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위하여 / 月靜 강 대 실
한 삼십 년쯤 흘러 길을 냈을까
한 오십 년쯤 불어 방향 잡았을까
들 가운데 굽이쳐 흐르는 저 강
노령의 낮은 봉 넘나드는 된바람
해가 뜬다고 달리고 졌다 누웠을까
꽃이 좋아 웃고 싫다해 달렸을까
맵고 쓰겁고, 짜고 떫고 실지라도
업보로 알고 꿀꺽 쓸어 삼키지만
묻어 둔 아픈 기억 하도 가슴 시려
뾰로퉁 돌아앉아 발등을 찧다가도
흔적이라도 남는 일은 이 길이라고
연륜의 거울 비추며 길을 독촉한다.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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