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많이 읽히는 시

24. 유리창//정지용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17. 20:48

 

내가 읽은 좋은 시24
 
유리창/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시의 주제가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임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유리'는 표면적으로 시적화자가 머무는 공간인 ''''을 차단 하기도 하고, 투명하기 때문에 연결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집니다.실제로는 차단되어 있지만,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유리'는 화자가 살고 있는 이승과 죽은 자식이 있는 저승을 투영해주는 유일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고 슬픈 것'은 화자의 입김을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차갑고 슬픈 것이라고 표현 했으므로, 죽은 아이의 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리창 앞에 화자는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분다고 했습니다.
열이 없이 서있는 이유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입김을 부니,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길이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고 했습니다.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창 밖의 길이 일렁거려 보이는 것이지요.그리고 그것을 길이 날개를 파닥거린다는 활유법을 사용하여,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이것을 통틀어 날아가는 새같은 죽은아이의 환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는 입김을 불고, 지우고 또 불어서 보는 모습입니다.이는 죽은 아이를 보고싶은 화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새까만 밤'은 죽음의 세계를 의미하는데 입김을 불고 지우는 행동을 통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새까만 밤에 떠오른 별을 '물먹은 별'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체는 죽음의 세계에 떠있는 죽은 아이라고 유추할 수 있고, 이 별을 '물먹은 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화자의 눈에 눈물이 고여, 눈물어린 눈으로 별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고 표현 한 것은, 보석만큼 죽은 아이가 소중한 존재임을 뜻합니다.

유리를 닦는 것은, '' '죽은 아이가 있는 저승의 세계'를 더 잘 보기 위한 화자의 행동입니다.이러한 화자의 행동을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고 표현 했습니다.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하죠. 외로움과 황홀함은 서로 상반되는 정서입니다.하지만 화자는 이 두 정서를 함께 사용했네요. 이는 모순적인 것으로 역설법이라고 합니다.죽은 아이가 자신 곁에 없어서 외롭지만 유리창을 통해 아이의 환영이라도 보기를 기대할 수 있기에 황홀하기도 한 것입니다.

'폐혈관이 찟어진 채로' 에서 죽은 아이가 죽은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에서 유추할 수 있는데, 바로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이에 화자는 '아아,'라는 영탄법을 사용하여 극도의 슬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는 죽은 아이를 지칭하는 시어로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산 새'처럼 허망하게 날아갔다고 표현했습니다.

부모를 잃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그만큼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정지용 시인은 '유리창'이라는 시에서 자식이 죽었다라는 말 한마디 없이, 절절한 아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 시라서 그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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