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문 병 란
나의 눈은 밤중에도 오히려
대낮처럼 환하다
다방의 탁자와 커피잔들이
내 머릿속을 걸어다닌다
무수한 골목들이
실뱀처럼 기어다닌다
묵은 책들이 눈을 뜨고
쥐마저 잠든 밤
나는 남처럼 앉아 나를 바라본다
너는 또 무엇이 그리워
이 밤에 동그랗게 앉아 등불을 지키는 것이냐
언제부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이루지 못할 사랑 하나 큰 죄악처럼 지니고
이 밤도 너는 단테의 제7지옥 애욕의 골짜기
깊고 먼 고뇌의 어둠 속을 헤메고 있구나
새벽 세 시
죽어버린 올빼미도
이 밤엔 울지 않는다
내 슬픈 임종처럼 고독한 밤
두 눈 말똥해 가는 불면 속에서
사신(死神)처럼 앉아 있는 외로운 사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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