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42
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당시 천상병 시인은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몸과 정신이 많이 상했다. 불임이 되고 이가 많이 빠져 영양실조에 걸리는 등 신체적 고통을 겪었으며, 정신 착란 등으로 괴로워 하여 음주 없이는 잠도 못 이루는 지경이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쓴 시가 바로 '귀천'이었다.
그 때문에 언뜻 천상병 시인이 죽기 직전 유언 비슷하게 남긴 작품으로 오해 받기도 하는 시지만, 천상병 시인은 이 시를 발표한 뒤 23년이 지난 1993년에 사망했으니 유작은 아니다. 사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천상병 시인은 항상 술에 취해 지냈는데다 이가 빠져 발음도 어눌했던 탓에 정신병자로 오인 받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천상병 시인이 군부에 의해 결국 의문사 당한 것이라고 오해하여 천상병 시인의 미발표 시들을 모아 유고집으로 '새'라는 시집을 냈다. '귀천'도 이 '새'라는 시집에 실린 작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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