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산행 일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1. 27. 08:00

(사진: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

 

산행 일/ 월정 강대실
 

숨 고르고 싶은데 날아든 안내장,  
외할머니 집 가듯 친정집 가듯 
방맹이질 치는 가슴 산행 날 손꼽는다

무게가 될 것은 눈곱까지 내려놓고
차에 오르면, 세월에 헐거워졌지만
태산이라도 오를 수 있다는 듯
한 차 가득한 주체 못할 욕망들

도란도란 휴식 같은 풍광 내다보며
흥타령에 궁댕이 몇 번 틀어 앉으면 산문
불끈 솟아오르는 한창때의 기운
송골송골 땀방울이 밟아 오른 산정 

멀리 바라보이는 아름다움에 취해 
꿀맛 같은 도시락 잔치 벌이고 나면
불꽃 진 생의 아쉬움 눈 녹듯 사라지고 
어느새, 서산을 물들이는 금빛 낙조

바람의 나래 잡고 가뿐히 내려와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권하는 하산주
가슴속 시궁창에 떠오르는 보름달 
생기 돋은 산객들 귀로가 가볍다.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를 지우며-매화나무  (2) 2023.12.07
다시 길을 찾다  (4) 2023.12.01
고독한 산행  (2) 2023.11.24
국수4.3.2.1  (0) 2023.11.22
째마리  (2) 2023.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