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구/월정 강대실
백년가약이 무슨 애들 소꿉장난인가!
어떤 친구가 출장길에 차가 미끄럼을 타
오랜 병상 신세를 지다 네발로 나와
결국엔, 돈 몇 푼에 늙은 도짓소 되었다
그간 생활 전선에 나섰던 부인
알바에 보험에 방물장사로 돌다
받을 건 간데없고 사방에 빚만 늘렸다
친구, 산 입에 거미줄 치게 둘 수 없다고
돈뭉치 싸 들고 이것저것 기웃대다
덜컥 덫에 걸려 손 털고야 말았다
한쪽은 몇 십 년을 통째로 쥐어 준 봉투
어디다 빼돌렸냐 볶아대고
다른 쪽은 여우한테 홀려 쪽박 찼다고
욕악담에 너니 내니 덤터기 씌우다
기어이, 큰 사달이 났다
집이며 묻어 둔 땅까지 홀랑 넘어가고
끝내는 도장 찍고 각기 돌아서고 말았다
반쪽입네 하나네 하며 죽고 못 살다가도
등 돌리면 부부간은 깨어진 그릇 되는가
질그릇 깨고 놋그릇 장만 못할진대.
(3-82.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