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실마을 채씨/ 월정 강대실
진눈깨비 때리던 동짓달
허접한 살림살이 주섬주섬 챙겨 싣고
논두렁길 박차고 떠난 덕실마을 채씨
산처럼 치닫고 물처럼 휘감기며
부자 동네에다 아파트도 장만하고
새끼들이랑 옥작옥작 살더니만
어쩌다 중간에 잘못 생각하여
숫되고 세상모른 자식 백일몽에 젖어
일일년년 뒤통수만 바라보고 살자니
삶이 한 곡조 노래보다 서글픈데
어느덧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질화로 속 온기처럼 그리워지는 가난
절름절름 망초꽃 같은 백발 머리에 이고
노을 든 한강에 씻는 바람 아홉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