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를 꿈꾸다 / 월정 강 대 실
지명이 되면 돈 버는 일손 거두고
비단옷 못 입었어도 고향 깊숙이 들어가
호수가 잘 보이는 산코숭이 양지 녘
봄이면 까투리 새끼 치고 푸두둥 날아오르고
밤에는 뻐꾸기 뒷산 지켜 주는 데다
명매기집 같은 토막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한적히 살기로 맘먹었지요
집 앞 길 마당에 두어 뙈기 텃밭 가꾸고
가축도 얼굴별로 몇 마리씩 치며
틈틈이 물 가양에 나란히 나앉아
못다 본 책 보고 시도 짓고 살자고
당신과도 찰떡같이 약속했지요
허나, 낯바닥이 땅 두께 같은 욕심이 도져
눈귀 막고 입 딱 다물고 오 년만 더 벌어
아무짝에도 철딱서니 없는 새끼들
제냥으로 숟가락 들게 하자고
내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터에
옷 벗을 연령까지 따라 늦춰졌으니
떡 본 도깨비처럼 좋아 날뛸 일이요만
이정표 바라보면 앞길이 빤히 내다보여
얼마큼이나 발등어리가 퉁퉁 부어올라야
번듯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오늘도 하루해를 채질 한다오.
(2-84.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