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산밭1.2.3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 4. 19:21

사진설명: 작자의 출생지

  

산밭1 / 월정 강  대  실
   

 

앞장선 기억 따라, 산발치
칙칙한 오솔길 타고 드니

찔레나무 두렁을 파고들어
여기저기에다 진을 치고

개망초 우북이 모여들어
한바탕 새하얀 춤판인데

좋은 미영밭 다 묵혔다고
솜구름 눈흘기며 영을 넘는다.

 

 

산밭2 /월정 강 대 실



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
호들갑 떨며 토주 행세 부리더구먼
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
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
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
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
꼭 삿갓 같은 사람 이라며
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밭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
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시르르 밭귀퉁이 눈 둘러보며 
마음 질질 끌고 도망치는 새 주인. 

 

 

산밭 3 /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빈손 길 떠나실 때

이거라도 받아 두거라 하시어

유산으로 물려받은 농골* 산밭 한 뙈기

잘 지킬 맘에 내 이름으로 돌려놓고는

여태껏 부치지 못해 죄만 같은데

먼저 가신 아버지 검은깨 말로 털고

미영 참 잘되던 개똥밭이

살피도 놓치고 묵정밭 됐다고

안타까워하시는 모습 눈에 선해

틈틈이 배롱나무 심고 가꾸어

선대님 산소에랑 옮겨 심을 맘으로

덤부렝이 걷어치운다

매부리 같은 가시 한 판 붙어 보자는 듯

냅다 옷과 온몸 할퀴어대고

댕돌같은 아내 여기저기 생채기 보이며

기껏 해서 이깟 밭이였냐는 찬웃음

된불 되어 가슴 꿰뚫어도

흙냄새에 묻은 두 분 향기 힘 솟친다.

 

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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