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할매 / 월정 강대실
도졌다 또 그 기, 덕산할매!
으슥한 고샅 싸늘한 냉기
자뿌룩한 사립짝 앞 댓 발짝 나와 서서
부담을 한다
아까워 안 해먹고 둔 고지말랭이
어느 오그라질 놈의 손이 싸그리 가져갔다고
얼른 내놓아라고
……
먼 산 바라 넋을 놓고 울부짖는
이사 든 집 부끄럽다던 이웃들
언제부턴가 두 귀 마주 뚫려 흘리고
자식들 민망의 귀는 멀어서 못 듣고
기둥이 쓰러지고 새끼들 품을 떠나고
저물어 어둠길 나앉아 혼밥하다가
얼마나 쓰디쓴 꼴 봤기에…
먼 길 달려온 해 눈자위 붉고
울 밑 물끄럼말끄럼 제비꽃 푸념한다
어젯밤 깜빡, 약을 빠뜨린 게 맞다고
저린 배추처럼 진이 빠진 할매
비척비척 지팡이가 손잡고 마당에 들고
중환자 병실처럼 쓸쓸한 뒷고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