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 맡고 싶었다 / 월정 강대실
잃어버린 흙내 맡고 싶었다.
대처 생활 마음에 격이 생겨
눈에 모를 세우다가도 옆이라도 보면
한정 없는 부끄럼 떨칠 수 없어
비루해진 이 몸 끌고 쌍태리* 큰밭으로 간다.
흙의 숨결에 마음 다잡으며
후줄근히 땀에 젖어 삽질한다
감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며 나를 생각해 본다
그럴 때면 흙은 긴말할 것 없다는 듯
넌지시 토룡土龍을 내보이기도 한다.
잡풀이며 가시나무 같은 것들에게도
어미 닭처럼 품을 내준다는 듯
뒷발치께로 눈길 이끈다
어느새 몸에 향긋한 흙내 스민다.
* 쌍태리: 담양군 용면 필자의 고향마을
(3-74.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