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많이 읽히는 시

44. 농무//신경림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21. 11:38

내가 읽은 좋은 시44        

 

농무/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
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
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신경림 시인은 이러한 즐거운 소재를 시상으로 삼아 역설적으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점점 황폐화되어가는 농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곳곳에서 즐거워하는 시구가 나오지만 그 주변 시구와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화자가 농촌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시이다. 마지막에 농무를 춤으로 인하여 한과 울분이 신명으로 승화 되는 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청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을 이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알려 주는 대목. 여기서 막이 내렸다는 시 내용을 고려 해 보았을때 농촌사회가 막이 내렸다 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가설 무대란 임시로 만들어진 무대인데, 쉽게 해체가 가능하다.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텅빈 운동장은 공허감과 소외감을 상징,또한 농무는 원래 다같이 즐기는 농촌의 축제와도 같은 것인데 이젠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 했다는 것을 구경꾼이라는 시어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음.
분이 얼룩진 얼굴: (1) 농무 분장이 얼룩짐 , (2) 분한 마음이 얼룩짐 <중의적 표현>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쪼무래기들은 젊은 일꾼들이 떠나고 남은 농촌 사람들을 의미한다.
꺽정이=임꺽정, 시적화자를 대변, 감정이입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농촌이 붕괴하는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 신명이 날리가 없기 때문에 역설적 상황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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