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06

소안도 뱃길

소안도 뱃길/ 월정 강대실  뭍과 긴 입맞춤 끝내고이별의 저린 고함소리 토해내며꼬리 접고 돌아선다외로운 질주는 부두가 아련하고섬 사이에 물방울 주단 깔더니어느새 뱃길은 낭만이 넘실댄다삼삼오오 헤헤대며고스톱 신나게 두들기는 이들신문지에 순대 안주 벌려놓고정 남실 부어 돌리는 이들수평선 너머서 건져 올린 꿈한 구덕 짊어진 연인들 넘치는 수다훼리호 뱃마루는수국의 해방 공원이 된다. 초2-862

1. 오늘의 시 2024.09.14

어느 여름날

어느 여름날/월정 강대실                                        벗님네들 얼굴 한 번 볼 양으로너릿재 새털같이 사뿐 넘었지요  술 익는 냄새 졸졸 쫓아가다, 농주큰통 하나 실었지요 도갓집에서주춧돌 놓일 날만 손을 꼽던 집터계절이 엉클어져 한마당 잔치인데느릅나무 그늘 멍석 깔고 둘러앉아막 한 잔 타는 목 축이려는 참에솔밭 건너 앞산이 훌쩍 아는 시늉해어서 오라 손나발 해 옆자리 앉히고건하게 들었지요 너나들이하면서산들바람도 대취하여 따다바리고어느덧, 설움에 겨운 해 서녘에 벌겋고 텃새들 시나브로 제 둥지로 모여들어흥얼흥얼 어둑발 붙들고 넘었지요어느 여름날 그 하루 햇살 좋은 날. 초-864

1. 오늘의 시 2024.09.14

어느 여름날3

어느 여름날3/ 강대실                                     올여름엔 산방에서 탁족회 갖자고 여기저기 벗네 전화 받고는장에 간 어머니 눈이 까맣게  기다리던유년 적 기다림을 다 해 본다읍내 마트에 들러 주섬주섬주전부리감 갖추갖추 좀 사서캄캄한 산모롱이 돌아 산방에 닿는다늦었다며 등 뒤로 얼굴 내미는 산더러는밤새 더 푸르러라 이르고각시둠벙 불러 새 물로 남실 채우라 하고잠에 떨어진다첫새벽 자박자박 찾는 호반 산보길 얼굴 보자는 손짓에 잠깐 만나고 와서여기저기 땅에 물밑에 나뒹구는피서의 허접쓰레기에 팔렸는데어둠을 발라먹었나머리통이 고만고만한 꼬맹이들 한패거리어느 틈에 둠벙을 독차지했다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아침부터 안개가 중대가리를 깰 기세인데 벗님네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

1. 오늘의 시 2024.09.14

그림자 찾는 노인장

그림자 찾는 노인장/월정 강대실아동들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간간이 창을 넘어 질러오는오후의 텅 빈 운동장 한 켠 긴긴 세월의 상흔 온전히 부둥켜안고교계 지켜 서 있는 버드나무휘늘어진 가지 아래 불언의 위로 주고받으며긴 벤치에 석불처럼 앉아 있는소복단장 중절모 쓴 하이얀 노인장 무슨 회상에 저리도 아득히 잠겼을까‘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놀아!’기다림 눈자위보다 더 깊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초립동 시절아련한 그림자 찾아 나왔을까뛰노는 학동들에게서. 초2-868

1. 오늘의 시 2024.09.14

한가위 달2

한가위 달2/ 월정 강대실                  돌아보며 감아 올리지 않아도어느새 도지는 막심한 불효세월 거듭 가고 층층히 쌓일수록도지는 부끄러움 깊히 짓는 회심바람 앞서 떠날 줄 알았더라면서둘러 편히 한 번 모셨을 것을나와 서성이시네 밤 하늘에추석빔 송편은 나누나 걱정하시다 자식들 소원 한아름 안고 가시네한가위 덩덩그런 달이 되셔.

1. 오늘의 시 2024.09.13

한가위 달

한가위 달 /월정 강대실 꼬박 일 년을 노심초사 기다린 어머니 환한 얼굴 뵙는 날, 희끗희끗 바랜 세월 먹칠하고 서둘러 세목을 한다 가뿐한 마음 문밖에 나서자 눈앞 천궁에서 초조히 기다리시다 선뜻 이 아들 알아보고는 덩두렷한 웃음 보드라운 은빛 손길 연신 등어리 쓰다듬어 주신다 마음을 곧이곧대로 가지면 얼굴에 둥굴둥굴 달이 떠오른다며 발걸음 따라 마당까지 오시더니 시장할 테니 어여 들라 등 떠민다 박덩어리 같은 아내 얼굴 수저 젓가락 가지런한 저녁상 둘러앉은 가족 가운데로 내온다. 초2-875

1. 오늘의 시 2024.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