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여운 바람/월정 강대실
간만에 물통골 정상 추월산을 찾으니,
노송 하나 솔방울 떨어진 자리에서
꼼짝 않고 발붙여 산다 말 붙인다
곰바위 언제인가 생겨나고는 한 번도
구름 따라 떠돈 적 없다 말 보탠다
바람이 냉큼 달려들어 많이 본 듯하다,
어디서 뺨을 얻어맞았는지
모가 선 눈 떼거리로 몰려와
걸신처럼 먹고 마시고 게걸게걸 떠들다
벼룩의 불알만 한 묘수라도 났는지
끝장을 보겠다고 입찬소리 해 대다
술독에 빠져 즐빗이 꼬꾸라지더니
갈 때는 벌려 놓은 난장판, 나 몰라라
달랑 빈 배낭 하나 주워 매고
굶주린 곰에 쫓기듯 허둥지둥 내뺀다고
줏대도 제 곬도 없는 코푸렁이들
백 번, 아니 천 번이라도 맞아도 싸다고
열이 받쳐 말 다발총 갈겨댄다
초2-882
2024.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