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산밭3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24. 09:48

(사진: 인터넷 이미지)

산밭3 /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빈손 길 떠나실 때

이거라도 받아 두거라 하시어

유산으로 물려받은 농골* 산밭 한 뙈기

잘 지킬 맘에 내 이름으로 돌려놓고는

여태껏 부치지 못해 죄만 같은데

먼저 가신 아버지 검은깨 말로 털고

미영 참 잘되던 개똥밭이

살피도 놓치고 묵정밭 됐다고

안타까워하시는 모습 눈에 선해

틈틈이 배롱나무 심고 가꾸어

선대님 산소에랑 옮겨 심을 맘으로

덤부렝이 걷어치운다

매부리 같은 가시 한 판 붙어 보자는 듯

냅다 옷과 온몸 할퀴어대고

댕돌같은 아내 여기저기 생채기 보이며

기껏 해서 이깟 밭이였냐는 찬웃음

된불 되어 가슴 꿰뚫어도

흙냄새에 묻은 두 분 향기 힘 솟친다.

 

*농골: 담양군 용면 쌍태리 상월부락 서쪽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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