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43
눈물/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고, 그러한 심정으로 썼다. ‘인간이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서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 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눈물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기질에도 잘 맞는다.
이 시는 사랑하던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품을 기독교 신앙으로 승화시켜 쓴 작품이다. 비애의 감정이 지나치면 사람들은 그냥 거기에 주저앉아 절망하기 쉽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눈물’을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라 했다. 새로운 생명을 싹틔울 씨앗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은 후반부의 ‘열매’를 예비하고 있다.
화자는 「슬픔을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높고 맑은 세계를 창조케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화자는 종교적 경지에서, ‘웃음’이 잠시 피었다 지는 ‘꽃’이라면, ‘눈물’은 생명을 거듭나게 하는 신의 은총과 같은 ‘열매’라고 여김으로써 슬픔을 극복해 내고 있다.
'내가 읽은 좋은 시 > 많이 읽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풀//김종해 (0) | 2024.05.21 |
---|---|
44. 농무//신경림 (0) | 2024.05.21 |
42. 귀천/천상병 (0) | 2024.05.21 |
41. 화사/서정주 (0) | 2024.05.20 |
40. 귀촉도/서정주 (0) | 202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