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27
저녁 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출처]저녁눈 - 박용래 -|작성자안정식
이 詩는 1960년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시골의 눈 내리는 풍경을 단순하면서도 정 감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말집’은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귀틀집을 말하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합니다.등도 그럴 고요 이 詩를 읽다 보면 무엇보다, 언젠가 우리가 눈이 내리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을 때, 똑같이 내리는 눈들 도 유독 어느 한두 군데에 더 많이 내리며 쌓이는 듯 여겨지는 느낌이 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우리의 그런 느낌을 대신 표현해 준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눈이 붐비는 장소 중 ‘변두리 빈터’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겠습니다만.
[출처][231218 시/글]저녁 눈 (박용래, 1925~1980) /인생의 맛( 앙투안 콩파뇽)|작성자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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