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9. 서정주 시/5. 귀촉도

월정月靜 강대실 2025. 2. 3. 21:48

귀촉도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미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