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1 / 월정 강 대 실
앞장선 기억 따라, 산발치
칙칙한 오솔길 타고 드니
찔레나무 두렁을 파고들어
여기저기에다 진을 치고
개망초 우북이 모여들어
한바탕 새하얀 춤판인데
좋은 미영밭 다 묵혔다고
솜구름 눈흘기며 영을 넘는다.
산밭2 /월정 강 대 실
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
호들갑 떨며 토주 행세 부리더구먼
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
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
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
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
꼭 삿갓 같은 사람 이라며
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밭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
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시르르 밭귀퉁이 눈 둘러보며
마음 질질 끌고 도망치는 새 주인.
산밭 3 /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빈손 길 떠나실 때
이거라도 받아 두거라 하시어
유산으로 물려받은 농골* 산밭 한 뙈기
잘 지킬 맘에 내 이름으로 돌려놓고는
여태껏 부치지 못해 죄만 같은데
먼저 가신 아버지 검은깨 말로 털고
미영 참 잘되던 개똥밭이
살피도 놓치고 묵정밭 됐다고
안타까워하시는 모습 눈에 선해
틈틈이 배롱나무 심고 가꾸어
선대님 산소에랑 옮겨 심을 맘으로
덤부렝이 걷어치운다
매부리 같은 가시 한 판 붙어 보자는 듯
냅다 옷과 온몸 할퀴어대고
댕돌같은 아내 여기저기 생채기 보이며
기껏 해서 이깟 밭이였냐는 찬웃음
된불 되어 가슴 꿰뚫어도
흙냄새에 묻은 두 분 향기 힘 솟친다.
산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