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알곡 창고

경인년

월정月靜 강대실 2010. 1. 5. 11:09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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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3(2010). 1. 4.



2010년 경인년 새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흰호랑이의 해입니다. 그런데 왜 흰호랑이일까요? 경인년의 경(庚)은 동양철학 오행(五行)에서 흰색과 서쪽, 금(金)을 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사실 흰호랑이띠가 다른 띠보다 더 좋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민속에서 호랑이는 산신령으로 통하는 신앙의 대상이자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지요. 또 호랑이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 가운데 유일하게 실재 동물이며, 예로부터 민화, 속담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역사 속 기록에서도 우리나라를 “호담지국(虎談之國)”이라고까지 불렀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이 살았고 우리 겨레와 깊은 관계를 맺어 온 동물입니다. 실제 태조실록 2권 1년 윤 12월 20일 자에 “성안에 들어온 호랑이를 흥국리 사람이 쏴 죽이다”란 내용이 있는 등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879건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흰호랑이해로 알려지면서 음력으로 경인년이 끝나는 2011년 초까지 아이를 낳기 위한 산부인과 문의가 늘었다지요. 그래서 2000년 ‘즈믄둥이’와 2007년 ‘황금돼지띠’의 아기 낳기 유행이 재연되어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지 기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알아둘 것은 일반적으로 양력 1월 1일이나 설날인 음력 1월 1일(양력 2월 14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해인사를 합니다만 사주명리학으로 보면 실제 경인년 새해는 입춘 전인 2010년 2월 4일이 새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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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과 함께하는 우리말 16]

< “호랑이”란 말 “으흐렁+이”가 변해서 만들어졌을까? >

한 누리꾼이 <호랑이>의 말밑(어원)이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그는 <호랑이>라는 말이 ““虎+狼”처럼 한자로 된 말에 “이”가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또 그는 <호랑이>가 “으흐렁+이”가 되어 점차 “흐렁이”, “호랑이”로 변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했지요.

하지만, 호랑이는 “虎+狼+이”처럼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한자 “虎狼”이 두보의 시에 등장하긴 하지만 이 말은 사나운 짐승을 뜻하지 호랑이는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토박이말을 놓고도 한자에서 유래한 것인 양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옛날부터 우리에겐 토박이말이 먼저 있었음을 알아야 하고 억지로 한자를 붙이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몽골어에서 호랑이를 “harbir”라고 하는데 여기서 앞의 “har”의 “홀”과 뒷가지(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된 말로 보기도 합니다. 또 12세기 초 송나라 손목의 ≪계림유사≫에 보면 호랑이를 “蒲南切”이라고 썼는데 이것이 "포남▷보람▷호람▷호랑▷호람이”처럼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앞니 빠진 갈가지 웃니 빠진 노장"이란 말에서 “갈가지”는 호랑이 새끼를 말하는데 다른 말로는 “개호주”라고도 합니다. 참 위 누리꾼이 말한 “흐렁이에서 호랑이가 되었다.”라고 한 것은 “의성어설”로 보여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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