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5-밤골 ✽ / 月靜 강대실
어둑살 땅뺏기 하는 당산 마당에 드니
까치가 머리오리가 세었다며 통성한다
맨손으로 호랑이 때려눕힌 이야기도 좋고
모여 앉아 이약이약하다 밥도 함께 먹고
회당이 내 집 안방 같아서 좋다.
정월 대보름 천 원씩 내는 인구전
당산신께 풍요와 평안을 빌며 제 지낸다
메 주 과 포 편 채 정갈한 제물에
울리는 매구굿 소리 축수하는 부민들
파제 후 훈훈한 동네잔치가 좋다.
첩약보다 운동이 더 좋은 줄을 알고
틈내어 삼삼오오 동네 윗길 수차처럼 돈다
된깔크막 넘어서 약수터에 다녀온 이들
앞 강 자전거길 애마로 달리는 사람들
섭슬려 운동하는 습관이 좋다.
고희의 마루턱에 선 토박이 친구들
목이 칼칼하면 아무나 가만히 손짓한다
주막집에 앉아 소주 막걸리 몇 병 앞에 놓고
애먼 세상 씹다가도, 남은 세월 얼마인데
함께 헝클어진 마음 다잡아서 좋다.
✽밤골 :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