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고요 // 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8. 2. 14. 17:16

고요 / 서정주

 
 
이 고요 속에
눈물만 가지고 앉았던 이는
이 고요 다 보지 못하였네.
 
이 고요 속에
이슥한 삼경의 시름
지니고 누었던 이도
이 고요 다 보지는 못하였네.
 
눈물,
이슥한 삼경의 시름,
그것들은
고요의 그늘에 깔리는
한낱 혼곤한 꿈일뿐,
 
이 꿈에서 아조 깨어난 이가
비로소
만길 물 깊이의
 
벼락의
향기의
꽃새벽의
옹달샘  속 금동아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임 마중 가는 만세 만세를
침묵으로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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