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주워 들고 / 월정 강대실
언제 한번 바람 앞잡이라도 되어
사모의 눈길 건네더냐
찬미의 노래 들려준 적 있더냐
농밀한 체취 강바람에 묻어오던
오월 어느 하늘 고운 날
길마당 앞 긴긴 기다림에
지난여름 그 덥디덥던 날 소릇이
마음 기댈 데가 그리워질 땐
가끔씩 팔 밑을 찾았을 뿐인
오늘은 발아래서 한 움큼
토실토실한 가을을 주워 든다
밤새 풀덤불에 살며시 내려놓은
사무치는 하이얀 향이 바람과 햇살
밤이면 별과 달빛까지 아울러서
어느 겨를에 알알이 여물인
가진 건 죄다 떨어 베풀고도
알몸으로 새 꿈의 설한령 넘고자 하는
네 고운 심성의 거울에서
몰골스런 이내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