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자화상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3. 11:07
728x90

(사진: 인터넷 이미지)

자화상 / 월정 강대실
 

어려서 나는 허기지면 동구 밖 넘봤다
열두 가족 구식 위해 찬 이슬을 차는 
아버지 거짓 모른 논밭 귀퉁이 쫓아다니며 
땅 벌이 만이 주린 배 불린 줄 알았다

자라며 나는 자취방 5촉 알등과 맞붙었다
생금밭에서 캐낸 장학금 토장국 끓이면
날마다 부모님 말씀의 회초리 반추하다
씨암탉이 알 품듯 사도의 길 새겼다

결국, 아버지 날벼락 맞고 변놀이꾼 되었다
한몫 쥘 욕심에 넓은 책상머리에 앉아  
오만 군데 별별 사람들 고락을 함께 나누다 
비록 가난하게 살 지라도, 세상에 
가슴 따스운 사람으로 서고 싶었다

어느덧, 청청 세월 해질녘 어정거리고 
달려온 산굽이 길 돌아다보면  
왠지 눈에 아버지 근엄한 자태만 들어온다
올곧게 살고자 발버둥치신 그 모습 선하다.

(3-60.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  (0) 2024.05.05
막냇누이  (0) 2024.05.04
한 친구 아버지  (0) 2024.05.03
월리아짐  (2) 2024.05.02
폭우  (2)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