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날2 /월정 강대실 -몸살 앓는 산하 씨알로 떨어진 땅에서 한 발짝도 꼼짝 않고 눌러산다고 허리 굽은 노송 말을 붙인다 언제인가 생겨난 뒤로 한 번도 바람에 장단 맞춰 춤춘 적 없다고 곰바위가 말 보탠다 어디서 뺨을 얻어맞았는지 눈에 모를 세우고 떼거리로 몰려 와 걸신같이 먹고 마시며 게걸게걸 떠들다 도토리만 한 묘수라도 났는지 결코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입찬소리하다 그만 술에 떨어져 즐빗이 퍼질러 자더니 갈 때는, 난장판을 쳐 놓고는 나 몰라라 달랑 빈 배낭 하나 걸쳐 매고 빚쟁이 야반도주하듯 날라 버린다고 줏대도 제 곬도 없는 코푸렁이들 백 번이라도 뺨을 맞아도 싸다고 열이 받친 바람 다발총처럼 말을 갈겨댄다. 2024.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