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호에서 돌아온 고향/월정 강대실
반가워라 다시 보는 고향 풍경
긴 세월 깊고 푸른 물의 나라에서
오롯이 침묵으로 버티다 활짝 얼굴 내민.
한 겹 한 겹 물의 퇴적을 벗고
우연히 본 어머니 앙상한 가슴과 같은
희무스름한 맨살 드러내 보이더니
어느새, 수장의 악몽 딛고 망초꽃 흐드러진
왕대처럼 모여 살던 노루목 청수 용평마을*
아침저녁으로 덜컹거리며 달리던
시골 버스 뽀얀 흙먼지 일으키던 신작로
개헤엄 치며 붕어 송사리 잡던 앞내
감 가마니 차곡차곡 실은 소달구지
우걱우걱 건너던 삼거리 초소 아래 다리
뿔뿔이 흩어진 일촌들 못내 잊을 수 없어
물줄기보다 더 질긴 명줄 부여잡고
옛 풍치 고스란히 갈무리했구려
버들치 미꾸라지를 노리는 물총새
여울목 너럭바위 찾아 웅크리고 앉고
유유히 짝을 지어 나르는 왜가리
삶의 터전 되찾은 하이얀 날갯짓 한가롭다
여기저기에 서린 추억 아슴히 떠오르는데
부둥켜안고 목 놓아 부르고픈 이름들
망향비에 음각 되어 영겁의 그리움 낳는다.
* 노루목 청수 용평마을: 담양호 상류 수몰 된 마을들.
초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