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많이 읽히는 시

39. 푸르른 날/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20. 22:10

내가 읽은 좋은 시39        

 

푸르른 날/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서정주(1915~2000) '푸르른 날' 전문

가을이 오고 있는 9월이다. 맑고 깨끗한 고국의 하늘은 너무 눈이 부셔서, 외국에 오래 나가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눈물겨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나는 '저기 저기 저'하는 말도 안 되는 말, 가을 풍경에 얼이 빠진 시인의 당황이 그렇게도 좋다. 미당의 고향마을의 발음으로 다시 한번 외워 본다. 과연 그는 시인이다.

[출처][서정주] 푸르른 날|작성자여름개굴

'내가 읽은 좋은 시 > 많이 읽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 화사/서정주  (0) 2024.05.20
40. 귀촉도/서정주  (0) 2024.05.20
38. 눈/김수영  (0) 2024.05.20
37. 사랑의 변주곡/김수영  (2) 2024.05.20
36. 윤사월(閏四月)/박목월  (0)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