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39
푸르른 날/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서정주(1915~2000) '푸르른 날' 전문
가을이 오고 있는 9월이다. 맑고 깨끗한 고국의 하늘은 너무 눈이 부셔서, 외국에 오래 나가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눈물겨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나는 '저기 저기 저'하는 말도 안 되는 말, 가을 풍경에 얼이 빠진 시인의 당황이 그렇게도 좋다. 미당의 고향마을의 발음으로 다시 한번 외워 본다. 과연 그는 시인이다.
[출처][서정주] 푸르른 날|작성자여름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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