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이 쓸어 간 하늘에
금빛 햇살 넘실댑니다
구례 산동면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실개천 가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 때문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 외로 남은
차디찬 돌멩이여서도 아니고
솟구치는 그리움 탓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꿈의 싹 파릇이 키워내지 못하고
떨쳐 버리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이우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도 아니고
거기 그냥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도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연기 없이 붉게 타는
지는 해의 아름다움
그대는 잘 모를 성싶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