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애수哀愁 / 월정 강대실
가을은 아파하지 말자
무심결에도 회한의 탄식일랑은 꼭 하지 말자
몇 번이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들풀 우부룩한 풀숲에 묻혀서도
그윽이 쑥 냄새 풍기는 곰삭은 쑥대처럼
이내 계절도 아무 향이든 하나는 품기 원했지
갈급한 나의 바람은 잘게 깨어진 거울 조각
여직 한 번 가슴을 뜨겁게 한 적 없는
열매보다는 가지만 우부룩한 무화과나무 같은
정열을 잃은 해 허겁지겁 종심의 강 건너는
가을의 길목 갈꽃 나부끼는 강둑에 서자
내안에 그득히 쌓여 드는 공허함
뒤 돌아보며 흘깃 눈길 하늘에 이르자
밀물처럼 밀려드는 부끄러움
갈한 심신을 얼러 마음의 고삐 바투 잡는다.
초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