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밭2 /월정 강 대 실
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
호들갑 떨며 토주 행세 부리더구먼
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
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
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
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
꼭 삿갓 같은 사람 이라며
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밭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
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
시르르 밭귀퉁이 눈 둘러보며
마음 질질 끌고 도망치는 새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