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봄날 엽서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2. 16:03

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이 쓸어 간 하늘에

금빛 햇살 넘실댑니다

구례 산동면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실개천 가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 때문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 외로 남은

차디찬 돌멩이여서도 아니고

솟구치는 그리움 탓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꿈의 싹 파릇이 키워내지 못하고

떨쳐 버리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이우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도 아니고

거기 그냥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도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연기 없이 붉게 타는

지는 해의 아름다움

그대는 잘 모를 성싶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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