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40
귀촉도/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서정주는 1933년부터 시를 발표하였고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벌였다. ‘시인부락’ 동인지에서 여러 작품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그의 두 번째 시집 ‘귀촉도’는 초기의 관능적인 세계를 벗어나 동양적 내면과 감성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귀촉도'는 촉나라 망제가 죽어서 되었다는 귀촉도의 전설을 모티브로 하여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였다.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사무치는 그리움, 생명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 등이 비극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제 피에 취한 새’인 ‘귀촉도’는 님의 표상이자 님과 나를 연결 시켜주는 사랑의 매체로 볼 수 있고 애절한 한의 객관적 상관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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