
곧 '코에 불(열)이 난다는 뜻
요즈음 감기에 잘 걸리지요. 저도 지난번 중국 연길시에서 있었던 우리말 컴퓨터 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 그만 감기에 걸려 아직까지도 기침은 계속 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독감에 걸린 것이지요.
지금은 감기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 '고뿔'이라고 했습니다. 이 '고뿔'은 마치 '코'에 '뿔'이 난 것처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것은 '코'에 '불'이 난 것입니다. 즉 '코'에 열이 난다는 뜻이지요. 이전엔 '곳블'이었습니다. 즉 '코'를 뜻하던 옛날말인 '고'에 '불'(되었던 것인데, 원순모음화가 되어 '곳불'이 되고 다시 '뒤의 '불'이 된소리로 되어(마치 '냇가'가 실제 발음으로는 '내까'가 되듯이) '고뿔'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자어인 '감기'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이 '감기'란 한자말은 '복덕방' '사돈', '사촌' 등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입니다. 혹시 일본어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어에서는 감기를 '풍사(바람풍 사악할 사)'라고 하니깐요.
84. '미역국을 먹다'는 여러가지 어원이 있습니다.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요즈음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원래는 미역국은 애기를 낳은 산모가 먹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해서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미역국의 미역이 미끌미끌하니까, 그렇게 사용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름도 있을텐데, 하필이면 미역국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았을까요?
아직까지 이 말의 원래뜻은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설이 있습니다.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원래 취직자리에서 떨어졌을 때를 속되게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도 유래가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을 때, 그 '해산'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해산'과 말소리가 같아서, 해산할 때에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관련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은 '해산' 당했다는 말의 은어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취직자리가 떨어진 것과 시험에 떨어진 것과 같아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설은 아직 과학적으로 중명된 것은 아니니,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85. '호치키스'는 기관총을 발명한 미국 발명가 이름
종이의 묶음을 하나로 묶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계를 '호치키스'라고 하지요? 문방용구로 어
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미국의 발명가 Hotchkiss가 발명한 기관총(Hotchkiss gun)을 말하던 것이었는데, 소위 지철기(Stapler)의 상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호치키스'라는이름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86. '가게'는 널판지로 만든 시렁에 물건을 진열하여 놓고 파는 곳
요즈음은 일상생활품을 어디서 사오나요? 옛날에는 '가게'에 가서 사 왔는데, 요즈음은 '슈퍼'에서 사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가게'라고 하는데, 저의 아들들은 꼭 '수퍼'라고 합니다. 한번은 '슈퍼마켓트' 주인이신 할머니를 수퍼할머니'라고 해서 저는 어느 초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계신 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옛날의 '가게'는 물건을 널판지로 만든 시렁 위에 임시로 진열하여 놓고 파는 곳을 말합니다. 요즈음도 가끔 시골에 가면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본래 '가게'(옛날에는 '가개')란 말은 '상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렁, 선반 또는 차양을 뜻하던 것으로 행인이 앉아 쉬게 하던 평상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임시로 노점과 같은 것이 생기자 이 '가게'가 점차 상점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87. '우물'은 '움물'에서 나온 말. 곧 '움'에서 나오는 '물'
요즈음이야 참 좋은 세상이지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옛날에야 어디 그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요? 모두 동네 우물에 가서 물을 동이에 이고 오거나 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더군다나 남자가 물을 길어 오는 것은 금물이어서 여자분들이 꽤나 고생을 했었습니다.
'우물'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요? '우물'의 '물'은 알겠는데, '우'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우'가 아니라 '움'입니다. 그러니까 '움물'이 '우물'이 된 것입니다. '움'에서 나오는 '물'이란 뜻입니다. 지금도 '우물'을 '움물'이라고 하는 방언도 있습니다. 지금도 '움'이란 말은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움'을 파고 김치독을 묻거나, 움에다가 천으로 가려 집을 만들면 '움막집'이 됩니다.
88.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하는 까닭을 아셔요?
우리네 동양 사람들은 천간을 따져서 나이를 무슨 띠로 말하곤 합니다. 사람의 난 해를 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속성으로 상징하여 말하는 것이지요. 지지 중에 '신'자가 붙은
해(예컨대 '갑신'년)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띠'라고 하지만, 이것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옛날 노인들은 '잔나비 띠'라고 하셨습니다. 왜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했을까요?
우리 말에 옛날에는(17세기까지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성이'(원숭이 원, 원숭이 성)가 생겨났고 '성'의 음이 '승'으로 변하여('어'가'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많지요. '어른'도 '으른'이라고 하지 않나요?)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하여서 오늘날'원숭이'가 된 것입니다.
원숭이의 고유어는 '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원'의 새김도 '납 원'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재다'(동작이 날쌔고 재빠르다)의 형용사형 '잰'이 붙어서 '잰나비'가 되고 이것이 음운변화를 겪어서 '잔나비'가 된 것입니다. 원숭이가 재빠르긴 재빠르지요(여기의 '재빠르다'도 '재다'와 '빠르다'가 합쳐진 말이군요). 아직도 방언에서는 원숭이를 '잰나비'라고도 하지요.
89. '고독'이란 말을 함부로 말씀하지 마셔요.
여러분! 고독할 때가 많습니까? 그래서 '고독'을 씹는다는 말을 곧잘 하지요? 이 '고독'은 물론 한자말입니다. '외로울 고, 홀로 독'이지요. 그러나 어느 때가 외로울 때고, 어느 때가 홀로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고독한 사람은 부모를 여의고, 짝을 잃은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고아'니 '독신'이니 하는 말을 하지요. 정말로 '고아'와 '독신'을 겸하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때가 진실로 고독한 때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고독하다'고 말씀하시지 마십시요. 그리고 고독한 척도 하지 마십시요. 물론 오늘날에는 그 뜻이 바뀌었지만 말입니다.
90. '바바리 코트'는 상표에서 나온 말
날씨가 추워지면서, 길거리에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요즈음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람은 자가용이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로 이 옷을 입은 사람이 적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바'(overcoat)가 두텁고 무거워서 대부분 '바바리 코트'를 선호했었습니다. 가을이나 겨울 아무때나 입어서 전천후 코트가 되었었지요. 이 '바바리 코 트'는 영국 Burbery 회사가 만들어낸 비옷(레인코트)의 상표 이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91. '메리야스'(내의)는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요?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이제는 내의를 입어야 할 때가 되었지요? 우리가 흔히 '내의'를 '메리야스'라고 하지요.
이것은 본래 '내의'의 상표 이름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온 medias(한 켤레의 양말이란 뜻)란 상표가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는 '내의'란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92. '마요네즈'는 스페인 항구도시 '마욘'의 특산품
음식의 위에 덮어서 먹는, 또는 섞어서 먹는 '마요네즈'라는 것이 있지요? 간혹 '마요네스'라고도 합니다. 이 '마요네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이지요.
93. '클랙션'(경적)도 상표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은 가끔 '클랙션'(경적)을 사용하지요. 이 '클랙션'이라는 말은 이 기계를 만든 제조 회사 Klaxon에서 나온 상표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것입니다.
94. '숨바꼭질'의 '숨'은 '숨 쉬다'의 '숨'...'숨 + 바꿈 + 질'
어렸을 때 숨바꼭질을 해 보지 않으신 분은 없으시겠지요? 술레가 있어서 사람이 숨으면 그 사람을 찾는 놀이지요. 그런데, 이 '숨바꼭질'은 원래 그런 놀이가 아니었었습니다.
이 '숨바꼭질'은 '숨 + 바꿈 + 질'에서 나왔습니다. 이때의 '숨'은 '숨다'의 '숨-'이 아니라 '숨 쉬다'의 '숨'입니다. 숨 쉬는 것을 바꾸는 일이니까 소위 자맥질을 말합니다.
물 속에 들어가서 어린이들이 물 속으로 숨고, 다시 숨을 쉬기 위하여 물 위로 올라오곤 하는 놀이지요. 만약에 '숨다'에서 '숨'이 나왔으면 동사 어간에 명사가 붙는 경우가 국어에는 맞지 않습 니다.
'비행기'를 '날틀'이라 해서 웃음을 산 일이 있는데, 이것도 '날다'의 어간에 '틀'이라는 명사를 붙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국어의 구조에 맞지 않아서, 그 의도는 좋았지만,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도 남쪽의 방언에 '숨바꿈쟁이' 등이 남아 있습니다. 곧 잠수부를 말합니다. 말은 이렇게 그 뜻이 변합니다.
95.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
'곶감'에 얽힌 이야기는 무척 많습니다. 호랑이가 자기보다도 무서운 것으로 알았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속담도 많지요. '곶감이 접 반이라도 입이 쓰다'(마음이 언짢아서 입맛이 쓸 때),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알뜰히 모아 둔 것을 힘들이지 않고 하나씩 빼어 먹어 없앤다는 뜻), '곶 감 죽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러졌다'(연달아 좋은 수가 생겼다는 뜻) '곶감죽을 쑤어 먹었나'(왜 웃느냐고 핀잔 주는 말)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 등등. 이 '곶감'의 '감'은 물론 과일의 하나인 '감'이지요. 그리고 '곶'은 '곶다'의 어간 '곶-'입니다. '곶다'는 현대국어에서는 된소리가 되어 '꽂다'로 되었지요. 그래서 일부 방언에서는 '꽂감'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을 말합니다.
96. '무좀'의 '좀'은 벌레이름...'좀도둑'의 '좀'은 '조금'의 준말
아마 무좀에 한번쯤 걸리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로 발가락 사이에 잘게 물이 잡히는 부스럼이지요. 혹시 이 말을 외래어로 아시고 계신 분은 안 계신지요?
'좀'의 뜻은 아시지요? '좀'은 벌레 이름입니다. 보통은 '좀벌레'라고 하는 것인데, 나무, 곡식, 옷, 종이 따위를 쏘는 벌레의 하나입니다. 저는 아직도 고서 속에 생기는 이 좀벌레를 없애기 위해 '좀약'(나프타린)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좀'의 '무'는 무엇일까요? 앞의 '보조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물좀'이 '니다. '좀'은 '좀이 쑤신다'처럼 참고 기다리지 못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앉았다 섰다 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지요. 그만큼 '좀'이 몸을 쑤시면, 가려워서 견디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좀도둑'의 '좀'은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좀(쫌)스럽다, 좀(쫌)팽이' 좀(쫌)상스럽다, 좀(쫌)생원'의 '좀'으로, '조금'의 준말로 쓰이는 것입니다.
97. '결혼하다'와 '혼인하다'는 본래 다른 뜻이었습니다
오늘날 '결혼하다'와 '혼인하다'는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즉 marriage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결혼하다'와 '혼인하다'는 다른 뜻이었습니다.
즉 '혼인하다'는 오늘날 쓰이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였지만, '결혼하다'는 다른 뜻이었습니다.
'철수가 복동이와 결혼하였다'란 말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문장의 의미는 '철수'의 자손과 '복동'의 자손이 '혼인'할 것을 결정하였다는 뜻이었습니다. 따라서 남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와 여자끼리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어에서는 '결혼하다'가 오늘날 남녀 혼인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 국어에 들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예식장에 '결혼예식장'과 '혼인예식장'이란 명칭이 다 보이지요?
'혼인하다'란 뜻은 '혼'은 '신부집'을 말하고 `인'은 신랑집을 말한 데에 기인합니다. 옛날에 혼인을 할 때에는 신랑이 '혼' 즉 신부집으로 먼저 가서 예식을 올립니다. 즉 '장가'(장인의 집)를 가지요. 그리고 사흘 뒤에 신부를 데리고 '인'(즉 신랑집)으로 옵니다. 즉 신부는 '시집'을 가지요.
그래서 '장가가고 시집간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98. 식사 후 "양이 찼느냐?"에서 '양'은 '위장'의 '위'에 해당하 는 토박이말
음식을 먹은 후에 '양이 찼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의 '양'은 '질량'의 '양', 즉 한자어 '양'이 아닙니다. 이 '양'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양'은 '위장'이라고 할 때의 '위'에 해당하는 우리말입니다. 그래서 쇠고기 중에 '곱창'도 있고, '양'도 있지요.
그래서 '양이 찼느냐?' 하는 것은 '위가 찼느냐?'는 뜻입니다. 즉 '배가 부르냐?'는 뜻이지요. 그리고 '곱창'의 '곱'은 '기름'이란 뜻을 가진 우리말이었습니다. '눈곱'의 '곱'과 같은
것입니다. '곱창'은 '곱'+ '창자'의 '창'이랍니다. 기름이 많은 창자이지요. '애'가 '창자'라는 사실 은 이순신 장군의 시조에 '나의 애를 끊나니'에서 배워, 알고 계시겠지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지요. '폐'는 우리말로 '부아'(옛날에는 '부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아가
난다.'고 하지요. 화가 나면 숨을 크게 들어 마셔서 '허파'가 크게 불어나지요.
그래서 '부아가 난다'는 '화가 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어에서는 이렇게 신체 부위를 가지고 감정을 표시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몇 예를 들어 볼까요? 머리 아프다. 골치가 아프다.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귀가 가렵다. 귀가 따갑다. 눈꼴이 시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부아가 난다. 손이 근질근질한다. 애가 탄다. 애간장을 녹인다. 입이 나온다. 핏대가 난다. 이 이외에도 무척 많지요.
99. '시냇물'은 '실'+'내'+'물'이 합쳐서 생긴 말
'시냇물'의 의미를 모르는 분은 없지만, 그 어원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본래 '시냇물'은 '실'+ '내' + '물'이 합쳐서 생긴 말입니다. '실'은 '곡(골 곡)'의 뜻입니다. 아직도 고유지명에 '실'이 쓰이고 있습니다. '밤실' 등 무척 많습니다. 결국 골짜기란 뜻입니다.
거기다가 '내'는 '천(내 천)'의 뜻이고요. 그런데 이 '내’도 원래는 '나리'였었습니다. 그런데 모음 사이에서 이런 단어가 또 있지요. '세'(인간 세)를 '누리'라고 하지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뉘'로 쓰고 있습니다. 결국 '시냇물'은 '골짜기를 흐르는 냇물'이란 뜻입니다.
100. '여자무당' --> '임금의 선생님' --> '스승'으로 의미 변화
'스승'의 어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무격'이란 한자어가 있지요. '무'는 '여자무당'을, '격'은 '남자무당'을 말합니다. 그런데 옛 문헌을 보면 '무'를 '스승 무' '격'을 '화랑이 격'이라 되어 있습니다. 결국 '스승'이란 '여자무당'을 말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무당'은 고대사회의 모계사회에서 대단한 지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인디안 영화나 아프리카 영화를 보면 추장보다도 더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은 제사장입니다. 추장 은 제사장에게 모든 것을 상의하지요.
결국 '스승'은 임금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의 선생님을 한자어로는 '사부'라고 하는데, '사'자도 '스승 사', '부' 자도 '스승 부'입니다. 결코 '선생 사, 선생 부'라고 하지 않습니다.
'여자무당'이 '임금의 선생님'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일반화되어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승'이 '무당'을 가리킨다고 하니까 맞는 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몸이 아파서 강의실에 들어 가기 싫다가도 강의실에만 들어가면, 마치 무당이 신명이 난 것처럼 신명이 나서 떠들거든요.
'남자무당'인 '화랑이 격'은 오늘날 '화냥 년'이라는 못된 욕을 할 때 사용하는 말로 변화했습니다. 이 '화랑이 격'의 '화랑'은 신라시대의 '화랑'과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 무당'도 고대사회에서는 중요한 귀족 중의 하나였습니다. 신라 향가인 '처용가'에 나오는 '처용'도 '화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무당은 여자무당에 비해 그 위세가 약합니다. 오늘날의 무당의 세계도 일처다부제가 보이기도 할 정도이니까요. 처용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것을 보고 물러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알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요. 그래서 남자무당은 이 여자무당, 저 여자무당을 찾아 다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행실이 좋지 않은 사람을 '화냥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에게 쓰이던 것이 여자에게 사용된 것이지요.
간혹 '화냥'을 '환향', 즉 '고향으로 돌아오다'라는 는 의미로 해석해서, 청나라에 끌려 갔던 여인들이 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 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것처럼 알고 있는 분도 있으나, 그것은 민간인들이 만들어낸 어원입니다.
101. '귀고리'는 귀에 거는 '고리'...'귀거리'는 틀린 말
요즈음은 여성들이 '귀'에 '고리'를 '걸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지요. 그래서 곧잘 '귀고리'를 '귀'에 '거는' 것으로 인식을 해서 '귀걸이' 또는 '귀거리'로 인식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귀고리'는 원래 '귀'에 거는 '고리'라는 뜻입니다. '귀'에 '거는' '골희'여서 '귀옛골희'였었다가, 20세기에 들어서야 '귀고리' 또는 '귀골희'가 되었다가 요즈음은 '귀고리'로 변했습니다.
최근에 정한 표준말에서도 '귀고리'로 결정되었습니다. 귀에 '거는' 것이 아니라 귀에 거는 '고리'라는 뜻입니다. 요즈음은 '귀고리'가 '고리'가 아닌 다른 모양들도 많더군요.
그래서 아마 '귀고리'를 '귀거리'로 이해하시는 것 같군요.
102. '가물치'는 '검은 고기'라는 뜻
물고기 중에 '가물치'가 있지요? 이 중에 '-치'는 물고기 이름을 나타내는 접미사임은 누구나 다 아실 것입니다. '꽁치, 넙치, 준치, 멸치' 등등 많습니다. 그런데 '가물'이란 무엇일까요?
천자문을 배울 때, '하늘 천, 따 지, 가물 현' 하지요. 물론 지금은 '검을 현'이라고도 합니다. '가물'은 오늘날의 '검을'에 해당합니다. 옛날엔 '검다'를 '감다'라고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가물치'는 '감-+ -을 + -치'로 구성되어 있지요. 결국 '검은 고기'란 뜻입니다.
103. '성가시다'는 원래 '파리하다, 초췌하다'는 뜻
우리가 늘 사용하는 단어 중에 '성가시다'는 말이 있지요.
'귀찮다, 괴롭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파리하다, 초췌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래서 '얼굴이 성가시다'(현대 철자법으로 고쳤습니다)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겠지요.
104. '곰보'는 '곪다'의 '곪-'에 접미사 '-보'가 붙어서 된 말
마마에 걸려서 얼굴이 얽은 사람이 있지요? 지금은 천연두가 사라져서 그런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런 분을 속칭 '곰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곪다'의 '곪-'에 접미사 '-보'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그래서 그 어원을 잊어 버리고 그냥 '곰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곪-'의 발음이 '곰'이 되니까요.
105. 애국가 가사 중의 '남산'은 '앞산'이란 의미
애국가 중의 또 한 가지 '남산'의 의미를 모르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어느 고장을 가나 '남산'은 있습니다. 서울의 남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천안에도 남산은 있습니다. 이 '남산'은 '남쪽에 있는 산'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남'은 한자로 지금은 '남쪽'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남'은 '앞 남'이었습니다. 즉 '남산'은 '앞산'이란 의미입니다. '앞에 있는 산'이 곧 '남산'입니다. 그리고 '북'은 '뒤 북'이었었습니다. 그래서 '북망산'에 간다는 것은 '뒷산'의 묘지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106. 애국가 가사 중의 '바람서리'는 '풍상'(바람 풍, 서리 상)이란 뜻
애국가의 가사 2절 중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이 중에 '바람서리'를 간혹 '바람소리'로 잘못 알고 계신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바람서리'입니다. 그 뜻은 '풍상'이란 뜻입니다.
즉 '바람 풍, 서리 상'이지요. 즉 '풍상에 불변함은'이란 것인데, 조사인 '-에'가 생략되었습니다.
107. '성냥'은 원래 한자어...'석뉴황'이 음운변화를 겪은 것
불을 켜는데 썼던 '성냥'은 마치 고유어인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한자어였습니다. 즉 '셕뉴황'이 음운변화를 겪어서 '성냥'이 된 것입니다.
108. '노들강변'은 '노량진 나루터'를 말하는 고유명사
...버드나무와 상관없어
우리는 보통 '노들강변'이라고 하면 버드나무가 휘휘 늘어진 어느 강변을 연상하지 않습니까?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의 민요가 그러한 인상을 주게 하지요. 아마도 '노들'이 '버들'을 연상시키나 봅니다. 그래서 어느 곳이든 이러한 풍경이 있는 강변이면 '노들강변'으로 생각하기 쉽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노들강변'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들강변'은 서울의 '노량진' 나루터를 말합니다.
현재 서울의 흑석동에 있는 국립묘지 근처에 있던 나루터를 말합니다. 왜 그러냐구요? 다음 설명을 보시지요. 여러분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 싸우시던 '울돌목'을 아시겠지요? 이 '울돌목'은 한자어로 '명량(울명, 돌 량)'이라 고 하지요. 이 '명량'의 '명'은 '울 명'자이고요. '량'은 원래 '돌 량'입니다. 이 '돌'은 충청도 방언에 '똘, 또랑'으로도 사용하고 있지요.
'노량'의 '량'도 '돌 량'입니다. 그래서 '노량(이슬 노, 돌 량)'은 '노돌'이라고 했지요. 그러던 것이 '노들'로 변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노량'이 '노들'로 변하고 거기에 '강변'이 덧붙은 것입니다.
이 '노들강변'은 옛날에 서울과 남쪽 지방을 잇는 중요한 나루였습니다. 그래서 이 '노들강변'은 애환이 많이 깃들여 있던 곳입니다.
109. '먹거리'는 옳지 않은 말...그 까닭은?
'먹거리'가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리'가 명사가 아닌 접미사이기 때문에 '먹거리'는 단어를 만드는 규칙에 맞는다고 했으나, 실제로 '-거리'가 접미사라 해도 그 접미사가 연결될 조건은 역시 어간형 그 자체가 아니라 어간에 관형형어미가 붙은 것입니다.
110. '지아비' '지어미'의 '지'는 '집'...곧 '집아비, 집어미'의 뜻
'지아비'와 '지어미'는 특히 한자의 석과 음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즉 '부'를 '지아비 부', 그리고 '부'를 '지어미 부'로 알고 있는데, 이때에 '아비, 어미'는 그 뜻을 알겠는데, '지'의 뜻은 알 길이 없어졌지요.
원래 '집'의 소유격형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었습니다. 즉 '한 것입니다. 그래서 15세기의 문헌에 보면 '짓아비, 짓어미'였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말에 와서 '짓'의 ''지아비, 지어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아비, 지어미'는 원래의 뜻은 '집아비, 집어미'인 셈이지요.
111. '얼우-'+'는'(성교하다) --> '얼운'...'어른'은 혼인한 사람
'어른', '어린이'라고 해서 '어른'을 '성인'으로 이해하고 있지요? 그런데, 원래 '어른'은 15세기국어(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국어)로는 '얼운'입니다. 이것은 '얼우다'의 어간 '얼우-'에 명사형 접미사 '는'성교하다')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얼운'은 '혼인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러므로 현대 국어의 '어른'은 '혼인한 사람'만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이'라는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처음 만든 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이미 옛 문헌에 '어린이와 늙은이'라고 많이 등장합니다. 단지 '어린이'라는 잡지를 처음 만들었을 뿐이지요. '어린이'는 '어린 사람' 즉,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입니다. 훈민정음에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 - - -'라고 쓰이고 있지요.
112. '노래' '놀이' '노름'은 한 가지에서 나온 단어
'사람', '삶' '살림'이 모두 '살다'에서 온 것과 마찬가지로, '노래' '놀이' '노름'도 한 가지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즉 '놀다'의 어간 '놀-'에서 온 말입니다.
각각 '놀- + -애', '놀- + -이', '놀- + -음'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우리들에게는 '노래, 놀이, 노름'이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요.
'놀이'는 그럴 듯한데, '노래'나 '노름'이 '놀다'에서 나왔다는 인식은 들지 않지요. 그런 생각이 드는 단어일수록 대개는 그 단어가 만들어진 역사가 오랜 것들입니다.
113. '지치다'는 원래 '설사하다'라는 의미
'피곤하다'는 뜻으로 곧잘 '지치다'란 말을 쓰지요. 그런데 이 '지치다'란 말은 원래의 뜻이 '설사하다'란 것이었습니다. 설사하는 행위의 결과로 신체에 나타나는 상태를 '지치다'로 하니까, 자연히 '피곤하다'는 의미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하다'로 쓰이던 '즈다'가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훈몽자회에도 지칠 설, 지칠 사로 되어 있습니다.(이것은 현대의 표기법으로 바꾸어 쓴 것입니다)
114. '마땅하다'는 고유어에 한자어가 붙어서 생긴 말
'마땅하다'는 "잘 어울리다, 알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따위의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그 어감이 꼭 우리 고유어인 것처럼 생각 되어서, 이 단어에 한자가 있다고 한다면,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마'가 한자일까? '땅'이 한자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말과 그 표기법이 큰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에 수긍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의 예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시면 수긍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땅하다'는 원래 '맛당하다'로 또는 '맛당하다'로 표기되었습니다. 이것은 '맞다'의 어간 '맞-'에다가 이 '맞다'와 같은 뜻을 가진 한자 '당(마땅 당)'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우리 고유어에다가 같은 뜻을 가진 한자를 붙여서 만든 단어이지요.
이처럼 우리 고유어에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는 꽤나 있습니다. '굳건하다, 튼실하다, 익숙하다'등이 그러한 예들입니다. '굳건하다'는 고유어인 '굳다'의 어간 '굳-'에 한자 '건'(굳셀 건)이 합쳐진 단어이고요, '튼실하다'는 '튼튼하다'의 '튼'에 한자 '실'(열매 실)이 합쳐 져서 된 말이지요. 그리고 '익숙하다'도 '익다'의 '익-'에 한자 '숙'(익을 숙)이 합쳐진 말입니다.
이렇게 고유어에 고유어가 뜻을 같이 하는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를 우리는 동의 중복으로 된 복합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늘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한자어와 고유어를 합쳐서 쓰는 말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우리가 보통 드는 예는 '처가집, 역전앞, 무궁화꽃'등 정도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그 이상입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라실 것입니다. 다음에 그 일례들만 들어 보이도록 할 테니까, 하나하나 잘 분석해 보세요. 같은 뜻을 가진 한자와 고유어가 어떻게 섞여 있는지를요.
담장 바람벽 어떤 일미인 두견접동
장림숲 학두루미 옷칠 모래사장
손수건 속내의 새신랑 긴 장대
큰 대문 어린 소녀 젊은 청년 늙은 노인
빈 공간 넓은 광장 같은 동갑 허연 백발
누런 황금 배우는 학도 둘로 양분하다 미리 예습하다
다시 재혼하다 서로 상의하다 스스로 자각하다 배에 승선하다
자리에 착석하다 분가루 일전 한푼 자식새끼
외가집 면도칼 고목나무 진화되다
소급해 올라가다 유언을 남기다 상용하여 써 온다 피해를 입는다.
115.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
'곶감'에 얽힌 이야기는 무척 많습니다. 호랑이가 자기보다도 무서운 것으로 알았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속담도 많지요. '곶감이 접반이라도 입이 쓰다'(마음이 언짢아서 입맛이 쓸 때),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알뜰히 모아 둔 것을 힘들이지 않고 하나씩 빼어 먹어 없앤다는 뜻), '곶 감 죽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러졌다'(연달아 좋은 수가 생겼다는 뜻) '곶감 죽을 쑤어 먹었나'(왜 웃느냐고 핀잔 주는 말)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 등등. 이 '곶감'의 '감'은 물론 과일의 하나인 '감'이지요. 그리고 '곶'은 '곶다'의 어 간 '곶-'입니다. '곶다'는 현대국어에서는 된소리가 되어 '꽂다'로 되었지요. 그래서 일부 방언에서는 '꽂감'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니까 '곶감'은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을 말합니다
116. 소련식 기관단총에 '또아리' 같은 게 달려 '따발총'이라고 불렀답니다
6.25를 겪으신 분은 '따발총'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소련식 기관단총이지요. 이것을 보통 '다발총'(많을 다, 필 발, 총 총)이라고 해석해서 한자어인 줄로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 말은 따발총 같애.' 라고 말하여 마치 속사포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하여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잘못 알고 계신 것입니다. '따발총'을 직접 보신 분이 계신가요? 탄창이 어떻게 생겼던가요?
마치 '또아리'(물동이 등을 머리에 일 때에 머리 위에 얹도록 만든, 짚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처럼 생기지 않았던가요? 이 '또아리'를 함경도 방언에서 '따발'이라고 합니다('또아리'를 '또바리'라고 하는 방언도 있습니다). 함경도에서 소련식 기관단총에 '또아리'와 같은 것이 달렸다고 하여, 이 총을 그 방언에 따라 '따발총'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따발'이 한자의 '다발'과 비슷하니까, '다발총'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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