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도둑괭이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 4. 17:53

(사진 출처: 인터넷 이미지)

 

도둑괭이 /월정 강대실

 

 

수묵 같은 어스름

유년의 기억 속 도둑괭이 한 마리,

빠끔히 샛문 밀치고 기어드는

 

방구들 들썩이는 오롱조롱한 새끼들

호롱불 옆 헌옷 깁던 어머니

도둑괭이 왔다며 꼬이면

질겁하여 이불 속 파고들었던

 

대꾼한 눈 수심의 어둠

속으로 오그라드는 울음소리

등에 달라붙은 뱃가죽 허기진 모습에

시퍼런 냄새의 촉수 앞세운

 

오늘도 여기저기 뒤지고 헤쳐 늘어

치도곤 먹이려는 심보가

채 비워내지 못한 마음속 미움의 싹으로

새록새록 돋아 오르는데

 

미움을 품는 것은 마음밭에

가시나무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니

불현듯, 작두날을 본 듯 서늘해진 가슴

색안경 접는다.

(4-56. 바람의 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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