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제1 전자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월정月靜 강대실 2026. 5. 3. 10:43

 

 

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강대실

 

 

 

 

 

 

 

 

 

 

 

 

 

 

 

 

 

 

 

 

 

 

 

 

 

 

작가의 말

 

 

 

 

시는 늘 내 삶보다 먼저 스며왔습니다.
말로 다 건네지 못한 날들의 결이
어느새 숨을 찾을 때 시가 되었습니다.

 

기쁨보다는 그리움이 많았고,
만남보다는 이별이 길었던 시간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사람으로 살게 한 고마운 길이었습니다.

 

이 시집은
내가 지나온 날들의 마른 숨이자
아직 건너지 못한 마음의 물가입니다.

 

누군가의 가슴에도
이 조용한 떨림이 닿아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2026년 이른 봄
태왕골 우거에서
월정 강대실

 

 

 

 

 

 

 

작품 소개

 

 

강대실의 첫 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오랜 시간 삶의 기록에서 고여 있던 마음을
맑고 절제된 언어로 길어 올린 결실이다.
세월의 결을 지나 다져진 사유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독자를 맞는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상처를 덮지 않는다.
아픔은 숨김없이 드러나지만
그 끝은 절망이 아니라 여백이다.
비워 낸 자리마다 은은히 스며드는 빛,
그 빛을 따라 마음은 천천히 성숙해 간다.
고통은 체념에 머물지 않고
성찰과 기다림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건너간다.

 

잎새와 꽃, 바람과 숲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제 자리를 지키는 존재의 숨결이며
비움으로 더 깊어지는 사랑의 은유이다.
낮고 겸허한 시선은 독자의 마음에도
잔잔한 물결을 남긴다.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비움의 미학과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단단해지는 삶의 결을 보여 준다.
서두르지 않는 언어, 과장하지 않는 진심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시집이다.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 목차

 

 

작가의 말

 

 

1: 쑥불로 타는 그리움

 

어머니 1 · 2

어머니 2 · 3

어머니 3 · 4

생가(生家) · 5

담쟁이 · 6

고향의 도랑에서 · 7

한가위 달밤 · 8

한가위 달 2 · 9

양각산(羊角山) 산보길 · 10

까치집 연정 · 11

천생 농꾼 · 12

아들의 입대(入隊) · 13

올 겨울 · 14

고향 소식 · 15

감잎 · 16

고향의 여름밤 · 17

자작골 편지 · 18

뜨락의 여름 · 19

 

 

2: 잡풀을 뽑으며

 

잡풀을 뽑으며 · 21

노거수 · 22

늦은 퇴근길 · 23

영혼의 바위 · 24

고독 · 25

새로운 묵도 · 26

강섶에서 1 · 27

강섶에서 2 · 28

시인(詩人)의 고백(告白) · 29

산정(山頂)에서 · 30

오십보백보다 · 31

벼랑에 핀 꽃 · 32

새가 되고 싶다 · 33

살아가기 · 34

세월(歲月) · 35

노을녘에서 · 36

나를 위로하다 · 37

불씨 · 38

출근길 · 39

산이 좋아 · 40

 

 

3부 계절 속의 탕아

 

봄눈 · 42

봄 오는 길목 · 43

영산홍 · 44

오월을 맞으며 · 45

들꽃 · 46

오월(五月) · 47

서글픈 장미 · 48

잡풀들의 이야기 · 49

뱀사골 여름밤 · 50

배웅 · 51

가을 문 앞에서 · 52

초추(初秋)의 길손 · 53

석류 · 54

가을 아침 일기 · 55

경주 가는 길목 · 56

낙엽 밟으며 · 57

빈 들의 감나무 · 58

눈길을 걸으며 · 59

나목(裸木)의 겨울나기 · 60

민들레꽃 3 · 61

유도화(油桃花) · 62

기다림 · 63

낙엽 · 64

겨울 국화 · 65

 

 

4부 시의 향기

 

시인(詩人)의 절규 · 67

버려진 동전 한 닢 · 68

청솔밭에서 · 69

새벽 · 70

면앙정(俛仰亭)에서 · 71

송강정(松江亭)에서 · 72

노송(老松) · 73

월야(月夜) · 74

탐부리 해변에서 · 75

팍상한 계곡에서 · 76

노점상 · 77

새벽 2 · 78

시인(詩人)으로의 길 · 79

밤비 · 80

자투리땅 · 81

빗속의 여인아 · 82

 

 

작가 소개 월정 강대실

 

 

발문/향수(鄕愁)어린 사무친 동경(憧憬)에의 영상(影像) - 시인 정소파

 

 

 

 

 

 

 

 

 

 

1

 

쑥불로 타는 그리움

 

 

 

 

 

 

 

 

 

 

 

 

 

 

 

 

 

 

 

 

 

 

어머니 1

 

 

 

 

저승 하늘 하도 멀어

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

되뇌어도

 

오오-냐,

오냐!

 

금시라도 반가이 오실

어머니 모습

 

오늘도

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

긴긴 밤을 지새웁니다.

 

 

 

 

 

 

 

 

 

어머니 2

 

 

 

 

무서리

북풍한설

()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

꽃 소식

눈앞에 아른아른하는데

 

심연(深淵)

끌어안고

노을빛 따라가셨지요.

 

 

 

 

 

 

 

 

 

 

 

 

 

어머니 3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달프게 불러댑니다
어머니당신의 이름.

 

 

 

 

 

 

 

 

 

생가(生家)

 

 

 

 

개울가 당산나무
허허로운 가슴 쓸며
시나브로 늘어가는 빈 집들
지켜 서 있는 산골 동네
 
매방앗간 고샅 지나
탱자나무집 뒷고샅
아들네 다니러 간 새 주인
기다리다 지쳐 녹슨 철문은
문패마저 떨구고 있다
 
거지반 허물어진 강담
거들뜬 눈 넘어다본 집 안
뒤틀린 마룻바닥엔
흙먼지 뿌옇게 앉고
텃새들 발자국 어지러운데
 
영혼의 숨결인 양
돌부리 솟아나는 마당
봄볕이 한가득 널리고
쑥잎들 토방 아래 졸다
귀 익은 소리에 고개를 든다.

 

 

 

 

 

담쟁이

 

 

 

 

대문 안에 갇힌 가슴 열어
이웃집 큰애기
웃음소리 들었더냐
마실 가려 했더냐
 
계절을 밟아 딛고
담 위에 톺아 올라
앞집 마당 훔쳐보다
팔 하나 부러졌는데
 
그래도,
이웃사촌 정 나누고파
다시금 담장을 넘는다.

 

 

 

 

 

 

 

 

 

 

 

고향의 도랑에서

 

 

 

 

솟구치는 그리움에, 찾아와
하루쯤 마음 달래고 간
도랑가 빈자리
돌멩이에는 청태(靑苔)만 푸르고

타향살이 서러움에
울컥 쏟아낸 눈물방울들
여울져 흐르다 굽이쳐
어느새 내 무릎을 적신다.

 

 

 

 

 

 

 

 

 

 

 

 

 

 

한가위 달밤

 

 

 

 

어머니!
앞산 마루 휘영청 한가위 달밤
땀에 찌든 농무(農務사립 밖에 밀쳐놓고
혹여 누가 볼까 봐 뒤꼍이었어요
 
맨드라미 빨갛고 노란 연한  
송당송당 썰어 넣어
동그란 보름달로 부쳐낸 한사코 
떼어서 입에 넣어 주셨지요
 
어머니!
곱기도 하다며 함께 바라보던 보름달
오늘은 어머니의 반가운 얼굴
사무치는 그리움에 이슥토록 마주합니다
 
자식 앞에서는 차마 보이고 싶지 않았던
 위로 조르르 흐른  줄기 눈물 
달빛 아래 너무나 선연했습니다
 
그 의미 지금도 다 알지 못한 채
가슴속 깊이 박혀 

살아서는 지울  없는 
아픔으로 또다시 도집니다

 

 

 

 

한가위 달 2

 

 

 

 

만선(滿船)으로 돌아온 배
고향 포구
밤새워 유영하더니
 
향리의 정리(情理) 듬뿍 싣고
멀리멀리 떠나가려나
 
서녘 나루
아슴히 멀어지는 쪽배
그리움의 강을 건넌다.

 

 

 

 

 

 

 

 

 

 

 

 

 

 

 

 

양각산(羊角山산보길

 

 

 

 

상수리 한 톨 투두둑!
내려앉는 소리에
멧새 한 마리 찬 공기 가르며
잊었던 길 찾아 나서면
 
반가이 주워 든 추억 한 알에
문득 살아오는 검은 머리 시절
잔디 위에 함께 뒹굴던 친구는
이제 고향에도 없어라

 

 

 

 

 

 

 

 

 

 

 

 

 

 

 

까치집 연정

 

 

 

 

유년 시절 산밭 가는 길목
실개천 미루나무 높다란 가지 위
우러러보던 동그란 집

 
타향으로 떠난 나

기어이 찾아와, 이웃에
고향 한 자락 물어다 집 지은
기특한 까치 내외
 
그리움 층층이 쌓여가는 세월
이제는 나도 어느덧
까치집 하나 지키며 살아가네.

 

 

 

 

 

 

 

 

 

 

 

 

 

천생 농꾼

 

 

 

 

골짜기 농사 지어서는 평생 그 팔자라
그만 벗어나야겠다며
알짜배기 전답만 다 팔아 넘기시더니
 
하늘바라기 어찌 못해
골짜기 산밭 어찌 못해
벌통, 임야, 대밭, 감나무……

선친 산소 어찌 못하여
평생 눌러 사시다
 
농골 끄트머리 산밭 볕받이로

새집 지어 가셔서는
온 동네 논밭배미 다 내다보고 계시는

천생 농꾼 우리 부모님.  

 

 

 

 

 

 

 

 

 

 

 

 

아들의 입대(入隊)

 

 

 

 

자작으로 햇살   쬐지 않은 여린 
 미더워 떠보낼  없는 애틋한 배행길


 못할 조바심 

궂은 비로 가슴 에고


계백 원혼 매운 바람 

올차게 뺨을 후려대는데
 
넙죽 큰절하고는 대열로 뛰는 당찬 녀석
멀어져 가는 행렬 눈길만 따라가다


  연병장 한켠 

동그마니  있는 몰골


행여나 미루나무 가지 위 까치가 볼까 

흔연스레 돌아선다.

 

 

 

 

 

 

 

 

올 겨울

 

 

 

 

마소도 외양간에 들고
하찮은 날짐승들까지
제 둥지 찾아 머리를 들이는데
새해 벽두
남은 녀석마저 곁을 비워버린
연유를 말해 무엇하랴 
무던히도 가슴팍 쳤던 세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불러도 돌아올 줄 몰라 
목마름으로 발버둥 쳐 보지만
왠지 공허만 도지는 가슴속.

 

 

 

 

 

 

 

 

 

 

 

 

 

고향 소식

 

 

 

 

아파트 숲 밀려와도
고향으로 남은 논다랑치
 
굽이진 세월 끌어안고
어지러이 뒹구는
묵은 생활의 잔해들
 
좁다란 빈터에
경운기 몇 번 맴돌고 가면
비로소 하늘이 열리고
 
시절 만난 개구리들
합창으로 계절을 노래하면
고향 소식은, 어느새
내 마음 나이테로 번져온다.

 

 

 

 

 

 

 

 

 

 

 

감잎

 

 

 

 

올 여름 도시 생활
용히 버티더니
문 안으로 슬쩍
푸른 감잎 하나 보냈나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
풋꿈 꾸다가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라
새벽을 하품질한다
 
이왕 조금만 더
참아 달란 기별인가
찾아온 바람소리 울 넘어
슬그머니 기어든다.

 

 

 

 

 

 

 

 

 

 

 

 

 

고향의 여름밤

 

 

 

 

개구리 와글대는 소리 거친
으스름 달빛 아래
모낸 논다랑이 끼고 앉은
불 꺼진 외딴집
 
쑥불 타는 마당 한구석
누런 황소 한 마리 누워
어둠 씹어 삼키며
편히 쉬는 밤
 
검고 깊은 뒷산에서
밤 지새우기 외로운 소쩍새
소쩍! 소쩍! 처량한 울음소리
고향의 여름밤 지킨다.

 

 

 

 

 

 

 

 

 

 

 

자작골 편지

 

 

 

 

여보게, 친구!
겨울볕 틈틈이 빠끔히 눈길 열거든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우거(寓居) 한 번 찾아 주시게, 꼭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새끼줄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눈앞 양지쪽 언덕 위 기다란 초막 한 간 있네
 
천막집 짓고 강철 의지로 산을 깨워
어느덧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김하다 친구 발소리 먼저 알고
귀 쫑긋 세워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한 짐 쿡쿡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에 눈물 좀 훔쳐 가며
군불 빵빵히 한 부석 지피세


온 방 지글지글 끓어오르면
세상사 무거운 짐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 다래주에 밤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곰 사냥이랑 물귀신 될 뻔한 이야기랑... 
밤새도록 해묵은 얘기 보따리, 한번 풀어보세.

 

 

뜨락의 여름

 

 

 

 

짙푸른 강물
넘실대는 뜨락
 
찾아든 바람
해들해들 춤추고
 
별이 쏟아진 감나무
단꿈에 젖어 있는데
 
고개 떨군 분꽃
연신 하품질 해대면
 
한마당 땡볕, 어느덧
어슬어슬 용마루 넘는다.

 

 

 

 

 

 

 

 

 

 

 

 

 

 

2

 

잡풀을 뽑으며

 

 

 

 

 

 

 

 

 

 

 

 

 

 

 

 

 

 

 

 

 

 

 

 

 

 

 

 

 

 

 

 

잡풀을 뽑으며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섭리로
  포기 돌멩이 하나까지
제자리에 세우셨지요 
 
나는  아침 나의 일로
마당 풀을 뽑습니다
 
평생을 지심  전답 가꾸는
농군 떠올리며
잡풀 말끔히 뽑습니다
 
 계절만 참아 달라고
발버둥치며 울어대는 생명
스스럼없이 해치우는 건
물론 큰 죄이겠지요
 
하느님!
그러나이 마음 개운한 걸
어이 해야 하리까?

 

 

 

 

 

 

 

노거수

 

 

 

 

온몸 썩히어
갖은 풍상
묵묵히 삭이고 서 있는
 
상처마다 피워 올린
독야청청의 마음

 

오늘은
낙엽으로 또 버티나니
 
 청청함으로 남는
내 마음속 깊은
지주목입니다.

 

 

 

 

 

 

 

 

 

 

 

늦은 퇴근길

 

 

 

 

당신 같은 사람 하나 보았습니다
용봉로 사거리 신호 건너다
질주하는 라이트 선연한 빗줄기
함초롬히 맞으며
 손으로 세상 가리고
마냥 채머리 떨고 있는
당신 닮은 여자 , 우연히 지났쳤습니다
이슥한  칭얼대는 신호에
부리나케  건너 뒤돌아보면
차량행렬 저편 신호등 아래
어깨 들먹이고 있는 여자,
그날  퇴근길 가로막고
한없이 울어대는
영락없이 당신 닮은 여자보았습니다.

 

 

 

 

 

 

 

 

 

 

 

영혼의 바위

 

 

 

 

산은 바위를 품고
바위는
그리움 하나 품고 산다
 
뿌리 없이 떠가는 구름
거연히 변하여도
오고 가는 여름날
내 마음은 늘 빈자리
 
저린 영혼
시 한 편으로 채우며
황혼녘 하늘가에 서 있다.

 

 

 

 

 

 

 

 

 

 

 

고독 

 

 

 

 

연자 맷돌 짊어지고
숨이 턱에 닿았어도
된서리에  죽어
털썩 주저앉아도 
의지가지 없네 


걸핏 하다 책잡히면
  기러기 달려들어
짓밟고 쪼아 대어
갈기갈기 흠을 내네


주저로운 세상
아니   없어
 가리고
 막고라도 가야지
 
허기진 영혼
걸인만도 못해
고갯마루 올라서서
하얀 세상 바라보고 웃는다.

 

 

 

 

 

 

 

새로운 묵도 

 

 

 

 

솟은 해 빗질하여
살아 온 세상
 
물정 모르고 치닫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네
속절없이속절없이
 
길섶 풀잎 씹어 맛보는 것보다
더 쓰디쓴 열매 보일지라도
 
하늘 뜻 헤아려
살아가는 세상살이
 
물 흐르듯 살아야겠네
씻기운 섬돌처럼 살아야겠네.

 

 

 


 

 

 

 

 

 

 

 

강섶에서 1

 

 

 

 

얼마나 넓어야
저리
평온할  있을까
 
얼마나 깊어야
저리
 보이지 않을까
 
얼마나 비워 내야
저리
푸르게 살까
 
오늘도
산 그림자 품을
마음밭 일군다.

 

 

 

 

 

 

 

 

 

 

 

강섶에서 2

 

 

 

 

  훤한  바라보다
 따라 물에 뛰어 든다
 
손과 얼굴을 닦고
마음까지 말끔히 씻고 나자
수면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하나
 
 눈으로 한참 들여다보면
조각달도   찾아들  없고
물방개  마리 헤엄쳐   없는
시궁창 같은 속내
 
강가에  담그고 앉아
밤새껏 목울음 운다.

 

 

 

 

 

 

 

 

 

 

 

 

시인(詩人)의 고백(告白)

 

 

 

 

당신 생각만으로 살겠어요
당신 이름으로만 살겠어요
 
꽃잎 지우는 바람의 아픔까지도
가슴속 찬란한 노래로 부르며
 
당신 이름으로만 살겠어요
당신 사랑만으로 살겠어요

 

 

 

 

 

 

 

 

 

 

 

 

 

 

 

 

산정(山頂)에서 1

 

 

 


새우젓 접시 같단다
단지 속이란다
 
동그마니 산정에 앉아
터질 듯한 복장 어루달랜다
 
산자락 훔친 바람 서천 노을에
마음밭 헹궈 내자 


어둑발  산사에서 들려오는
목어(木魚) 애연한 울음소리
 
눈감은  살으란다
 막고 살으란다.

 

 

 

 

 

 

 

 

 

 

 

 

오십보백보다                          

 

 

 

 

틈이 보인다 싶으면
물 본 기러기처럼 네 활개 치는 몰골
눈에 든 가시 같고 껄끄럽지만
마음 다잡으며 재갈 물고 견디다
 
마침내는 마구 뚫린 창구멍 되어
끝도 갓도 없이 띄워 보낸 오만 소리에
쇳물같이 끓어오르는 밸 삭히지 못해
맞대고 사자후 토하고 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후련하다가도
하염없이 낯간지러워
온종일 고개를 제대로 못 들고
회한의 속앓이를 하는 나에게
 
-끼 이..., 오십보백보다!”
천궁에서 아버지 귀를 찢는 날벼락 소리.

 

 

 

 

 

 

 

 

 

벼랑에 핀 꽃

 

 

 

 

쪽빛
 입에 머금고
 
벼랑 끝
움츠려 살다
 
시린 가슴
설움에 젖어
 
가없는 바다,
세상사 얽다

 

 

 

 

 

 

 

 

 

 

 

 

 

 

새가 되고 싶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응어리
떨쳐 버리지 못하여
입결에 접어   내뱉고 나면

드러난 속내 부끄럽고
죄스러움 간과하지 못해
낯짝을  수가 없다
 
  발짝을 살더라도
벙어리 냉가슴 덮어 버리는
송곳 언어가 없어

바람 좇는 눈으로
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고 싶다.

 

 

 

 

 

 

 

 

 

 

 

 

살아가기

 

 

 

 

코끝 파고드는 감미로움에 
바장이다 
하늘 가리고 다가서 보면 
이기(利己)에만 눈이 버얼게 
어르고 뺨치며 
물고 물리는 
허물어져 가는 세상 
속내 옥죄어 오는 매스꺼움에 
얼른 돌아서서  뱉는다

 

 

 

 

 

 

 

 

 

 

 

 

 

 

 

 

세월(歲月)

 

 

 

 

많아 뵈일까 봐
바래 돋은 日月
먹칠을 한다

반추
머리에 이고
걸어간다

 

 

 

 

 

 

 

 

 

 

 

 

 

 

 

노을녘에서 

 

 

 

 

바람길에 마주 서지 않고
흔들어 털어내지 않고도
주먹을 쥐고 펴듯
품은 꿈 조각 하나
무심히 떨쳐 버릴 수 있다면
 
가파른 둔덕바지
흔연스레 오를 수 있을 것을
 
세월에 채고 곱채인다 해도
청승궂게 숨비소리 내지 않고
이 길 기껍게 가리라
 
외롭고 힘겨운 짐 진 이에게
슬거운 가슴 내어 주길 잊지 않아
흙에 몸 섞일 그날에
하늘의 큰 상 받으리.

 

 

 

 

 

 

 

 

 

나를 위로하다

 

 

 

 

오늘도 많이 늦으셨네요!
다른 일 없었지요
저녁은요
 
힘 많이 드시지요날로
옷 갈아입어요
그리고 씻고 와요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아니차 먼저 한잔하게요


인삼차가 좋아요
매실차를 드실래요
아무래도피곤하실 테니
꿀차가 낫겠지요
 
꽃잔에 차 한 잔 챙겨 마시며
내가 나를 위로한다.

 

 

 

 

 

 

 

 

 

불씨

 

 

 

 

먼발치 자잘한 바람에
피어나 품은 불씨
 
마음의 청량수로
사그라뜨리지 못하면
 
모닥불 타오르나니
제풀에 재 되나니.

 

 

 

 

 

 

 

 

 

 

 

 

 

 

 

 

출근길

 

 

 

 

허허로운 아침
살바람에 웅크린
하얀 출근길


먼 산꼭대기
성큼 올라앉아
빈 들 노려보는
시린 눈빛

구부정한 나날
희미한 그림자
황혼 길 끌고
절며 언덕 오른다.

 

 

 

 

 

 

 

 

 

 

 

 

산이 좋아

 

 

 

 

깊은   비탈에
오두막집 지으리


  막아
두고  사랑 발길 끊어지면
세상사 만화(萬花) 읽으리
 
이따금씩
 잃은 노루 인기척하면

손인  반겨 맞아
저간의 얘기 나누며
하룻밤 벗하고 쉬어 보내리.

 

 

 

 

 

 

 

 

 

 

 

 

 

 

 

3

 

계절속의 탕아

 

 

 

 

 

 

 

 

 

 

 

 

 

 

 

 

 

 

 

 

 

 

 

 

 

 

 

 

 

 

 

 

봄눈

 

 

 

 

마알간 하늘
흩뿌린 꽃잎
 
그리움으로
가지에 피어나더니
 
밤을 지샌 자리
님이 흘린 아픔
 
흥건히 쏟고
흔적도 없다.

 

 

 

 

 

 

 

 

 

 

 

 

 

 

봄 오는 길목

 

 

 

 

돌아설 곳 없는 계절이 움츠려 있다가, 배시시

웃는 햇살에 흔적 없이 사라진 언덕바지 아래

발목 잡힌 지난 가을이 모여 옛이야기 수군대면

대지는 몸을 풀어 봄 아기 뾰조록이 고개 내민다

강물에 진 치던 동장군도 남녘서 올라온 화신에

전열을 풀고 화평을 응답하는 노래 부르면,

마른 풀덤불 속 시름 잊은 갯버들강아지

창 열어 해동의 빛으로 연초록 단장을 서두른다.

 

 

 

 

 

 

 

 

 

 

 

 

 

 

 

영산홍                           

 

 

 

 

영안실 앞마당
무더기 무더기 찾아들어
 
봄날이 시새워
잎새 연방 고개 내밀면
 
아무런 기색 없이 꽃자리 내주고
수술 끝 대롱 달린다
 
봄바람 오열 소리 묻어 오면
살포시 발 아래 내려앉아
 
오월 끌어안고
핏빛 머금은 채 이울다.

 

 

 

 

 

 

 

 

 

 

 

오월을 맞으며              

 

 

 

 

키재기로 솟아오르는
회색 숲 틈새
시간마저 멈춰 서
도시 숨구멍으로 남은
손바닥만 한 한 점 공간
 
칠팔월 넘보는
오월 초하루 햇살
질펀히 내려앉고
서러운 풀잎 흐드러지는 계절
 
숨이 턱에 닿도록
어깨를 짓누르던
붙박이 일 내려놓고
이제야 푸르름을 마신다.

 

 

 

 

 

 

 

 

 

 

 

들꽃 2

 

 

 

 

풀섶에 핀 하늘 끝 별빛
 
청명한 바람 소로시 맞아들여
 
야윈 가슴  은밀한 독백
 
계절이 취한 가라앉은 외로움.

 

 

 

 

 

 

 

 

 

 

 

 

 

 

 

 

오월(五月) 

 

 

 

소복단장(素服丹粧)
고이 품은 꿈
 
여울물 소리
하늘 소리
따스한 햇살 모아
 
개나리
진달래
형형색색 수놓는 산하(山河).

 

 

 

 

 

 

 

 

 

 

 

 

 

 

 

서글픈 장미
 

 

 

겨울바람 속
보송보송한 햇살
그리워하던 꿈 조각들
 
연초록 눈빛
벙긋벙긋 망울 터뜨려
사랑의 화신이 된 너
 
맞아 줄 사람 없어
담장 밖 넘보다
끝내 빈 나팔 불어대는
 
그 울음소리
참으로 외롭다.

 

 

 

 

 

 

 

 

 

 

 

잡풀들의 이야기

 

 

 

어디라고 찾아든
낯선 생명 하나
 
두리번두리번하다
쑥 뽑아내려 하니
 
왜 못 살게 굴어요
나도 푸른 옷이잖아요
 
발붙여 살 데 어디냐며
발버둥을 친다.

 

 

 

 

 

 

 

 

 

 

 

 

 

뱀사골 여름밤 
 

 

 

불볕 쏟아 담은 앞강이
붉덩물로 흐릅니다
 
깊은 골짜기 떠도는
원혼들 눈물입니다
 
산머리 차오른 달 하도 서러워
미어지는 가슴
밤새워 울어 옙니다


너울너울 산마루 너머
하늘 날 수 없는
혼백들 성긴 울음입니다


잃어버린 여름,
마지막 밤을 새우는 강가에
철 잊은 들국화 한 송이 피었습니다
 
 

 

 

 

 

 

 

 

 

 

배웅 

 

 

 

 

삼복 고개 너머

처서로 가는

염천의 긴긴 터널

 

궂은비에 쫓겨

기죽은 八月

 

님의 숨결로 남아

봄비 속 숨쉬던 시어(詩語)

찌든 가슴에 녹아들고

 

젖은 줄 모르게

모시 윗도리

파고드는 여우비

 

몸도 마음도 흠뻑 젖어

九月의 길목을 홀연히 나선다

 

 

 

 

 

 

 

 

가을 문 앞에서

 

 

 

 

도망자였더냐

골짜기로 들녘으로

마을 안까지 쫓겨 다니다

 

한 계절 물벼락에

녹초가 된 너

 

탕자처럼 기진하여

본색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더니

 

아픈 땅 위로

청명한 하늘

도둑같이 몰려온다

 

 

 

 

 

 

 

 

 

 

 

 

 

초추(初秋)의 길손

 

 

 

 

한껏 자라지 못한 들풀

바람에 부둥켜

몸부림친다

 

고요로운 산장

빈 벤치에

홀로이 찾아든 길손

 

어깨를 짓누른

생의 멍에 벗어놓고

 

붉어오는 체온

가슴에 담는다.

 

 

 

 

 

 

 

 

 

 

 

석류
 

 

 

앳된 소녀인 듯
수줍어 떨리는 미소
 
차마 말을 잊은 채
붉은 가슴만 보이네.

 

 

 

 

 

 

 

 

 

 

 

 

 

 

 

 

 

가을 아침 일기

 

 

 

성큼성큼 걸어
초초한 군상들 틈 비집고 서자
뉘댁이시냐며
돌개바람 시설궂게 달려든다
 
어느새 가로수로 몰려가더니
냅다 가지를 흔들어
나뭇잎 우수수 쏟아져 뒹굴고
선뜩선뜩 가을비 내린다
 
부리나케 우산을 받쳐 들자
샛노란 이파리 하나 또르르 달려와
이지렁스레 발등에 날름 올라앉아
눈빛을 마주하더니
 
추워지는 날씨에
내 머무를 마땅한 곳 어디냐며
들릴락 말락 엉두덜엉두덜한다
 
구름 덮인 하늘 훔쳐보며
얼른 버스에 올라선다.

 

 

 

 

 

경주 가는 길목
  

 

 

움츠린 산하, 불 꺼진 굴뚝
속 탄 한숨이 아리고
 
빛을 잃은 계절 앞에
들판에 쓰러진 하늘이 서럽다
 
수렁 속 쭉정벼 거두는
쥔양반 하도 안쓰러워
 
언덕배기 풀 뜯는 얼룩소
애잔한 가을을 우는 젖은 눈망울.

 

 

 

 

 

 

 

 

 

 

 

 

 

낙엽 밟으며

 

 

 

 

발치에 떨어져 뒹구는
노오란 은행잎
 
찹쌀 떠-!
 
저무는 가을 밤
깊은 가슴 적신다.

 

 

 

 

 

 

 

 

 

 

 

 

 

 

 

 

빈 들의 감나무

 

 

 

서넛 잎 겨우 매달린 찢긴 잎새
하늘 바라보며
파들파들 몸부림치고
 
홍시 하나
터질 듯한 가슴 부둥켜안고
매부리 눈 흘기면
 
낯 뜨거워 돌아서는 내게
말라빠진 가시랭이가
바짓가랑이 붙든다.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나선다. 입춘이 내일인데 길이란 길은 끝없이 흰 길로 통하고,

방금 스친 이가 찍은 발자국까지 숨어버린 눈길을 소록소록 걷는다
가슴 속에 사그라지다 남은 그리움 조각들, 눈 속에 빠끔히 고개 내민다.

추억 서린 길 따라 걷는다. 눈꽃으로 피어오르며 이슥토록 걷는다
이 길 다 가고 나면 그리움도 이울고 말겠지. 어느새 가로등 하얀 빈터에

기다려온 문 앞에 당도한다. 툭툭, 그리움을 털어낸다. 눈물을 닦아낸다.

 

 

 

 

 

 

 

 

 

 

 

 

 

 

 

 

나목(裸木)의 겨울나기
  

 

 

찬 서리 내려앉은 가지 위로
아침 햇살 눈을 떠
영롱히 깨어나는 산비알
 
못 잊을 그리움에
허공 향해 손짓하는
목마른 나무들
 
시린 발치 내려다보며
북녘 향해
목쉰 노래로 견뎌낸다


따스한 날 잔디 위 뒹굴던 꿈
피멍울로 맺힐지라도
기어이 이 강을 건너리라.

 

 

 

 

 

 

 

 

 

 

민들레꽃 3
 

 

 

바람결에 물어 왔나
물길 따라 찾아왔나
 
타는 그리움 참지 못해
봄볕 몇 낱 문안 들면
 
속 모르는 이네들 발길에
속절없이 짓밟혔어라.

 

 

 

 

 

 

 

 

 

 

 

 

 

 

 

유도화(油桃花)
 

 

 

먼동이 번한 뜨락 한켠
그리운 얼굴로 벙글어
넌지시 문안 인사 건네는구려
 
그래, 귀여운 것아
좁은 마당 마뜩잖고
뙤약볕 넌더리 날지라도
한 계절 벙긋이 머물러다오
 
우리 내외 들며날며 눈 맞추고
여울지는 그리움
달래며 살으련다.

 

 

 

 

 

 

 

 

 

 

 

 

새벽달 

 

 

 

 

바람으로 와서
잠시 눈길 머물다
바람으로 가시더니
 
쌓인 정보다
더 진한 아픔으로 남아
반쪽 되어 멀어진 당신
 
어느 구비 영()을 넘으시나요
슬그머니
제 하늘마저 내어주고.

 

 

 

 

 

 

 

 

 

 

 

 

 

기다림

 

 

 

 

높은 산 깊은 골짜기
부모님 발자취 살아 숨 쉬는
애틋한 땅
 
무성한 잡초 밟고 서서
이제나저제나 새 주인 맞을 날만
기다려온 매화나무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든 봄
그리운 가슴 활짝 열어
벙긋벙긋 피워 올린 하얀 웃음
 
잊지 말자, 기어이 열매 맺어
거둘 때 꼭 다시 보자며
간절히 눈 맞추어온다.

 

 

 

 

 

 

 

 

 

 

낙엽

 

 

 

못내
이별이 아쉬워
 
설움에 젖고 젖어
머리를 맞대고 있더니
 
해어지는 붉은 가슴
가누지 못해
 
목쉰 울음 토하며
미친 듯 몰려다닌다.

 

 

 

 

 

 

 

 

 

 

 

 

 

겨울 국화

 

 

 

 

지난밤
하이얀 나비 찾아들어
 
신부 같은 가슴 속
생기 솟는 노란 네 얼굴
 
너마저 떠나가면
기어이 한 해는 가고 말아
 
긴긴 세월 불타는 그리움에
얼마나 마음 조이며 살거나.

 

 

 

 

 

 

 

 

 

 

 

 

 

 

 

 

 

4

 

시의 향기

 

 

 

 

 

 

 

 

 

 

 

 

 

 

 

 

 

 

 

 

 

 

 

 

 

 

 

 

 

 

 

 

 

시인(詩人)의 절규

 

 

 

 

타는 목마름으로
나목(裸木)이 되어
황막한 땅끝에 설 때 
진정으로 당신 곁에
다가설 수 있다지요 
당신의 사랑 노래
온전히 부를 수 있다지요.

 

 

 

 

 

 

 

 

 

 

 

 

 

 

 

 

 

버려진 동전 한 닢

 

 

 

 

무심결에 밟고 지나온
보도 위 동전 한 닢
 
그냥 버려두고
멀어지는 그림자 밟고 갈수록
자꾸만 마음에 걸려
 
뒤돌아가 주워 들고
후후 먼지 불어내어
주머니 속 깊이 매만진다
 
잠결에,
당신은 누구예요?
가슴이 참으로 뜨겁네요


물 담긴 놋대야 속
둥근 달처럼
내 안에서 훤히 웃어 보인다.

 

 

 

 

 

 

 

 

청솔밭에서

 

 

 

 

묵언(默言)  한입 가득 사리물고
어둑한 산코숭이 오솔길 따라
새날의 문을 연다
 
단잠 깬 산새 한 마리
고요의 장막 박차고푸드득!
여명을 부르는 힘찬 날갯짓
 
풋풋한 대기그윽한 솔향
허명(虛名) 부푼 가슴 파고들어
티 없는 겸손을 일깨우고
 
청솔 창창한 산자락 가로질러
눈과 귀 씻어 주는
은은한 예배당 종소리.

 

 

 

 

 

 

 

 

 

 

새벽 1

 

 

 

서산마루 넘어와
갈 곳을 잊었나
가년스레 한데 주저앉아
밤새 졸더니 
황새 한 마리
수잠 자다 헤치고 온
샛길을 타고
스멀스멀
산모퉁이 돌아간다.

 

 

 

 

 

 

 

 

 

 

 

 

 

 

 

면앙정(俛仰亭)에서  

 

 

 

 

댓잎 스적이는 소리 귀를 씻는
죽림 속 끊어진 듯 이어지는
돌계단 밟아 오르니
 
주인의 숨결 오롯이 어린
우람하고 청청한 참나무 한 그루
솔솔바람에 실려 오는 임의 향취
 
사방 확 트인 정자
툇마루에 동그맣게 올라앉으면
발아래 산천 아득히 펼쳐지고
하늘 땅 가이없는데
 
강호 제현 모여들어 유유자적하다
국사를 개탄하던 아픈 심상
뜨락에 여태 아른거린다.

 

 


 

 

 

 

 

 

송강정(松江亭)에서

 

 

 

 

송림 속 가파른 돌계단
시인의 향기 좇아
한 단 한 단 밟아 오르니
 
누마루 지키고 선
노송 긴 그림자
길손 반겨 옆자리 내주고
 
증암천 백사장 에두른
질펀한 창평 들판
황금물결 일렁이어 오면
 
반짝이는 청댓잎, 연신 사운대며
임을 연모하는 여인의 노래
애절히 읊조리는데
 
저만치 가년스런 산죽(山竹)
주인 오실 날만 고대하며
줄줄이 늘어서 있다.

 

 

 

 

 

 

 

노송(老松

 

 

 

 

황막한 세상에 끌려와
수족을 잘리고
쇠사슬로 동여매여


솟는 해 날마다 반겨도
팔 한 번 마음껏
펴 보지 못하고
 
쥔 양반 성화대로
억지 모양새 가누며
견뎌내는 삶
 
세우(細雨) 맞고 서서
더운 눈물 방울
발등에 흘린다.

 

 

 

 

 

 

 

 

 

 

월야(月夜)

 

 

 

 

멀리 자리한 것들
형상마저 앗아버린 밤
 
먼 산 아래
불빛 서넛 주저앉아 졸고
 
풀벌레 울음소리
풀잎 끝에 조랑조랑 매달릴 때
 
사념(思念) 절로 무너져 내리는,
무아경(無我境)의 천국.

 

 

 

 

 

 

 

 

 

 

 

 

 

 

탐부리 해변에서 

 

 

 

 

해초 부스러기
아픈 흔적으로 뒹굴다
모래톱에 녹아들고
 
검푸른 누리
하얀 포말을 가르며
미끄러지는 제트스키
 
시선 끝, 끝없는 무게로
하늘이 내려와 앉은
외로운 섬 하나
 
피어오른 흰 구름에
사념 실어
남국으로 떠나보내면
 
일렁이던 시심(詩心)
파도를 타고 흘러
기어이 저 섬에 닿고
 
억겁을 씻고 씻긴
조개껍데기
하얀 속살 부끄러워
모래알을 품는다.

 

 

 

팍상한 계곡에서

 

 

 

 

태초의 숨결 오롯이 고여
수백 길 깎아지른 절벽
좌우로 마주 선 채
좁다란 하늘 떠받고 있다
 
손 내밀면 닿을 듯한데
계곡물이 갈라놓은 긴 세월
바라만 보다 지쳐
선 채로 굳어버린 바위
 
배어 나온 청태 향기
그리움 타는 가슴끼리
주고받는 은밀한 숨결일레
 
이방인 실은 카누
물길 따라 밀고 끌며
굽이치는 바위 넘어서면
 
수직으로 꽂히는 폭포의 함성
세상의 번뇌 씻겨 내려가고
열리는 또 다른 세계
 
라구나의 하늘
동그랗게 얼굴 내밀어
젖은 이방인 보고 웃는다.

 

 

노점상

 

 

 

 

되살아난 겨울 바람,
하루 일과를 놓았으나
가슴을 옥죄는 돌짐은 여전해 


무거운 삶 걸머쥐고 허덕이다
명퇴(名退) 푯말 대신 세운
젊은 노점상 부부의 포장마차 
 
아물지 않는 기억 여미며
마냥 선웃음 지어 보지만
발길조차 뜸하고
 
갓 구워진 붕어 몇 마리만
익숙한 비린내 풍기며
낯선 세상을 훔쳐보고 있다.

 

 

 

 

 

 

 

 

 

 

새벽 2 

 

 

 

 

자명종, 3 아들 둔 아내 깨우고
정성을 씻어내는 싱크대 물소리에
잠이 서운한 눈을 뜬다
 
오 분 전을 경고하는
서너 번의 날카로운 파열음에도
잠결 속 메아리로만 맴도는
 
잠깐만”, 그 간절함
한참이나 흐르고서야
녀석의 짠한 기척이 시작된다
 
적막의 옷자락 헤치며
앞산 둔덕 터벅이는 내게
솔가지에 걸려 졸던 새벽달
슬그머니 그림자로 따라나서자


놀란 멧새 한 마리
푸닥거리며 깃을 털어
애먼 길을 서둘러 나선다.

 

 

 

 

 

 

 

시인(詩人)으로의 길

 

 

 

 

쫓기듯 살아온 탓일까
뚜렷한 족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황혼녘을 방황함은,
 
그래도 내게 시()가 있기에
작은 것들 속에서 나를 찾아
가만히 보듬으리.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면의 무늬를 꺼내놓아 
정감 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고
끝내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우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앉아
맘에 드는 시 한 편 건져 올릴 그날까지
오롯이 이 길을 가리.

 

 

 

 

 

 

 

 

 

밤비            

 

 

 

어떤 놈들이냐!
지붕 위를 말달려 가는 것들이
 



꽃잠에 드셨는데!


어디를 감히 짓밟는 게릴라냐!
온 산하가
낙화로 낭자하다.

 

 

 

 

 

 

 

 

 

 

 

 

 

자투리땅

 

 

 

 

농군이 아니어도
흙의 진실한 마음을 알아 
마음의 빗장 거두고
이웃사촌으로 어우러져
 
폐자재 밀어내고
자투리땅 일구며 
()을 가꿔가는
회색 동네 사람들


척박한 땅 가슴 열고
정성을 먹은 푸성귀
퇴색되어 가는 마음들을
푸르게 깨워낸다.

 

 

 

 

 

 

 

 

 

 

 

빗속의 여인아

 

 

 

 

어스레한 가로수길 우산도 없이
체머리 흔들며 앞서가는
내린머리 여인아
 
소슬한 음풍
시린 빗방울 함초롬히 맞으며
어딜 그리 찾아가는가
 
질곡의 세월 속
눈물 받아 줄 이 아무도 없어
호젓한 길 찾아 나섰는가
 
내 설움도 다 못 안는 가슴
북받친 슬픔에 우산 접고 뒤따른다
캄캄한 벌판에서 내가 운다.

 

 

 

 

 

 

 

 

 

 

 

작가 소개 월정 강대실

 

 

 

강대실 시인은 삶의 굴곡을 성찰의 언어로 형상화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온 서정 시인이다. 그의 시는 현실의 아픔과 상처를 단순한 비탄에 머물지 않고 내면의 성숙으로 승화시키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지니며, 삶을 통과한 사유의 힘이 잔잔하게 스며 있다.

또한 모든 생명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생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질서를 따뜻하게 노래한다. 비에 젖는 땅과 되살아나는 생명, 사라짐 속에서도 이어지는 존재의 흐름은 그의 시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고향과 유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정서 또한 그의 시를 떠받치는 근원이다. 유년의 기억은 인간 내면의 순수를 일깨우고, 가족을 향한 시선은 삶을 지탱하는 연대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강대실의 시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적 성찰을 바탕으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시집

1999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2006 먼 산자락 바람꽃
2011 숲 속을 거닐다
2019 바람의 미아들
2025 가난한 마음의 기도

 

 

 

 

 

 

 

발문

 

 

향수(鄕愁)어린 사무친 동경(憧憬)에의 영상(影像)

 

 

시인 정소파

 

 

 

시인(詩人) 강대실 군이 시창을 두드리며 진객(珍客)처럼 찾아온 날은 금풍이 소슬한 어느 초가을 추명(秋明), 산뜻한 아침나절이었다. 그 동안에 써온 가즙(佳汁)을 모아 하나의 시집으로 상자하겠다며 한 묶음 시고(詩稿)를 건너 주는 게 아닌가.

 돌이켜 멀리 그가 소년 시절, 맺은 인연으로 내 일찍이 교직생활 35유여 년 3락 중의 하나인 세상의 영재를 모아 가르침의 즐거움의 하나는 청람(靑藍)의 제자를 많이 배출해내는 것이 모름지기 사도의 큰 보람으로 여겼거니와 문학의 길에 들어 적잖은 시인 작가를 길러 오늘의 문단에 기라성처럼 활동하고 있는 것은 가슴 벅찬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계열별 4부로 나눈 작품 79편을 일별(一別) 통송(通誦)하며 심금(心琴)에 와 닿는 그 다정다감(多情多感)한 시인(詩人)의 지성(知性)과 감성(感性)은 고요히 울리는 리듬을 타고, 가슴의 심서를 흔드는 새로운 서정의 실험성을 띤 일작(逸作)들이었다.

 

 

1 . 구원(久遠)한 향수(鄕愁)로의 시

 

 강대실 시인은 즉물적 관조를 통한 대상인 자연을 하나의 향수(鄕愁)어린 자아의 형이상학적 영감을 통해 노래하며 시적 화자와의 일체감을 영유할 줄 아는 철학적 견지에 도달하고 있다.

 저 함묵을 지키는 하나의 무기물의 바위에서 생명 있는 유기적인 생물을 통하여 자아와의 교감을 거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심오한 경지에 까지 이르고 있는 시적 묘미를 은연중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은 바위를 품고

   바위는

   그리움 하나 품고 산다

   

뿌리 없이 떠가는 구름

   거연히 변하여도

   오고 가는 여름날

   내 마음은 늘 빈 자리 

저린 영혼

   시 한 편으로 채우며

   황혼녘 하늘가에 서 있다.

 

-영혼의 바위전문   

 

3연으로 된 단장(斷章) 1편 속에 함축된 시철학이 떠가는 한조각 구름에서 현실적 고뇌로의 여름날에 한치의 차이도 없이 현실을 반영하여 화자와의 모티브를 통해 가시적 유혹을 해 와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보게도 하여 한 편의 시로 만족하며 평생을 늙어도 여한 없음의 달관적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2 . 모정(母情), 그리고 그리움의 한

 

수록된 어머니연작 3편 가운데 유독 어머니 3은 필자와의 동질성의 애틋한 모정을 여실히 묘사한 핍진(逼眞)한 작품이어 가슴을 에는 듯한 감명을 주는 작품이다. 풍수지탄(風樹之歎)의 권효시(勸孝詩)도 있거니와 효를 다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뒤의 목메이는 이 철천의 한은 두고두고 잊을 길이 없는 것이 자식의 도리일 것이다. 고이 길러 성장시켜 하나의 인격체로 서게 하기 까지의 그 피나는 고난의 길을 생각하면 생각사록 살아 생전 그 만분의 일의 갚음 없음이 뼈에 사무치도록 애달프고 서러웁다.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달프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어머니 3전문   

 

강대실 시인이여!

 너무 슬퍼하지 말지어다. 내 또한 나이야 젊건, 늙건 어찌 어머니 그리움이 다를까 보뇨.

그 고운 심성과 자애의 어진 마음은 저 하늘나라의 달이 되어 온 누리를 밝히고도 남으렸다.

 어머니가 보고플 땐 달이 되어 떠오른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날이 있다.

 어머니가 그리울 땐 눈앞이 캄캄하여 목놓아 울어도, 울어도 풀리지 않는 기가 차 땅을 치는 때가 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여! 애절한 강시인의 목멘 울음 소리를 듣고서 어머니로의 도리에 게으름 없기를 ......

 

 

 3 . 기다림과 만남 사이

 

저 포악무도한 일제의 학정 아래서 쫓기고, 몰리며 살아왔던 백의민족이 저 두만강을 넘어서 허허벌판 북간도로 쫓기던 애달픈 겨레의 한 많던……. 조국 광복의 기나긴 36년의 기다림이나, 남북분단의 뼈져린 저 6.25 전쟁뒤의 이산가족의 재회의 기회가 이대도록 먼 50년의 기나 긴 세월 속에 애타도록 못 만난 통한의 형제자매, 그 구슬픈 만남의 오래인 기원이거나 인간 아니면 저 미물에 이르기까지 만나고, 헤어짐 등 그 무수한 전아(錢迓)와 해후(邂逅)와 몌별(袂別)과의 관계에서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혀버리는 것 아니겠는가!

  

높은 산 깊은 골짜기

   부모님 발자취 살아 숨 쉬는

   애틋한 땅

   

무성한 잡초 밟고 서서

   이제나저제나 새 주인 맞을 날만

   기다려온 매화나무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든 봄

   그리운 가슴 활짝 열어

   벙긋벙긋 피워 올린 하얀 웃음

 

   잊지 말자, 기어이 열매 맺어

   거둘 때 꼭 다시 보자며

   간절히 눈 맞추어온다.

 

-기다림전문   

 

강대실 시인은 하찮은 한 그루 매화나무에 부치는 회정도 깊은 애정을 기울여 부모님 발자취 살아 숨 쉬는 땅에 살아서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 줄 지조와 절개 높은 그 향 맑은 매화를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애틋한 기다림에서 오는 만남의 기쁨인 것이요, 그 만남은 하나의 환희로 못 잊을 그리움인 것이다.

 4 . 기나긴 인고(忍苦)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겨울 나목과도 같은 살이를 하는것이 우리 인생이기도 하다. 더러는 풍요 속에서 더러는 빈곤속의 부단한 연속선에서 생성의 과정을 밟으며 살고 있다.

 시인의 깊은 상상적 사고는 외연적 유추의 날개를 타고, 저 한 그루 나무에 이르기 까지 굳센 의지의 서정적 강도를 보여 주고 있다.

   

찬 서리 내려앉은 가지 위로

   아침 햇살 눈을 떠

   영롱히 깨어나는 산비알

 

   못 잊을 그리움에

   허공 향해 손짓하는

   목마른 나무들

 

   시린 발치 내려다보며

   북녘 향해

   목쉰 노래로 견뎌낸다

   

따스한 날 잔디 위 뒹굴던 꿈

   피멍울로 맺힐지라도

   기어이 이 강을 건너리라.

 

-나목(裸木)의 겨울나기전문

 

엄동설한의 기나긴 겨울을 벌거벗고 살아나는 저 산비알의 겨울나무는 어쩌면 한동안의 우리 겨레의 모진 생활과도 흡사하다 할 것이다.

 우리도 저 보릿고개를 허위허위 넘어가며 가까스로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헐벗고, 굶주리는 인생의 고난을 노래하듯 의인법(擬人法) 수사를 구사하여 시린 발치 내려다보며/북녘 향해/목쉰 노래로 견뎌낸다는 애절한 현실의 절창으로 깊이 우리의 가슴을 때리는 바가 없지 않다.   

 

 

5. 여로(旅路)의 구름을 타고

 

우리 시를 3별하여 서사 서정 서경으로 대별할 수 있거니와 시인 강대실은 서경시에도 능란하여 저 자연의 경관을 눈앞에 보는 듯 여실히 그려내는 시재(詩才)는 그 천재의 주어진 재능으로 상 줄 만하다.

경관을 읊조린 서경적 기행시는 자연과 인정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아 쉬운 듯 어려웁고, 거기에 더하여 언어미의 기교적 어려움이 뒤따른다 할진대 강 시인은 그것을 극복하여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해초 부스러기

   아픈 흔적으로 뒹굴다

   모래톱에 녹아들고

  

검푸른 누리

   하얀 포말을 가르며

   미끄러지는 제트스키

 

   시선 끝, 끝없는 무게로

   하늘이 내려와 앉은

   외로운 섬 하나

 

   피어오른 흰 구름

   사념 실어

   남국으로 떠나보내면

 

   일렁이던 시심(詩心)

   파도로 타고 흘러

   기어이 저 섬에 닿고

 

   억겁을 씻고 씻긴

   조개 껍데기

   하얀 속살 부끄러워

   모래알을 품는다.

 

-탐부리 해변에서전문   

 

가슴 높이로 다가오는 저 슬프도록 묘막한 쪽빛난 바다를 바라보며 오묘한 바다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 시인의 또 다른 모습이 성자처럼 엄숙하다.

 바다의 섭리를 꿰뚫어 그 깊이의 심오한 묘리를 체득하듯 그 시경의 깊이와 농도를 더해가는 신역(神域)의 경지 까지 도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쌓이는 정 보다 더 진한 아픔을 노래한 새벽달, 네거리 신호등 아래 서럽게 울고 서 있는 여자의 늦은 퇴근길, 미루나무 가지 위의 고향 같은 자그마한 까치집을 읊조린 까치집, 산 그림자 품을 마음밭 일군다, 강가에 발 담구고 앉아 밤새껏 목울음 운다는 강섶에서의 연작 2, 24행의 단장(斷章)석류같은 수작은 그 형식면에서 독창성을 나타낸 실험적 신서정의 전범(典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강대실 시인은 일상의 그 어떤 메시지도 시화할 수 있는 능수능란의 경지에 도달해 있을 뿐더러 아픔과 슬픔으로 부터 희망으로의 환치를 갈망하면서 그만이 지닌 특성을 표출함으로 말미암아 앞으로의 대성을 기대할만하다 아니할 수 없다.

 

바라건대 강대실 시인이여!

난마로 어지러운 오늘의 시단에 하나의 질서를 세워 청량제로의 현실을 직시한 처녀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의 출간을 계기로 보다 그 사조(詞藻)의 빛부심과 건필을 빌며 사족을 붙여 써 해설로 가름한다.

 

1999 己卯 秋明 無等山麓 雪月堂詩草菴에서

 

 

 

이 글은 1999년 초판 시집에 수록된 발문을 원문에 가깝게 옮긴 것입니다.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지은이 강대실

 

출판사명 유페이퍼

 

내페이퍼 https://dskang100.upaper.kr

 

E-MAIL dskang100@hanmail.net

 

전자출판일 2026424

 

전자책 가격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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