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낙화를 꿈꾸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24. 21:08

(사진: 인터넷 이미지)

 

낙화를 꿈꾸다 / 월정 강 대  실

 

 

지명이 되면 돈 버는 일손 거두고

비단옷 못 입었어도 고향 깊숙이 들어가

호수가 잘 보이는 산코숭이 양지 녘

봄이면 까투리 새끼 치고 푸두둥 날아오르고

밤에는 뻐꾸기 뒷산 지켜 주는 데다

명매기집 같은 토막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한적히 살기로 맘먹었지요

집 앞 길 마당에 두어 뙈기 텃밭 가꾸고

가축도 얼굴별로 몇 마리씩 치며

틈틈이 물 가양에 나란히 나앉아

못다 본 책 보고 시도 짓고 살자고

당신과도 찰떡같이 약속했지요

허나, 낯바닥이 땅 두께 같은 욕심이 도져

눈귀 막고 입 딱 다물고 오 년만 더 벌어

아무짝에도 철딱서니 없는 새끼들

제냥으로 숟가락 들게 하자고

내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터에

옷 벗을 연령까지 따라 늦춰졌으니

떡 본 도깨비처럼 좋아 날뛸 일이요만

이정표 바라보면 앞길이 빤히 내다보여

얼마큼이나 발등어리가 퉁퉁 부어올라야

번듯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오늘도 하루해를 채질 한다오.

 

(2-84. 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2  (0) 2024.05.25
고향의 여름밤2  (0) 2024.05.24
영혼의 바위  (0) 2024.05.24
벼랑에 핀 꽃  (0) 2024.05.24
들꽃  (0)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