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스크랩]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1. 1. 15:52
 

가난한 사랑 노래 


작가 소개

 신경림(申庚林 1935- ) 시인. 충북 중원 출생.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 1955~1956년 <문학예술>에 추천을 받아 시 “낮달”, “갈대”, “석상”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건강이 나빠 고향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맡았다. 한때 절필하기도 하였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였다. 이 때부터 초기 시에서 두드러진 관념적인 세계를 벗어나 막연하고 정체된 농촌이 아니라 핍박받는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하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농민의 한과 울분을 노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는 ‘민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받아 마땅한 문학’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1973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에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길>(1990) 등이 있고, 평론에 <농촌현실과 농민문학>(1972),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2), <역사와 현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시>(1984), <민요기행>(1985),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이 있다.


시 전문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경향 : 휴머니즘적

 성격 : 현실적. 감각적

 표현 : 이야기 형식. 설의적인 동일 구문을 반복함.

 구성 : 병렬식

    1-3행    가난한 이의 외로움(헤어짐)

    4-7행    가난한 이의 두려움(현실)

    8-11행   가난한 이의 그리움(향수)

    12-15행  가난한 이의 사랑(만남과 이별)

    16-18행  가난한 이의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

 제재 : 가난한 삶

 주제 : 따뜻한 인간애(人間愛). 인간적 진실의 따뜻함과 아름다움

 출전 : <가난한 사랑 노래>(1988)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전 18행으로 연의 구분이 없는 비연시(非聯詩)이며, 부제로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고 되어 있다.

 이 시는 가난하기에 평범한 삶마저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농촌 출신 노동자의 삶과 애환을 노래하고 있다. 집 뒤에 감나무가 있는 농촌 출신인 그는 물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노동자로 생활하지만, 생활에 쫓겨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지만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리움도 사랑도 다 알며, 또 가난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않으려는 믿음과 진실됨이 있기 때문에, 그는 자포자기하거나 현실을 비정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비극적인 현실이 가난한 사랑 노래로까지 승화되는 것이다.

 이 시를 의미상 다섯으로 구분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다.

 1-3행은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골목길에 하얀 눈이 내리고, 눈 위엔 달빛이 새파랗게 비치고 있다. 이 정경 묘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절실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과 정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 광경은 가난하지만 진솔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미지와 통한다.

 4-7행은 깊은 밤, 즉 새벽 두 시에도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깊은 밤거리에 귀를 두고 있지만,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밤을 새워 일하는 사람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은 밤을 새워 일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8-11행은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다. 겨울 초입으로 들어가는 때에 홀로 있는 밤 시간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더욱 그립게 떠오르고 있다.

 12-15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가난 때문에 돌아서면서 울음을 터뜨려야만 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16-18행은 가난하기 때문에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지만, 또한 그 모든 것들이 가난으로 하여 얻어질 수 없음을 절감하는 안타까움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출처 : 기다림114
글쓴이 : 기다림114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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