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귀로1.2.3.4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20. 16:04

귀로歸路1/ 월정 강대실 메마른 바람 저무는 뚝방에 올라 애증愛憎의 긴긴 강줄기 거스르고 있는 억새풀 이제 해야 할 일은 죄다 비우는 것이라고 쓰적쓰적 털어 내고는 흰 계절로 채운다.

귀로歸路2/ 월정 강대실 맑은 날보다 소맷단으로 눈물 훔쳐 산 날 많았어도 다 팔자소관이었다며 결코 곁으로 가시겠다던 당신, 이제 가슴에 지른 불 스스로 꺼 주실 아버지 함께 계 시는, 말씀은 없었지만 한 번 먹은 마음은 어쨌든지 금가락지 옥가락지 보다 더 重하단 당부셨지요. 마음 갈피에 바람 드세 길 잃은 짐승처럼 헤매다가 어머니 무덤 찾아 망초대 쑥 쥐어뜯다 언뜻 마루청 옹이같이 번쩍이는 그 말씀, 환청으로 듣고 마음갈피 다잡고 돌아서는 어스름 저물녘.

귀로歸路3 / 월정 강대실 한 손에 책가방 또 한 손엔 빈 자루랑 된장 단지 챙겨 들고 쌍치행 버스에 올라타면 어느새, 귀에 고소한 고향 한 시간여를 짐짝처럼 끼이어 터덜터덜 두어 시간 자갈길 걸어 어스름 매방아 고샅에 들면 꼬리치며 달려드는 꺼멍이 뒤로 희색 가득한 어머니 얼굴 지금은, 훌쩍 서산 노을 따라 가시더니 농골 막창 산밭 윗머리에서 아슴한 동네 어귀 내다보고 계시는, 아내와 반 이야기 참도 안 되는 찾을수록 가슴 설레는 길.

귀로歸路4/ 월정 강대실 지금부터 입니다 새로 시작하기로 합니다 겹겹이 둘러쓴 가면과 막누더기 훌훌 벗어 던지고 사금파리길일망정 뛰는 겁니다 각심의 허리끈 동여매고 비바람이 드세면 바위 밑에라도 지체했다 가고 그리움 움터 오면, 길섶 씁쓰름한 풀잎 씹어 넘기며 결단코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겁니다 서녘 노을빛 아름다운 꿈으로 다시 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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