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

월정月靜 강대실 2007. 7. 19. 09:41
바람부는 날의 꿈 - 류시화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