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28
갈대/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 시는 신경림의 초기 경향을 대표하는 시로, 인간 존재의 비극적인 생명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다시 말해, 삶의 근원적인 비애를 '갈대'의 울음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에 나오는 '갈대'가 연약한 인간 존재를 상징하는 것임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갈대는 '울고 있고', '흔들리고 있고', '바람도 달빛도 아닌 제 조용한 울음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 '사는 것 자체가 조용한 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갈대의 존재는 내부적이고 근원적인 고통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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