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 아버지 /월정 강대실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드셨다.
새파란 까까머리 적 첫인사 드린 후
뵐 때마다, 고향 집 안부는 물론
은행알 같은 티 없고 알진 우의 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산동네
아버지 거둥길 길라잡이 되라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근벌떡 달려간
곧잘 동네 앞길 지나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 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가 없다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심오한 적멸궁.
(4-47.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