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노트
담양댐 상류를 찾았다. 물 속에 숨어 버렸던 고향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노루목 낙천리도, 청수리 용평도, 그리고 산과 들, 다리와 자갈길 물길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산새와 짐승들도 다녀갔었다. 그러나 초옥은 없고 그리운 얼굴들은 호젖한 산 언덕 유허비에 음각으로 그 이름만 남아 있었다.
반가움과 서러움에 시 한 수 읊었다.
다시 본 고향 산내들
월정 강대실
반가워라 다시 본 고향 산내들
삼십여 년 깊고 깊은 수국 절망 속에서
숨 죽여 오롯한 침묵으로 연명하다
한 겹 한 겹 물의 비늘을 벗고 되돌아온
우연히 어머니 앙상한 가슴을 본 것처럼
내보인 허물허물한 등 서글픔이 앞서더니
금시에 청청한 빛 옷을 갈아입은
쑥잎같이 오순도순 모여 살던 노루목 청수리
아침저녁 털털거리며 산읍 오가던 버스
한길 가득이 뽀얀 먼지를 내뿜던 자갈길도
개헤엄 치며 붕어 송사리 잡던 도깨비 둠벙
소달구지가 감 가마니 가득 싣고
우걱우걱 건너던 삼거리 초소 아래 다리도
질경이 같이 질긴 명命의 끈 부여잡고
해맑은 노래 물고랑으로 줄곧 흘리고
들판은 지금껏 망초꽃씨를 갈무리했구려
버들치 미꾸라지를 노리던 물총새
다시 여울목 널바위에 즐겨 앉아 들고
유유히 짝을 지어 날던 왜가리
보금자리를 찾은 하이얀 날갯짓 평화롭다
골짜기마다에 서린 전설 아슴아슴한데
맘껏 소리 질러 불러 보고픈 이름들
망향비에 음각 되어 영겁의 그리움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