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30
거울/이 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6연 13행의 자유시로, 행과 연은 구분되었으나 띄어쓰기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상은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데 이것은 정서법이나 기존의 율격의식 같은 모든 상식이나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도 된다.
「거울」은 '꽃'이나 '산'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한 서정시와는 달리 자의식의 상관물인 '거울'을 대상으로 자의식세계를 그린 것이다. '거울 밖의 나'와 '거울 속의 나'를 대응시키고 있지만 그 둘이 끝내 합쳐질 수 없는 자아분열(自我分裂)의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아를 상실하고 고뇌하는 현대의식의 비극성을 나타낸 것이다.
'거울', 곧 자의식은 인간이 그 자신과 만나는 의식공간이기도 하다. 자의식의 주체인 '나'와 그 객체가 되는 '나'와의 관계를 교묘하게 극화시킨 이 시는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술로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두개의 귀가 거울 속에 있다고 한 것이라든지, 또는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왼손잡이라고 한 것 등 모두가 '거울'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는 평범한 사실들의 나열이다.
그럼에도 이런 평범한 사실들의 환기가 우리들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이 시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잊고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던 것들을 충격적으로 환기시켜주고 있다.
이 시의 핵심부인 5·6연에서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절망, 그리고 비극성을 제시한다. 내가 거울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불안감이나, 또는 현실에 쫓기는 '나'와 '거울 속의 나'는 서로 제어할 수 없는 분열을 겪고 있는 좌절과 비극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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