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노송/월정 강대실
서둘러 해거름녘에사 산에 오른다
허리 휜 노송이 길을 막아서며
잠깐 저어기로 앉아 숨 돌리며
내 말 한번 들어보란다
번갈아 계절이 찾아와 보듬어 주고
산짐승들 품이 아늑하다며
달밤이면 찾아와 자고 간대요
한데, 참 모진 인간 있어요
물아래서 욕먹고 분풀이 왔는지
아니면 치받을 칼을 갈려는지
애먼 우릴 돌로 찧고 툭툭 발길질해요
이까짓 하며 무던히도 참았지만...
그렇게 불한당 같은 사람들도
세끼 밥을 다 찾아 먹나요, 문안에서는
여기저기 피멍 든 생채기 내보이더니
그만, 울컥 몸을 웅크리고 울먹인다.
초2-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