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많이 읽히는 시

41. 화사/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20. 22:12

내가 읽은 좋은 시41        

화사/서정주  

 
사향(麝香) 박하 (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촛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출처]시삼백 643.화사_서정주|작성자맨달권정무
 
 
먼저  시의 핵심적 이미지가 되는 '화사' 꽃뱀을 뜻한다흔히 뱀은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생김새로 인해 '()' 
상징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는 여기에 ''이 결합된 꽃뱀이므로 뱀의 일반적 의미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화사'는 표면적으로는 꽃처럼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양면성의 존재모순의 존재인 것이다이 작품은 얼핏 보아서는 구약 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유혹의 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뱀을 원시적 생명의 대상 소재로 하여 인간이 타락하기 전의 원초적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추구하고 있으며, 때묻지 않은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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