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흙내 맡고 싶었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18. 07:07

(사진: 인터넷 이미지)

 

흙내 맡고 싶었다 / 월정 강대실 

 
잃어버린 흙내 맡고 싶었다.

대처 생활 마음에 격이 생겨
눈에 모를 세우다가도 옆이라도 보면
한정 없는 부끄럼 떨칠 수 없어
비루해진 이 몸 끌고 쌍태리* 큰밭으로 간다.

 
흙의 숨결에 마음 다잡으며
후줄근히 땀에 젖어 삽질한다
감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며 나를 생각해 본다
그럴 때면 흙은 긴말할 것 없다는 듯
넌지시 토룡土龍을 내보이기도 한다.


잡풀이며 가시나무 같은 것들에게도
어미 닭처럼 품을 내준다는 듯
뒷발치께로 눈길 이끈다


어느새 몸에 향긋한 흙내 스민다.

 


* 쌍태리: 담양군 용면 필자의 고향마을

 

(3-74.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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