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가을 길을 걷고 싶습니다 - 용혜원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21. 09:07
가을 길을 걷고 싶습니다 - 용혜원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가을 길을 걷고 싶습니다

                 용 혜 원


손톱 끝에 봉선화물이 남아 있을때
가을은 점점 더 깊어만 갑니다

이 가을 길을 그대와 함께
걷고만 싶습니다
낙엽을 밟으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을엔 시가 더 많이 써집니다
갈색 빛으로 물든 낙엽이 하나 하나가
시 한 편입니다
높고 푸르기만 한 하늘이
시 한 편입니다
고독해 보이는 사람들 표정 하나 하나가
시 한 편입니다

이 가을 길을 그대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찬바람이 불어도
손을 꼭 잡고 걸으며
어느 사이에 우리들 마음도
갈색 빛으로 곱게 물들어
한 편의 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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