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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

어떤 친구 월정 강대실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어떤 친구가 출장길에 차가 미끄럼을 타오랜 병상 신세를 지다 네발로 나와결국엔, 돈 몇 푼에 늙은 도짓소 되었다그간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받을 건 간데없고 사방에 빚만 늘렸다친구, 산 입에 거미줄 치게 둘 수 없다고돈뭉치 싸 들고 이것저것 기웃대다덜컥 덫에 걸려 손 털고야 말았다한쪽은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어디다 빼돌렸냐 볶아대고다른 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욕악담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집이며 묻어 둔 땅까지 홀랑 넘어가고끝내는 도장 찍고 각기 돌아서고 말았다반쪽입네 하나네 하며 죽고 못 살다가도등 돌리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

동영상 2024.05.16

가을의 예수

가을의 애수 / 월정 강대실 가을은 아파하지 말자무심결에도, 돌아앉아 회한의 탄식일랑 말자수없이 마음을 다잡는다.들풀 우부룩한 풀섶에 묻혀서도쑥 내음 그윽이 풍기는 곰삭아 누운 쑥대처럼이내 계절도 아무 향이든 하나쯤은 품기 바랐지바람은 잘게 깨어진 거울 조각 여직 한 번 가슴을 뜨겁게 불타게 한 적 없는열매보다는 가지만 우거진 사과나무 같은가을의 길목 갈꽃 흰 깃발 나부끼는 강둑에 서자내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공허함정열을 잃은 해 허겁지겁 종심의 강 건너는뒤 돌아보다 흘깃 눈길 하늘에 이르자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부끄러움갈한 심신을 얼러 마음의 고삐 바투 잡는다.

동영상 2024.05.16

새봄을 그리다

https://www.youtube.com/embed/QFjsceIGsiM?autoplay=1&playlist=QFjsceIGsiM&loop=1&autohide=1&showinfo=0&fs=0&rel=0" frameborder="0"allowfullscreen="" allow="autoplay">   새봄을 그리다                           /월정 강대실      일월의 시간 막다른 골목에 붙박여 운신 제대로 하기 힘듭니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 갑갑하고 탄식 맘대로 뱉어 내지도 못합니다 꼭두 봄 기다림은 일상이 되고 갈급한 바람 봄의 길목에 우뚝 서서 하늘만 뚫어져라 우러릅니다 올해에는 뭐든 꼭 좋은 일만 선물처럼 한아름 안겨 주실 가슴 벅찬 새봄 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여며 ..

동영상 2024.05.16

낙화/이형기

내가 읽은 좋은 시5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시는 꽃이 떨어지는 현상을 인생의 문제와 연결한 작품입니다. 꽃이 떨어지는 현상 그 자체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는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꽃이 떨어지고 나야 여름에 녹음이 무성해지고 가을에 열매도 맺히기 때문에, 낙화는 더 큰 결실을 위해 요구되는 슬프지만 의..

자화상/서정주

내가 읽은 좋은 시4     자화상/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백 석

내가 읽은 좋은 시3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백 석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서시/윤동주

내가 읽은 좋은 시2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거러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바람' 등의 자연물을 통해 지은이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별은 천상세계에 속하고 바람은 지상세계에 있는데, 시 마지막에 가서 별이 바람에 스치는 것은 두 세계가 만나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 '바람'은 시인의 불안과 고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로 시인의 생애를 살펴보면, 시국에 대한 불안, 가정에 대한 걱정, 하숙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 등으로 무척 괴로워했다.'한 점 부끄럼 없기를 ~ 괴로워했다'이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의 결벽성을 짐..

꽃/ 김춘수

내가 읽은 좋은 시1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1952년에 발표되고 이듬해에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된 김춘수의 시 작품.김춘수의 초기세계를 대표한다. 이 시가 강조하는 것은 ‘꽃’이라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이다. 시속의 화자가 말하는 대상은 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꽃은 감각적 실체가 아니라 관념, 말하자면 개념으로서의 꽃이다. 따라서 이 시가 노리는 것은 ‘..

이순

이순耳順 / 월정 강대실바람길 따라가는 생生멀고 먼 길 득달같이 달려 지천명知天命 고개 넘고 나니 이제, 귀나 순해지라 하네한 마름이 차도록세상 흥야항야 살아왔나니, 때로는발등 짓찧고 싶은 회한도가슴 저미는 슬픔도보일 수 없는 눈물 속에 묻어두고얼풋이 보이는 남은 길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하네찌륵소도 불여우도 마음 편히 들고 나게묵정밭 된 마음, 다시 일구며무량세계無量世界 가꾸라 하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15

어떤 친구

어떤 친구/월정 강대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어떤 친구가 출장길에 차가 미끄럼을 타오랜 병상 신세를 지다 네발로 나와결국엔, 돈 몇 푼에 늙은 도짓소 되었다그간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받을 건 간데없고 사방에 빚만 늘렸다친구, 산 입에 거미줄 치게 둘 수 없다고돈뭉치 싸 들고 이것저것 기웃대다덜컥 덫에 걸려 손 털고야 말았다한쪽은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어디다 빼돌렸냐 볶아대고다른 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욕악담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집이며 묻어 둔 땅까지 홀랑 넘어가고끝내는 도장 찍고 각기 돌아서고 말았다반쪽입네 하나네 하며 죽고 못 살다가도등 돌리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는가질그릇 깨고 놋그릇 장만 못할진대. (3-..

오늘의 시 2024.05.13

하늘 맑은 봄날

하늘 맑은 봄날/ 월정 강대실                                                        눈보라 속 가슴 열더니마디마디 주렁주렁 청매실 매단매화나무 옆에 가기낯 부끄러워라풀숲에서 새순 돋더니가지가지 다닥다닥 감꽃 피운감나무 그늘 밑 들기낯 뜨거워라보고 싶은 우리님 서둘러 가시고는 소식 없는데올해도 한가득 차리는 맞이 상이내 가슴 아려라.하늘 맑은 봄날

오늘의 시 2024.05.12

천생 농군

천생 농군/ 월정 강대실   골짜기 농사를 지어서는고라니 멧돼지 좋은 일만 할 뿐평생 허리끈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고밥그릇이 되는 알짜배기 전답다 팔아 넘기시더니땅도 물도 설은 먼 들녘에다 대토를 잡고어둑새벽 쟁기질 소 끓고 다니며입이 닳게 낯모른 일손 애걸하여얼기설기 농사를 지으시더니하늘바라기 어찌 못해산골짜기 비알밭 어찌 못해벌통 산 대밭 감나무…서낭댕이 할머니 산소 어찌할 수 없어 생전에 첫발 디딘 상골 땅 못 벗어나고농골 산밭에 돌집 지어 들어서는동네 논밭 뙈기 다 지켜보고 계시는천생 농군 우리 부모님.                               2024. 05. 09.

오늘의 시 2024.05.09

나를 만나다

나를 만나다 /월정 강대실  이제 가차 없이세월의 누더기 벗어던지고 싶다. 뒤죽박죽된 서실 정리하다가 느지막이 아침 때운다.차 한 잔 챙겨 들고 우두망찰하다 지나온 길 본다. 예제없이 널린 삶의 편린들인연의 얼레를 감고 푼 하많은 사람들……돌연 탈박 둘러쓴 나를 만난다. 꾸물대다 세월이 벼린 바람 맞고 에움길 돌다간당간당 회한의 강 건너는 얼뜨기, 정수리에 성근 땀내 밴 머리칼점점 눈멀고 귀먹더니이제, 삐뚤어진 주둥이 헛나발 불며 거들먹거리는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5

동네 경사가 났다

동네 경사가 났다/ 월정 강대실넷째야, 동네 경사가 났다 아래 고샅 상 큰댁 네 순기 형순하디순하고 일 잘 하는 씨어미산고를 앞산이 다 쩌렁쩌렁 따라 울더니순산했는갑다 아까참에 네 배 째다, 잠잠해졌다 인제는  야야!, 낼 아침에는 식전에 갈초랑 큰 소쿠리에다 속겨 꼭꼭 눌러 담아   살째기 한행부 짊어다 주어라 먹고 새끼 젖 잘 물리고 얼른 힘 타 농골 수렁배미 애갈이해야 쓴다 해토하면그러고, 단단히 일러두어라 이참에는 송아치 암수 간에 젖 떨어지면 기스락 밑에라도 꼭 판도치 숙부네 집에소고삐 매어 줄 생각 하라고 소 뜯기던 언덕 너머 금살 소 울음소리 망각의 강 질러오는 아버지 말씀.

오늘의 시 2024.05.05

아픈 회상

아픈 회상回想/ 월정 강대실                  밤중에 돌담이 와르르 무너지더니서녘 노을빛 곱게 물들었던 장동 할매어지럽다며 아랫목에 돌아눕더만산들바람이 자듯이 가셨답니다가뭄에 도랑물이 자작자작 마르더니  집 떠나 고생을 사서 하였던 아래뜸 형이슬길에 실족하여 된숨 내쉬더만땡감이 떨어지듯이 가셨답니다왕대밭에 흰 대꽃이 피고 죽어 가더니축산에 원대한 꿈을 걸었던 안고샅 양반자꾸만 빈 우사 망연히 바라보더만하늘이 내려앉듯이 가셨답니다샘터길 감나무가 우지직 부러지더니평생 밭고랑에 엎디어 살았던 기동 엄니온 삭신이 쑥쑥 아려서 고생하더만집스랑 끝 낮달 이울듯이 가셨답니다.

오늘의 시 2024.05.05

큰누님

큰누님/ 월정 강대실   도배지 무늬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문갑 속 모신 족보 배견하다 옆의 아버지 제적등본 찬찬히 살핀다 일면식도 없이 한 뼘 흰 집에 갇혀서도세월의 깊이보다 더 애틋이  여섯 살 위 큰누님 내 마음 틀어쥔다예쁜 딸 봤다고, 세간 밑천이라고얼마나 기분이 훨훨 날 것 같았을까 아버지아뿔싸!, 이 무슨 우환덩어리 인가!갓 세 살 뾰조롬한 떡잎젖배 곯았을까? 돌림병 맞았을까?전생의 업 다 못 벗어 세상이 버렸을까? 천국의 두 분께는 입도 뻥긋 못하고맏형 한 점 기억 없다 하고...어디메 꽃밭에 백화 만발해 옹그리고 있는지가슴에 묻고 가신 부모님 전에‘어머님 아버님!, 불효자 양순이옵니다’진작에 찾아 납작 엎드려 용서 빌고왕부모님이랑 서둘러 떠난 두 형들일곱 식구 오붓이 사시나 몰라 지금..

오늘의 시 2024.05.05

막냇누이

막냇누이/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느지막이 점지 받은동냥젖 곡정수로는 뱃구레 못 채워 줘일찍이 밥물림을 해서 길렀던왜소한 체구 얼굴도래며 행동거지가영락없는 데다 흙에 묻혀 사는,와서 오사리 딸기 맛보란 전화에 한달음에 달렸더니 하우스 가득 향긋한 향연고양이 손도 달려 못 구한다기에반의반 힘이라도 보태자 나섰지만몸에 안 배어 마음이 무거운 들돌인데,심성조차 이어 받았다, 땅 부치고날아가는 까마귀도 불러대는 게 빼닮았다말이 날 때 마다 일도 주변도 줄여보래도허리춤에 씨앗 주머니 차고 다니며한 뼘 빈 땅 없이 후비적후비적 심고 가꾸어서   식전부터 부리나케 서둘더니오만데다 부치고 내게까지 들려주며마냥 흔흔해 하는 막냇누이세 남매가 한없이 착해서 좋단다. (4-89.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5.04

자화상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지면 동구 밖 넘봤다열두 가족 구식 위해 찬 이슬을 차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주린 배 불린 줄 알았다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결국, 아버지 날벼락 맞고 변놀이꾼 되었다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 고락을 함께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서고 싶었다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선하다.(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3

한 친구 아버지

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드셨다.    새파란 까까머리 적 첫인사 드린 후   뵐 때마다, 고향 집 안부는 물론   은행알 같은 티 없고 알진 우의 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산동네   아버지 거둥길 길라잡이 되자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근벌떡 달려간     곧잘 동네 앞길 지나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 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가 없다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심오한 적멸궁. (4-47.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오늘의 시 2024.05.03

월리아짐

월리 아짐/ 월정 강대실 뒷등 자욱한 봄 안개 속에 대들보가 무너지자 설움도 한갓 호강이라는 듯 줄남생이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 안산 밑 자갈 배미 다랑논 묏등골 큰 밭 호락질로 휘어잡더니 청룡도 든 두억시니 같은 눌어붙은 日月의 더께 떨쳐낼 수 없던가요 흙과 함께 굽은 등 삭은 나무토막처럼 드러누워 저승사자만 눈이 멀었다 나무라신다.

오늘의 시 2024.05.02

폭우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나를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잃은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3-21.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2024.05.02

사모곡2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사모곡思母曲2/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하는 명의 찾았지만 용한 의사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다 썼으나 약발 못 받아  끝내 예순일곱에 귀한 명줄 내려놓으신 어머니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시더니 꼭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이때까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만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생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 진땀이냐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시고는 스르르 눈 감고 된 숨 몰아쉬더니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

오늘의 시 2024.05.02

내 안의 아버지

내 안의 아버지/ 월정 강대실 천생의 농사꾼 우리 아버지십 남매 중 다섯째로 날 낳으셨다밥상머리에서는 다심으로문밖에서는 길라잡이 등불로회중 가운데로 늘 불러 세워지며몰아치는 풍랑에도 선돌처럼 사시다 예순여섯에 이승의 강 건너황망히 내게로 오셨다마음속 외딴 섬 되어 어디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사립 꼭꼭 걸어 잠그시더니노상 자식이 전부라서내 안에 온전히 살아 계시다살아, 세상을 향한 문 지키신다.

오늘의 시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