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8. 문병란/ 20. 배암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3. 21:19

배암

                           문   병   란

배암,
너는 저주 받은 운명을 몸에 두르고
돌팔매 단죄 장대공격을 피하여
볕 가린 구멍이나
음지의 진구렁 가시밭에
아무도 모르게 고독을 또아리쳤다.

아담과 이브,
차라리 진실은 인간의 죄를 둘러씌운 음모
소리를 빼앗긴 혓바닥 낼룽거리며
너는 또 돌팔매에 쫓기는구나
멋대로 타락한 인간들
뱀을 팔아 하느님을 배신한
보다 더 징그러운 인간의 혓바닥들이
총알보다 무서운 증오를 내뿜는다

배암,
눈이 시리게 차거운 달밤이면
오만한 조상의 풍속을 배워
호화로운 뱀춤 기나긴 교미를 끝내고
아라비아 사막의 노래 피리를 부느냐.

슬기롭고 냉혹하여라 배암,
완강한 운명의 목줄을 물어뜯어
선지피 낭자한 그날에
다시 한 번
이브와 아담을 타락하게 하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