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골에서 온 편지/ 월정 강대실
여보게, 친구!
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
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
자작골 내 집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
견양동 들머리 아랫목
호박 넝쿨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
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
이마 앞에 양지받이 초막간,
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
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
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
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쿡쿡 한 짐 찍어다
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치며 군불 넣세
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
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 머루주에
밤이랑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 지새워
밀쳐 둔 얘기 보따리 풀어헤치세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